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여사는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이다. 고교 졸업 후 우체국 직원으로 15년 이상 근무했다. 결
혼한 이후에도 계속 근무했는데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나 퇴직을 했다.
남편은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성공한 재력가가 되었다. 딸 셋 아들 하나를 두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단란한 가정을 꾸릴 무렵 청천벽력의 악운이 닥쳤다. 고혈압 환자가 되어 사업을 접고 투병했는데 호
전되지 못해 먼 나라로 떠난 것이다. K여사는 사남매를 키우며 남편이 남긴 유산을 잘 운영하며 자녀
들을 모두 대학을 졸업시켰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시켰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할까? K여사가 악성종양 판정을 받았다. K여사는 자녀들을 불러 미리 유언 비슷한 당
부를 했다. 아이들에게 재산의 일부만 나눠주고 나머지는 소외계층과 종교단체에 기부하겠다는 것이었
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선행에 이의 없이 동의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여고 모임에 K여사가 점점 못 나오다가 무더위가 조금씩 고개를 숙이는 날 모습을
드러냈다. 초췌한 얼굴이어도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K여사는 우리에게 앞으로 회비는 거두지 말라며
금일봉을 내어 놓았다. 300만 원이었다. 그리고 K여사는 특정 종교를 가리지 않고 어려운 곳에 기부를 하고, 모교에도 장학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어느 누구나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시한부 인생이다. K여사는 마지막 남은 삶을 보내는 방법으
로 ‘나눔’을 선택했다. 재력이 넉넉하다고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이 많지는 않다. K여사는 고령의 언덕을
오르며 참된 삶을 선택했다. 그러한 K여사에게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 우정을 계속 쌓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