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영양식, 더러운 곤충은 가라!
지구에 와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구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들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서로 즐기고 같은 생각과 행동을 맞춰간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일정한 날짜에 같은 행동을한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날이「추석」이다. 추석은 한가위, 가베, 가위, 중추절이라고 다양하게 부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먹을거리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마련하는 차례 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올라온다. 흥미있는 사실은 음식을 배열하는 방법이다. 차례 상에는 음식을 놓는 방식이 있다. 오래 전부터 같은 방식으로음식을 놓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추석이 되면 인터넷을찾아 혹시나 자기가 음식을 잘못 놓았는지 맞춰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다. 차례 상은 보통 음식을 다섯줄로 놓는다. 맨 앞줄에는 과일이 놓여 있다. 그리고 다음 줄에는 나물과 채소. 그 다음에는 고기와 생선, 전. 맨 마지막 줄에 놓이는음식이 밥과 국이다. 음식을 가만히 살펴보면 맨 앞줄에 놓인것들은 과일처럼 그냥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을 따서 먹으면 되는 간편한 음식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불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음식. 마지막으로는 농사를 짓고 그릇을 사용해서만들어야 하는 정성스런 음식이다.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 순서대로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식은 각각 놓는 방향과 수가 정해져 있다. 땅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식물로 만든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짝수로 맞추고, 그 밖의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 음식이라는뜻으로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추석에는 밥 대신 떡을 올렸다. 그것도 달의 모습을 따서 만들었다는 송편을 올린다. 떡은 농사를 지어 쌀을 거둬들이고 이를 다시 찧어 만든 정성스런 음식이다. 떡은 곡식으로 만든 먹을거리 중에서도 가장 청결한 음식으로 간주한다. 주식인 밥이나 떡에는 국이 항상 따라온다. 하지만 차례 상에는 평소에 먹는 위치와는 달리 국을 왼쪽에 두고 밥을 오른쪽에 둔다. 이것은 죽은 자의 세계가 산 자의 세계와 다름을 의미한다.
생선과 포는 머리를 동쪽에 두고 꼬리를 서쪽에 둔다. 동쪽은 소생을 의미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감, 배, 대추, 밤 같은 과일은 땅에서부터 얻은 음식이라고 해서 짝수로 맞춘다. 대신한 접시에 올리는 과일의 수는 홀수로 놓는다.
차례 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낼 때는 항상 느껴지는 향기가 있다. 은은한 향내음이다. 향은 주로 향나무로 만드는데, 조상님을 모시는 의식으로 사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청결이다.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놓았으니 조상님보다 더 먼저 손을 대는녀석들은 곤충이다. 음식을 앞에 놓고 살충제를 뿌리기 어렵고,잡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상님들의지혜가 바로 향이다. 향은 은은한 향기로 음식 냄새를 잠재울수도 있지만 곤충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추석이라는 날짜를 정해놓고 같은 날 같은 상을 차리고 같은행동을 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특이하다. 하지만 이런 문화를 통해서 어른을 공경하는 자연스러운 교육을 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완벽한 식단의 음식을 차려 원기회복을 하기도 한다.음식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방향과 수까지 생각하는 지구인들은 참 재미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