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이 만든 최악의 시나리오
지구에는 참 많은 물질이 있다. 사람들이 서있을 수 있는 땅덩어리도,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도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지구를 이루는 물질보다도 더 많다. 지구에 있는 물질도 부족해서 인간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병을 낫게 하는 약은 동물이나 식물에서 뽑아내기도하지만 합성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물질을 잘 이용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을 먹으면병에 걸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런 물질 중 하나가 멜라민이다.
멜라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람은 중국인이지만, 만들어낸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이비히다. 그것도 자그마치 175년 전에 만들었다. 멜라민은 질소가 많이 들어있는 유기화합물로 합성수지를 만드는 재료다. 온도에 강해서 350도가 넘어야 녹는다. 이런 성질 때문에 국자나 플라스틱 그릇 같은 주방용기를 만드는 데 아주 적합하다. 멜라민에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을넣고 굳히면 멜라민수지가 만들어지는데, 멜라민수지로 그릇이나국자 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멜라민이 문제가 된 이유는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물질을 먹었기 때문이다. 도구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하는 물질을 아무런검사 없이 먹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물론 멜라민에는 질소가 많이 들어있어서 50년 전에는 질소영양제로 개발되기도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고 오히려 신장병이나 요로 결석을 발생시키는 고약한 물질임이 드러났다.
중국인들이 멜라민을 분유에 넣은 이유는 이런 질소 성분 때문이다. 분유와 같은 유제품이나 동물의 사료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검사할 때는‘켈달 단백질 검사법’을 주로 사용한다. 분유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법인데, 단백질 안에 들어있는 질소의 양을 측정하기 때문에 질소의 양만 맞으면무사통과다.
원가 절감의 달인인 중국인들은 이런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비싼 우유보다는 저렴한 멜라민을 택했다. 분유를 만들 때우유 대신에 물을 넣고 부족한 질소의 양을 채우기 위해서 멜라민을 넣었다. 멜라민을 구성하는 성분 중에서 질소가 65%를 넘게 차지하니 검사는 당연히 무사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는 통과했지만 사람까지 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분유를 먹은 아이들은 사망했고, 6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면서 일파만파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분유에서 시작한 멜라민은 굵직한 제과회사들의 유명 식품에서 발견돼 뉴스에 올라갔다. 아이들 손에서 사랑받던 과자가 멜라민으로 공포의 대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멜라민이 완전한 독성물질은 아니다. 물론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는 신장 속에서 엉겨 결정을 이뤄 요로 결석의원인이 되지만 신체 다른 부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없다. 게다가 물이나 기름에 녹지 않아 몸에 축적되지 않고 빠져나간다.
지구에 사는 생명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잊는 순간 대단한 능력은 같이 살고 있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제발 먹는 것가지고 장난치는 세상은 지구에도 우주에도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