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영미선배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안으로 꽁꽁 잠긴 이웃 간의 문은 여간해서는 열리지 않았다. 이웃과 왕래하는 일은 드물고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조차 모르는 일상이다. 시절이 이렇다 보니 늘어난 독신세대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먼 곳에 사는 일가친척이나 가족들보다 이웃이 몇 배는 낫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었다. 낯모르는 이웃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꼴이니 신분을 보장받은 집배원의 방문은 그나마 안심이다.
사람이 우선이던 시절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어떤 이유로든 집배원은 환영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우정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자전거를 타고 농촌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던 그때가 가슴 뭉클하게도 밀려들었다.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 매일이 생생한 날들이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어서 보람도 있고 흐뭇하기도 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란 것을 알면서도 우정은 그래도 일 년 전만으로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싶은 것이다.
고향에 계속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또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우정의 한숨 섞인 말이 탄성처럼 터져 나왔다.
“돌아가고 싶은 때도 있는 걸 보니, 집배원 생활이 마냥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닌 모양이네.”
영미가 그의 상념을 흔들었다.
“이십 년씩이나 이 일을 했는데 왜 없겠어요.”
“나는 자식들 때문에 버텼던 일이야. 내 자식들을 내 손으로 거둘 수 있어서 고마웠던 일이지. 그나저나 심폐소생술은 언제 다 익혀둔 거야? 나 같으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했을 거야.”
“상황이 생기니까 잊어버렸던 것도 기억이 나던걸요.”
“잘하는 게 뭐가 또 있을까요? 우리 김우정 집배원님은…….”
기특하고 대견한 막내 동생을 어르는 말투였다.
우정이 한때는 만능재주꾼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집배원이란 사실을 영미가 알 리 없었다. 자급자족해야 하는 환경에 있자면 누군가는 만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지나간 일을 들춰내자면 일대 장광설로도 모자랄 판이었다. 어쩌다 삐져나오는 오지에서의 경험담을 꺼내놓자면 영미는 그저 피식 실소만 지었다.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일이다.
영미의 집배원 근무는 십 년이 채 안 되었다. 게다가 아파트단지에서만 집배생활을 했으니 우정의 이야기는 무용담이나 동화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다.
“가끔은 말이야. 우리 집배원들한테도 엄마 같은 파수꾼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우정은 나라에서 해주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다가 관뒀다. 대신에 주말마다 집에 오는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화제를 돌렸다. 여자 혼자 몸으로 아들 둘을 건사하고 살자면 힘들고 외로운 날들이 많았을 터였다. 생판 모르는 남의 집 파수꾼 노릇도 하는데 하리를 지키는 일쯤은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우정이 현실을 자각하게 된 이후로 그의 슬픔은 한 발짝 일상의 뒤로 물러나 있었다. 현실은 살아남은 자들의 일이며 하늘에 바치는 의식과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집배원이 독거노인의 목숨을 구했다는 얘기가 온라인을 타고 생명의 물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미담에 굶주린 이들처럼 우정의 이야기를 먹고 또 먹었다. 그가 있는 우체국 내는 말할 것도 없고 만 하루 사이에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위급한 고객과 맞닥뜨렸던 우정의 진땀 나는 시간은 SNS의 위력 앞에 또다시 펼쳐졌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이 아니더라고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누구든지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우정은 인사받기를 사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과하게도 그를 추켜세웠다. 우정은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었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사람 목숨 구하는 일이 어디 그리 흔한가. 겸손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들의 일장 연설은 수순처럼 이어졌다. 기자들의 취재요청이 우체국으로 쇄도하자 곤욕스러운 것은 우정이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흔히 있는 일도 아닌데, 왜, 안 하겠다는 거야?”
“별일도 아닌 걸로 생색내는 것 같고 아무튼 좀 그렇습니다.”
“생색 좀 내면 어때. 이런 때에 집배원에 대한 의식개선도 좀 시키고 동료들 사기진작도 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어?”
집배실장은 우정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집배원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달라는 실장의 간곡한 권유에도 우정은 고개만 내저었다. 정연이 살아있던 일 년 전이라면 혹시 수락했을까. 글쎄다. 어쨌거나 낯선 이들 앞에서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일은 영 마뜩잖았다.
“제가 나서서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게 저라고 얼굴을 내민다면 집배원이 아닌 제 개인의 일이 되어버릴 겁니다. 집배원으로 인해 누군가 생명을 구했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이래야겠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만 나가보라는 집배실장의 말에 우정은 또 잠시 머뭇거렸다. SNS를 통해 퍼져 나간 미담의 당사자가 자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네티즌이 한 번 들고일어나면 밝히지 않는다고, 숨는다고 숨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우정은 자신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했다.
여러 날이 지나자 폭발적이던 SNS의 집배원 미담도 한풀 꺾였다. SNS사건은 생각보다 빨리 잠잠해졌다. 우정은 여느 날처럼 집배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그날은 휴가를 간 동료의 견배물량까지 겹쳤다. 집배원 몇 명이서 물량을 나누기는 했으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륜차에 싣고 나온 집배물량을 소화한 우정은 중간수도보관함으로 향했다. 한꺼번에 다 싣고 나오지 못한 우편물과 견배물량의 자루가 보관함에 있을 터였다.정연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로 우정은 출근을 강행했다. 가슴의 아픔만큼 슬픔만큼 몸을 놀려야 했다. 몸이 녹초가 되어도 우정의 아픔을 잊게 하지 못했다. 쉰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요즘 들어선 하루라도 혼자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잦았다. 그 한편으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하리를 생각하자면 땅 꺼지는 한숨은 절로 나왔다. 세상에 둘도 없는 부녀인 양 살갑게 지냈다. 그 역시 정연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상실감은 이 와중에도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우정의 상념은 오래가지 못했다. 휴대폰 벨소리가 수업 종소리처럼 울렸고 그를 일상으로 불러들였다.
'김우정 집배원님, 맞으시죠?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통화버튼을 터치하기 바쁘게 들뜬 목소리가 건너왔다.
앞뒤의 말은 생략된 채였다. 보나마나 SNS가 퍼 나른 일 때문이다. 우정은 지레짐작했다. 통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둘러대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를 뒤로하고 중간수도보관함으로 바삐 발길을 옮겼다.
보관함에 채워진 자물쇠를 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바짝 긴장한 몸으로 우정은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누군가를 곁눈질했다. 보관함의 물건을 노리는 건 아닌가. 그러다 픽 웃음이 터졌다. 우편물을 훔쳐다 뭐에 쓴다고. 동시에 우정은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아저씨가 맞아요.”
낯선 청년이었다. 우정은 멀뚱한 눈길로 그를 건너다보았다.
“누구신지?”
“저, 기억 안 나세요? 한눈에 아저씨인 줄 알아보겠는데…….”
도심의 골목길에서 우정을 반길 사람은 없었다.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쯤으로 청년을 오해했다.
“댁이 찾는 사람은 내가 아닙니다. 난 지금, 무지 바쁜 사람이니 그만 가던 길이나 가세요.”
“진짜로 저 기억 안 나세요, 아저씨?”
보관함에서 꺼낸 자루를 이륜차에 싣는 우정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취재하러 온 기자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누구지? 우정은 꺄우뚱거렸다.
우정이 몰라봄에 답답한 청년은 몇 걸음을 걸어 보였다. 그러고는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시늉을 했다. 우정은 그제야 겨우 생각이 났다. 소아마비를 앓던 아이. 그러나 이 청년의 다리는 멀쩡하지 않은가. 결국, 우정이 눈앞의 청년을 알아본 것은 그가 나서서 ‘김성철’이라고 자신을 밝힌 다음이었다.
“네가 그 성철이?”
“네. 그 성철이…….”
성철이 우정을 향해 양팔을 뻗어 화들짝 안았다.
집배원이 되고 싶다던 꼬맹이 성철이. 동네 개구쟁이 녀석들이 우정의 자전거를 뒤따라 달리자면 한쪽 다리가 짧아 낙오되기 일쑤인 성철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때문이었다. 우정이 빨간 자전거를 세워두고 아이들과 냇가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보냈던 것은.
조그맣던 울보 꼬맹이 성철이 장정이 되어 나타났다. 성철은 우정의 손을 부여잡고 놓을 줄 몰랐다. 그 시절, 냇가에서 함께 물장구치고 놀아주던 우정을 성철은 잊지 않고 기억했다.
비가 억수로 내린 다음날이었을 것이다. 냇가에서 놀던 꼬맹이 성철의 운동화 한 짝이 급한 물살에 휩쓸렸다. 건져볼 엄두는 내지도 못한 성철은 발만 동동 굴렀다. 물살은 거셌다. 기우뚱한 몸으로는 중심잡기조차 수월치 않았다.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운동화를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운동화를 물살에 빼앗긴 성철은 조부의 신발과 자신의 운동화를 짝짝이로 끌고 다녔다. 조부의 신발은 너무 커서 절뚝거리는 다리로 신고 다니자면 차라리 안 신는 것만 못했다. 작은 발에 조부의 것은 벗겨지기 일쑤고 끌고 다니기도 벅찼다.
맨발로 동네를 걸어 다녔다. 새 운동화를 어쨌냐고 야단하는 조부 앞에 성철은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물속의 나뭇가지에 걸린 멀쩡한 운동화 한 짝을 건진 사람은 다름 아닌 우정이었다. 성철의 것임을 대번에 알아봤다. 아빠의 선물이라며 성철이 좋아서 품에 안고 있던 것이다.
성철이 우정을 유난히 따르게 된 것은 잃어버렸던 운동화를 되찾아주고 나서부터였다. 우정과 친분을 나누기 훨씬 전에도 성철은 거의 매일을 냇가의 돌다리 옆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에 있어봐야 농사일에 바쁜 조부와 조모는 성철의 차지가 되지 못했다. 냇가는 그 마을로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하는 이들에겐 당연히 지나야만 되는 길목이었다. 혼자서 뭐하고 노느냐고 우정이 물었지만 성철은 흘긴 눈으로 보다가 아예 돌아앉기 일쑤였다. 그런가보다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성철이 그곳에서 우정이 아닌 아빠를 기다렸다는 것. 혹시라도 아빠의 소식을 집배원 아저씨가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정은 단 한 번도 편지를 전하지 않았다.
“집배원 아저씨는 기다리는 소식을 가져다준다면서요? 그런데 우리아빠 소식은 왜 전해줘요?”
그거야 성철이 편지를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었다. 성철은 얼기설기한 필체로 주소도 없는 편지를 우정에게 건넸다. 그러나 성철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한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성철도 알게 될 일이었지만 그의 조부는 어린 손자에게까지 굳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주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뭔데요?”
“네 아빠가 계신 곳. 그걸 적어야 이 편지를 전할 수 있는 거거든.”
성철은 지은 죄도 없이 고개만 푹 숙였다.
'아니다. 아저씨가 네 아빠한테 꼭 전해 주마.”
'주소를 모르는 데요?”
“걱정하지 마. 이 아저씨만 믿어봐. 세상의 어떤 편지도 다 전하는 집배원인걸.”
우정은 성철의 머리를 손으로 흐트러뜨리며 말했다.
마을에 들어서기만 하면 성철은 냇가에서 홀로 놀다가도 우정의 길목을 막아섰다. 그 사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부쳐달라고 전했다. 우정의 그의 아빠대신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조부의 부탁이 있어서였다. 아직은 아빠의 죽음을 모르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성철이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우정의 아빠편지는 계속되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달릴 수 없는 성철은 이를 악물었다. 우정의 자전거를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럴 때면 우정은 더 달리지 못했다. 자전거를 세웠고 성철은 그 자전거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나도 나중에 크면 이 자전거를 탈 수 있어요?”
'물론이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 친구들보다 형들보다 내가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요?”
'물론이지.”
'집배원이 되면, 나도 내 자전거를 가질 수 있어요?”
'물론이지.”
'나도 아저씨처럼 멋진 집배원이 되고 싶어요.”
“아저씨보다 더 멋진 집배원이 될 거야, 우리 성철이는. 하지만 서두를 건 없어. 세상엔 집배원 말고도 좋은 할 일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건 아저씨뿐인 걸요. 보고 있으면 아저씨한테서 막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요.”
꼬맹이 성철이 원하는 것은 자전거도 집배원도 아니다. 남들처럼 똑같이 땅을 밟고 자신의 다리로 남들처럼 달리고 싶은 것임을 우정은 잘 알고 있었다. 꼬맹이만 모르는 일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의 성철은 조부모 모두를 여의었고 백부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그와의 연락은 거기서 끝이었다.
우정은 집배를 서둘렀다. 그사이 성철이 어디로 가버리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급했다. 하루의 일과를 끝마친 저녁나절, 삼겹살 철판구이집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진 다음이었다. 사람들은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아저씨는 하나도 안 변했어요. 여전해요. 냇가에서 아저씨랑 놀던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성철이 말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회계사가 됐어요. 예전엔 집배원이 되겠다고 그렇게 난리를 피웠었는데……. 몸으로 하는 일은 나보다 보는 사람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죠.”
“집배원 안 되길 천만다행이지. 그랬으면 번번이 행랑버리고 줄행랑쳤을 거야.”
우정은 한 잔의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마도 그랬을 테죠.”
그들은 마주 보고 껄껄거렸다.
“그나저나 다리는 어떻게 된 거야? 너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약간의 속임수죠. 기울기를 조절한 특수구두를 신거든요.”
자세히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정상이라고 착각할만했다.
“그나저나 내가 여긴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찾기 힘들었을 텐데…….”
“119구조대 신고 접수서에 적힌 걸 봤어요. 처음엔 동명이인인가 했어요.”
성철은 집배원이 신고를 했다는 말에 신고자의 연락처를 메모했다. 나중에라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백부의 아들은 해외에 살고 있었다. 백부를 미국으로 초청했지만 늘그막에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살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성철 또한 대학졸업 후 백부의 집에서 독립한 터라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백부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성철은 메모를 다시 살폈다. 무심히 넘겼던 ‘김우정’이란 석 자는 몹시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성철이 기억하는 김우정이라면 더욱 만나야 했다. 보고 싶었고 가슴은 설레게도 뛰었다.
전체 줄거리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은 우정은 멈춰버린 시계처럼 182일째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날은 죽은 아내로부터 편지가 온 날이었다. 5년 전의 시간으로부터 날아온 편지. 우정은 실로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고향에서 엄마 해자와 함께 지내며 집배원 생활을 하던 스물셋 그때. 우정은 가슴 설레는 일상을 맞이했고 행복했다. 소식을 나르는 일뿐 아니라 담당지역민들의 온갖 심부름을 자처한 그는 그들의 손과 발이었다. 필요하다는 것이 뭐든 빨간 자전거로 실어 날랐다. 집배원 배지를 단 우정은 그들에게 가족이었고 반가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 아내를 잃은 우정은 제2의 혹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다.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그 옛날의 행복한 집배원으로 거듭나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우정의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총 12화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다.
작가 소개 양수련
시나리오작가이자 추리문학가이며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문학적 글쓰기 강좌를 운영 중에 있다.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과 제2회 추계시나리오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하얀심장을 가진 사람들」, 창작소설집 「G빌라」「지옥문을 여는 방법(공저)」외 대중예술서인 「시나리오 초보작법」 「시나리오 Oh! 시나리오」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