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함께 쓰면 기쁨 3배
'이 기지국을 세워라, 세워.” 모 이동통신 회사의 TV 광고, 지하에서 휴대전화가 걸리지 않자 안테나를 길게 빼올리고 있는 남자를 보고 여자 친구가 하는 말이다.
사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된 요즘, 이런 현상은 누구나 쉽게 경험하게 된다. 휴대전화기의 안테나를 빼보기도 하고, 이쪽 저쪽 자리를 옮겨 통화해 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뭐라고? 잘 안들려.'라며 큰 소리로 말해 주위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통화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우선 기지국 수를 든다. 기지국 수가 많아야 통화가 잘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회사의 기지국 수가 가장 많다 거나 '광중계기를 몇 개 설치 하겠다' 하는 식의 광고가 많이 나오는 데서 이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기지국이란 무엇인가? 또 현재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는 데, 그로 인한 문제는 없는 것일까?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전파기지국관리(주)를 찾았다.
한국전파기지국관리의 설립 배경
기지국은 사용자의 휴대전화기와 이동전화 교환국을 연결해 주는 시설물로 무선송수신기와 안테나, 통신을 위한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다. 중계기란 지하 공간 이나 빌딩 내부와 같이 기지국의 전파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기지국에 비해 저렴하고 크기도 작다.
기지국 설치 비용은 공사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시내 건물의 옥상에 설치할 경우 2,000~3,000만원(임대료 제외), 시외의 야산이나 개활지에 설치할 경우 약 1억 5,000~2억원 정도 소요된다. 이처럼 기지국 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업체가 기지국을 경쟁적으로 세우려는 까닭은 이동전화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지국이 필수 시설이기 때문이다.
PCS · TRS · CT-2 · 무선데이타 등의 신규 사업자의 허가계획이 한창 논의되던 1995년말, 정보통신부는 하나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기존 사업자는 물론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수천 · 수만개의 기지국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기지국의 난립과 중복 투자로 인한 국가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고, 도시 미관 및 자연 환경을 훼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 기지국의 공용화 방안을 마련했다. 즉, 동일한 장소에 사업자들이 자기 회사의 기지국을 각각 설치하는 개별 기지국 대신, 하나의 기지국에 2개 이상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기지국을 세움으로써 부정적인 요인들을 방지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1996년 6월 기존의 4개 사업자와 새로 선정 된 9개 신규 사업자가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합의해, 같은 해 10월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으로 하여금 공용화사업을 시행케 했다. 그런데 신규 사업자의 서비스 개시 일정이 촉박해 기지국 설치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함에도 사업 주체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은 비영리단 체로 정보통신부에서 위탁받은 무선국 검사업무를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어, 회계 운용체제의 경직성, 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노정되어 사업자 욕구를 적기에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이에 기지국의 신속한 건설과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위해 기지국 공용화사업만을 전담 하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1996년 12월 30일 한국무선국관리 사업단과 13개 이동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출 자한 한국전파기지국관리(주)가 설립되었다.
외국도 적극 추진중인 기지국 공용화사업
납입자본금 25억원, 임직원 32명으로 출발한 한국전파기지국관리(사장: 이재영)는 공용 기지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1997년 4월과 1997년 12월에 증자를 통해 180억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했으며, 현재는 2본부, 2부, 1팀, 3지점의 조직에 48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수도권 시가지 및 도시 간선도로 · 고속도로의 주변에 공용 기지국을 건설해 주변 기지국을 통합 수용함으로써 기지국 수를 줄여 나가고 있으며, 고속도로내 터널과 지하철 · 대형 건물 내부 등의 지하에는 중계기를 설치해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개별 사업자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곤란한 군통제지역이나 그린벨트내의 기지국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군통제지역은 국방부의 일괄 설치 승인 허가를 받아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린벨트는 전담팀을 구성해 해당 시 · 군 · 구의 협조하에 공용 기지국을 건설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각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할 경우 약 520여개의 무선 기지 국이 난립하게 되어 천혜의 관광자원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사업자별 개별 치국을 최대한 억제하고 모두 공용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지국 공용화사업은 국가적으로는 기지국 난립을 억제함으로써 도시 미관 및 자연 보호, 자원 절감, 전파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고, 사업자에게는 기지국 건설에 소요 되는 막대한 투자비를 경감토록 해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며, 국민에게는 보다 저렴한 요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업체간 중복 투자를 막는 기지국 공용화사업은 국가 · 사업자 · 국민에게 모두 유익한 일석삼조, 기쁨 3배의 효과가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공용화 사업을 시작했으며, 사업자들도 초기 투자비를 적게 들 이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자체적으로 건설하기보다는 임차해 사용하기를 선호 하고 있다.
가장 큰 애로는 업체간의 의견 조울
금년 5월말 현재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건설한 공용 기지국의 수는 103개이고, 금년에 100개의 공용 기지국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총 기지국 수가 4,500여개이고, 사업자간 공용 기지국 수가 3,8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수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선호출은 1982년, 이동전화는 1984년에 각각 서비스가 시작되었는데, 이들 기존 사업자들은 공용화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기지국을 건설하여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기지국을 공용화할 생각이 없었고, 경쟁 관계에 있는 신규 사업자들에게 자신들의 기지국을 공동 사용하도록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용화사업을 일찍 서둘러 기존 사업자의 통신 서비스가 시작될 때 함께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현석 상무는 말한다.
다행히 신규 사업자들, 특히 PCS 3사는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컸고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이에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지상 기지국뿐만 아니라 서울 · 부산 · 대구 등의 지하철내 공용중 계망을 건설해 이들 사업자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기존 사업자들도 이 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실익을 인식하게 되어 공용화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용화사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업체간의 의견 조율이다. 각 회사마다 고유의 시스템이 다소 다르고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업체간의 합의를 도출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사업이 지연되어 사업자가 원하는 시기에 기지국이 완공되지 못하면 사업자들이 공용 기지국 건설 도중에 불참을 통보해 오기도 한다.
기술적인 난제도 있다. 예컨대 대형 건물의 옥상에 공용 기지국을 설치하는 경우 건물이 기지국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의 공용 기지국은 철탑 · 토지 · 전원설비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뿐, 송수신장비와 안테나는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설치하고 있어 자원 절감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작년에 사업개발팀을 구성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지국 공용화사업의 주도적 수행
이와 같이 기지국 공용화사업은 몇 가지 걸림돌로 인해 사업 초기에는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의 발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 기지국 데이타 베이스'가 구축된 것이다.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데이타베이스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기지국의 위치와 소유주 및 제원 등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각각 자기 회사의 자료만 가지고 있었을 뿐 이렇게 모든 회사의 기지국을 총망라 한 자료는 없었다. 그와 함께 금년에는 '전계 강도측정기'라는 장비를 들여왔는데, 이것은 전파의 세기가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비이다.
이 두 가지는 기지국 건설사업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서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이를 활용 하여 전파 음영지역을 조사하고 기지국 공용화 가능 지역을 발굴하여 사업자들을 이 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 기지국 공용화사업은 사업자들이 먼저 음영지역을 조사해 기지국 치국계획을 제출하면 체신청 및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기지국 공용화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해 처리해옴으로써 이 사업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먼저 음영지역을 찾아내 사업자들로 하여금 공용 기지국을 세우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지국 공용화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되어 명실 상부한 전파기지국 관리 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우리 사업은 사업자들이 원하는 기지국을 최적지에, 그리고 저렴하게 공급해 주는 일입니다. 그래야 사업자들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게 되고, 또 그래야 통신요금이 내려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상법 상으로는 주식회사지만 실제 하는 일은 공기업에 가깝죠. 이윤을 많이 내는 것보다는 국민 편의를 항상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국가가 제게 주신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998년 7월에 부임해 기지국 공용화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이재영 사장의 이야기이다.
한편,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에 대비한 표준안을 마련해 이를 정부에 적극 제안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연구소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파기지국 관리가 이 분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거 무선호출이나 이동통신의 서비스 개시 때 기지국 공용화사업을 병행해 추진하지 못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이다. 기지국 공용화사업을 통해 자원 절감 및 환경 보호를 위한 그들의 노력에 기대를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