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무척이나 좋은 주말 오후, 동대문우체국 직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디론가 떠난다. 여행을 떠나기에는 그들이 가진 짐들이 너무 많다. 과일 박스도 보이고 옷가지들도 보인다. 옆의 비닐 봉지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들이 담겨져 있다. 이것을 가지고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 달에 한번씩은 우리 국에서 모은 성금이랑 과일이랑 옷 가지들을 가지고 사랑을 나눠 주러 갑니다. 그리고 저희들 또 한 그들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재충전해서 돌아오죠.”
동대문우체국 임영선 국장은 남에게 도움을 주는데 있어 단지 성금만 전달해 주는 일에서 벗어나 직접 직원들과 함께 소외된 곳을 찾아서 성금도 전해주며 자원봉사도 해주고 있다.
“직원들의 봉급에서 성금만 나가다 보면 자신들이 남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못 느끼게 되며, 봉사의 마음이 시간이 흐르게 되면 퇴색해 버리죠.”
그래서 동대문우체국에서는 감독국을 중심으로 관내국까지 포함해 봉사활동지원조를 10개 조로 편성하여 직접 어려운 곳을 찾아 한 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랑방쉼터」를 방문한 임영선 국장과 직원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었어요
'아찌, 아찌.” “이모, 이모.”
네 살의 다진이와 다섯 살의 다희는 동대문 우체국 직원들을 이렇게 부른다.
“우리 다진이 다희 왜이리 예뻐졌니, 아찌가 맛있는 것 많이 가지고 왔으니 까 친구들과 나누어 먹어.”
“할아버지, 몸 아프신 곳은 괜찮으세요? 할머니 지난번에 손 본 이빨은 좀 어떠세요?
동대문우체국 직원들이 매번 찾는 곳은 포천에 자리한 「사랑방쉼터」이다. 이곳은 갓난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서류 규정상 인가된 복지 시설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무료 쉼터이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을 양육 해주고 교육까지 시켜주고 있다.
「사랑방쉼터」는 박봉주씨 부부가 정부나 기관의 지원 없이 몇몇 뜻있는 분들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사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불쌍한 사람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자원봉사 일을 해오다 아내를 만났죠. 아내 또한 자원봉사 일을 해왔기 때문에서로 평생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자는데 합의를 보고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었죠. 그때가 1986년으로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거짓과 장난치는 사람들 속에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동대문우체국 직원들 같은 분들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방쉼터」 박봉주 원장은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성금만 전해주고 그치는데 비해 동대문우체국 직원들은 원생들을 가족처럼 대해 주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에 대해 항시 고맙다고 얘기한다.
동대문우체국 대회의실에서 가진 「사랑방쉼터」 원생들의 사물놀이패 공연
「사랑의 쉼터」에서 열린 노인 경로잔치
하루가 즐거웠어요
지난 5월 넷째주 일요일에는「사랑방 쉼터, 주최로 포천지역 노인분들을 위한 경로잔치가 열렸다.
동대문우체국 직원들은 자신들이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보통 400~ 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로서 투른 그들의 일손도 큰 보탬이 된다.
이정순씨를 비롯한 여직원들은 그 동안 발휘 하지 못했던 음식 솜씨를 맘껏 뽐내고, 남자 직원들은 그 옆에서 집에서 갈고 닦은 솜씨로 설거지를 도와준다. 음식을 날라주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위해 차로 모셔오는 사람, 전부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어요. 원생들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노인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뵈올 때 저희 부모님들을 보는 것 같았어요.'
서완기 관리과장은 보통의 일요일 같으면 느즈막이 일어나 그냥 하루를 별 의미없이 보내게 되는데, 오늘은 자신도 무언가를 도와주었다는데 뿌듯함을 느꼈던 그런 하루였다고 얘기한다.
'노인분들을 위해 원생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사물패 공연도 했었는데 실력들이 대단하더라구요. 이들은 자신들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공연을 하고 아주 미미하지만 그에 대한 수익금과 후원금을 받아서 운영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지난번 저희들도 우리국 대회의실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사랑운동' 행사에 원생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 직원들이 티없이 맑고 씩씩하게 자란 원생들을 보고 우리도 그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을 주자는데 의견을 모으게 되고, 그때부터 성금으로만 도움을 주는 일에서 벗어나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가 되었죠.'
관리과 조병기씨는 직원들의 호응도가 예년보다 더욱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며 남을 도와주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동대문우체국 직원들은 그 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게 되었는데, 모두들 피곤함 보다는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세상에는 베풀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며칠 전인가 뉴스에서 구두닦이를 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힘들게 번 돈의 일 부를 모아 몇 년째 소년가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어요. 이처럼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재산이 있고 없고를 떠나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교회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태용 서무계장은 오히려 재산이 있는 사람 보다는 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린다며, 없는 가운데에서도 보탬을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한다.
「사랑의 쉼터」 박봉주 원장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임영선 국장
동대문우체국은 5년 전부터 주몽재활원을 비 롯해 한국복지재단에 희망 직원에 한해 봉급에서 공제한 성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성금만 전달하게 되면 의례적인 관행으로 여기게 되므로 직접 현장을 찾아 어려운 사람들과 접하고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관내국들도 자신들의 지역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소외된 곳을 찾아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서울청량우체국이중심이 되어 중증장애인의 재활 장소인 「늘 편한 집을 방문하여 성금도 전달해 주고 그곳의 원 생들과 단란한 하루를 보내고 오기도 했다.
동대문우체국은 이외에도 가까이 있는 동료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두들 자신들의 일인 양 발 벗고 나선다. 지난번 수해가 났을 때도, 그리고 위암으로 투병중인 동료에게도 조그마한 정성을 모아 같이 아픔을 나누었다.
정보통신부 전직원들도 지난 1월부터 사회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다사랑운동'을 펼쳐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남궁석 장 관을 비롯한 정통부 4만여 직원들은 '월 1천원 나누기' 운동을 벌여 모은 3,600여만원을 전국 우체국별로 추천을 받은 147명의 년소녀 가장들에게 생계비로 1인당 25만원씩 꾸준히 지급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이 튼튼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와줄 계획이다. 이외에도 동대문 우체국의 이웃사랑운 동처럼 소년소녀가장 돕기 외에 우체국별로 근처의 사회복지시설과 결연을 맺고 매달 무의탁노인 · 정박아 목욕시키기, 장애인 이발, 청소, 빨래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다들 비정한 세상이라고들 한다. 사람들의 가슴은 모랫바람을 날리는 사막처럼 파삭파삭 메말라 있고, 서로를 사랑하는 인정의 샘은 말라붙은지 오래이다.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진 심성은 증오와 불신과 무관심으로 얼룩져 있다. 모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만 급급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모르는 채 개인적 또는 집단적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더 이상 퍽퍽해지지도 일그러지지도 않을 듯싶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도 얼음장 밑에서 가만히 흐르고 있는 깊은 산 속 옹달샘 같은 이들, 즉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실천하면서 가정에서는 화목을 최상으로 여기며 사회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조그마한 힘이나마 사랑을 베풀어 나가고 있는 이런 버팀목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