조직문화/에세이
전체글 1231special essay골목, 서성이다
해가 진다. 분주해지는 발걸음. 구두 뒷굽 소리의 잔영이 오래 머무는 골목 끝에는 지워지지 않는 담벼락 낙서가 먼지 속에 용해되어 간다. 긴 방랑의 시간을 돌아 내려앉은 바람의 잔흔이 조심스럽게 담벼락을 어루만진다. 낯선 바람이 떠도는 그곳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길이 깊어진다.
special essay그 음악다방 DJ와 그 여자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70년대 끝자락, 시내 곳곳에 있었던 음악다방은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생달걀을 탄 커피나 쌍화차 한 잔을 마신 뒤 온종일 노인정처럼 죽치고 앉아 있는 그런 다방과는 달랐다. 음악다방은 청춘남녀들 약속장소였다.
curtain call아름다운 뒷모습
1978년 9월, 유럽 3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서만 알았던 선진국의 문물을 20여 일 간 보고 들으며 신비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런던 중심가에서 본 광경이었습니다.
special essay미술사에 나타난 해악
해악은 요즘 말로는 유머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유머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본다. 우리 미술에 넘쳐나는 해악의 사례 가운데 가장 은근한 것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단원 김홍도의 ‘들밥’이다.
special essay흥과 한의 춤사위 그리고...
흔히 우리 전통무용은 ‘한’과 ‘흥’의 춤으로 표현된다. 살풀이춤과 산조춤 등은 우리 민족의 한을 표출하고 있고 북춤과 장고춤 등은 ‘흥’에 겨운 우리 민족의 정서를 완벽히 표현해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전통무용의 ‘흥’과 ‘한’이라는 특질이 우리 전통무용의 본질적 특성이 되어왔다.
special essay건강하고 발전적인 흥을 위한 한의 정서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火病)’을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했다. 이 화병의 기저에는 온갖 네거티브한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된 상태를 일컫는 ‘한(限)’이 자리하고 있다.
special essay이상한 아픔
지금도 닐 영이나 멜라니 사프카, 도노반의 오래된 포크송들이 그립고 살갑다. 그들의 전성기 때 나는 중고등학생이었고 그 시절 라디오, 텔레비전은 남진, 나훈아가 휩쓸었다. 닐 영의 Heart Of Gold는 세련의 상징으로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는 촌티의 극치로 여겼다.
curtain call차선을 도색 하는일
직장을 관두고 알음알음 소개로 차선 도색 일을 하게 됐다. 차선 도색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쁜 시간에 도로 통행 막는 고깔봉 세워놓고 ‘차선도색 공사 중’이란 안내판을 세우고 구부정한 자세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special essay우두둑 깍두기 씹는 소리
나에겐 이제 여든이 된 어머니가 계신다. 겹겹으로 쌓인 세월의 고통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여 자식들의 안부전화 한 통화 받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터라 마음이 아프지만 그 또한 세월의 훈장으로 여기고 있는 어머니이다. 그 어머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바로 맛있게 드시는 음식 씹는 소리이다.
special essay영원한 빚이자 빛일 그 이름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난날의 내가 효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덜 나쁜 딸이었으면 좋았으리라는 후회를 한다. 그렇다면 조금은 더 따뜻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마음의 병을 앓는 어린 폭군이었던 내게 엄마는 다만 ‘감정의 쓰레기통’이었다.
special essay어머니 손은 가마손
어머니의 살림살이에 대한 아버지의 가장 큰 불만은 크기를 가늠 못하는 어머니의 부엌살림 규모였다. 대가족 끼니를 책임지던 습성 탓으로만 돌리기엔 어머니의 손은 커도 너무 컸다.
special essay작은 것도 내치지 않는 측은지심
어머니는 나에게 육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 주신 분이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일평생 배움이 짧은 한을 안고 살았어도 어떠한 학식이나 이성적 판단이 도달하지 못하는 사물의 핵심을 간파, 박사학위까지 받은 딸이나 신문사 간부를 지내는 아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세상을 사는 지혜를 일깨워 주셨다.
curtain call철의 마녀, 사랑합니다
“정현아, 빨리빨리!”, “정현아!” 꿈이다. 아침 6시 10분. 지금 일어나야 하는데 조금 더 늦장을 부린다. 출근하기 싫다. 어제 4시간 동안 철(?)의 마녀에게 욕을 먹었다. 무표정인 채로 하품만 열번을 했을 거다. 지각한 이유로 10분 잔소리 듣는 건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4시간짜리 잔소리는 반성보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special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힘
지구의 남단 끝에 위치한 하얀 대륙 남극이라 하면 끝없이 펼쳐진 얼음벌판, 매서운 눈바람, 극한의 추운 날씨 등 가혹한 자연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special시들지 않는 꽃, 열정
청춘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한탄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한마디 한다. 열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거야. 열정의 꽃을 다시 피우려 하지 말고 숨어 있는 열정의 꽃을 찾으라고. 열정과 정열은 다르다.
special새벽 5시의 열정
새벽 5시는 나를 흥분하게 한다. 그 시간은 나만의 열정의 시간이고, 흥분의 도가니로 가득 찬 축제의 시간이다. 청탁받은 원고를 쓰기 위해 혹은 인터넷 서점에서 새로 받은 책을 읽을 생각에 나는 침대를 박차고 서재로 향한다.
special27세의 꿈 그리고 행복
내 삶은 정답을 미리 알고 푸는 시험지 같은 것이었다. 아침이면 출근을 하고 저녁이면 퇴근을 하고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정답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curtain call아르바이트, 그 황당한 추억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취업 박람회 하는데 같이 안 가볼래?” 나는 그만 큰 웃음이 나왔고 친구는 영문도 모른 체 의아해했다. 나에게는 취업박람회 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special하늘 제일(第一)의 자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아득히 넓고 높고 푸른 창공, 눈부신 햇살, 제 각각의 모양으로 떠가는 흰 구름. 천천히 깊은숨을 고른다. 잠깐 나 자신을 멈출 수 있다. 비울 수 있다.
special오래된 미래 숲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 셈하기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일부 생명이 뭍으로 올랐다. 다시 헤아리기 어려운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지구는 숲으로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