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체국의 경영 환경
우체국은 공공의 복지증진을 위한 우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반국(1980국), 별정국(753국), 취급국(818국)의 ‘삼두마차’로 구성된 공조직이다. 일반국과 별정국은 소요재원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신분이 공무원(또는 준공무원)인데 비해 취급국은 법인· 각급단체 또는 개인이 위탁 받아 경영하며 비용조달도 우체국창구업무의 위탁취급수수료에 의존한다. 수지가 열악한 일반국을 취급국으로 대체하는 추세라서 취급국 점포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체국보험사업도 직원보다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FC의 마케팅 위주로 판매(신계약점유율 56.3%)되고 있어 그 비중 또한 계속 증가될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우체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새로운 파트너십 형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또 우체국만의 특수한 수평적 관계도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필요로 한다. 우체국직원이면서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조직된 ‘전국우정노동조합(1958년 출범)’과 ‘공무원노동조합(2006년 출범)’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역시 조직의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우체국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길이 행복한 우체국 조성의 관건이 되었다.
2. 이상적 공동체 추구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어려움은 비단 저성장과 저물가에서 촉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 두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사회공동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직시하며 제 위치에서 공정한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
예전 우체국에서 가장 많이 쓰인 화두는 ‘우체국가족’과 ‘우편물소통’이었다. 우체국은 규제행정이 아닌 서비스행정이므로 특히 직원들 간의 친밀감이 남달랐고, 연말이나 선거우편물 폭주기 때 합심해서 우편물을 소통했던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통상우편물이 감소되면서 우체국가족이라는 용어 또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행복(幸福)의 의미를 ‘공동체 관계망 속에서의 적정 배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혹자는 타자에 대한 공동체 간 공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행복론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조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공동체적인 이상이 실현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가 올바로 서거나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툴 게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천로역정>처럼 상호 협력할 때 행복이 보장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속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보자. 우리가 먼저 실천하면 차차 힘이 모아져 내가 속한 가족, 학교, 직장, 사회, 국가, 인류는 물론 우주전체까지 파급되지 않을까.
3. 변화하는 우체국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 건 다름 아닌 미세먼지였다. 곡식이 점차 사라지고 지구가 황폐화 될 때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며 그 해결책을 찾는 대사가 자못 감동적이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체국이 어렵다는데 이는 통상우편물의 감소 때문만이 아닐 것이며 비단 우체국만의 현실도 또한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큰 굽이에 서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정사업 130여 년 동안 이러한 위기가 어찌 요즘뿐이겠는가? 그간 우정사업은 우편물의 빠르고 정확한 소통을 위해 우편물종별체계를 개편하고 집중국소통체계로 그 판을 바꿨으며, PDA와 집배순로구분기 등 IT와 연계한 최첨단 장비로 물류시스템의 혁신을 선도했다. 글로벌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로 수출까지 하는 상황인데도 일선 우체국직원들의 심리적 위기감은 여전하다. 왜 그럴까?서천우체국의 김현선 경영지도실장이 필자에게 그 대안을 제시한다.
“우체국은 그 어느 때보다 상호협력체계가 보편화 되고 있다. 종전 상하 위계질서보다는 파트너십으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일반직과 우정직, 우체국과 취급국·FC 등의 구분은 이제 그 의미가 없어졌다.”
4. 뉴 파트너십의 토대
파트너십이란 흔히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공동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을 맛보는 경험이라고 한다. 파트너십의 선결요건은 두 사람이 공유한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서로를 돕는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파트너십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신뢰와 공정성을 바탕으로 상호 책무성을 가지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투명하게 협력해야 파트너십을 달성할 수 있다. 학자들은 멋진 파트너십을 갖고 싶다면 먼저 멋진 파트너가 되라고 권한다. 자신만이 만능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물론 파트너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의 동기와 자신의 성취에 대한 견해를 하나로 만들어서 파트너십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상대의 신뢰를 바란다면 당신이 먼저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라. 화는 더디 내고, 용서는 빨리 하되 함께 일하는 동안 소통을 게을리 하게 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함께 사이 좋게 살아가고 싶고, 시너지를 창출하고 싶다면, 서로를 대등한 인격체로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5. 뉴 파트너십의 일곱 가지 키워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협력을 최종 목표로 한 인간의 모든 노력에 찬성한다. 서로 싸우고 비난하고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절대적 진리를 소유하지 못했고, 협력이라는 최종목표에 이르는 길은 많다.”고 말했다. 파트너십이란 혼자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가정이 전제된 콤비 플레이다. 현대의 전문화된 조직은 서열을 내세우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상관이 힘이나 자랑하면서 순종을 강요한다면 그 부하들로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권위는 없을지라도 부하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매우 커졌다. 국과장이 지시를 내릴 때보다 신선한 파트너십을 보여줄 때 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뉴 파트너가 되기 위한 키워드를 일곱 가지로 축약해 본다.
① 공동목표를 중시한다
협력은 서로 분명한 성과를 위해 노력할 때만 일어난다. 협력 관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금년 3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6 엣지’를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회사의 신종균 사장은 “우리는 밑바닥부터 다시 해냈다!”며 “저는 이 회사, 그리고 회사를 지탱하는 직원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 했습니다. 그래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가고 다시 한발을 더 내디뎠습니다.”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공동목표를 향한 구성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90조 원(817억 1,6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 제2의 기업으로 재도약시킨 것이다.
② 제 몫을 다해 서로 돕는다
파트너십을 갖는 데 우선 필요한 게 두 사람이 공유한 책무를 위해 서로 긴밀히 돕는 일이다. ‘91년 3월 당시 우정국국내우편과(과장 전창오)를 중심으로 선거우편물의 유료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체신노조(위원장 이주완)는 그해 4월 26일 156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의원대회를 긴급 소집하여 ‘선거우편물의 발송을 유료화 할 것’을 주장하며, ‘선거우편물 소통작업을 일절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국회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거관련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동년 12월 17일 본회의를 통과시켜 부재자신고우편물을 제외한 모든 선거우편물을 유료화 시켰다. 이로써 당시 4대 선거를 치르는데 약 69억 2,040만 원의 새로운 세입원이 확보되었으며 노· 사간 상생의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③ 잘하는 분야를 공유한다
세계 브랜드 가치 1위(1,283억 300만 달러)인 애플 신화의 탄생은 ‘76년 4월 1일 잡스와 워즈가 웨인의 아파트에서 합자 사업계약서를 작성한 시점부터 시작된 파트너십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계약서에 서명한 지 11일 만에 웨인은 실패가 두려워 ‘파트너 사퇴서’를 작성하여 그의 지분 10%인 2,300달러를 받고 스스로 포기했지만, 뼛속까지 컴퓨터광인 워즈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잡스의 비전이 어우러진 파트너십의 원형을 기반으로 애플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멋진 고안품을 만들어 내는 온화한 마법사인 워즈와 그것을 사용자 친화적인 하나의 패키지로 조합하고 출시해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궁리한 잡스의 합작품인 셈이다. 상호 보완이 대성공한 사례다.
④ 원활히 소통한다
이순신과 류성룡은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순수한 충정으로 수시로 편지를 교환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했다. 1591년 2월 서애가 천거한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하고 그 이듬해 3월 5일 서애가 보낸 <증손전수방략>이라는 전략서를 충무공이 받아 실전에 적극 활용한다. 충무공은 7년여 기간 동안 40여 회의 해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 누란에 처한 국가를 구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이룬 쾌거였다. 1953년 세계 최초로 DNA의 이중나선형 염기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과 제임스 D. 왓슨도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류사의 위대한 발명을 거둔 사례로 회자된다. 이처럼 상호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때 파트너십은 빛을 발할 수 있다.
⑤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한다
두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페어플레이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트너십은 망가진다. 이때 서로의 약점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신은 정상인데 상대방은 비정상이라 여기는 이른바 ‘자기중심주의’는 파트너십의 저해 요인이다. 파트너십이 원활하게 유지되려면 서로의 결점을 수용해야 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실수할 때 이해해주는 것이다. “적극적 용인은 부정적이고 불리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명한 사람은 바꿀 수도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무익한 시도에 시간을 결코 허비하지 않는다.”
⑥ 이타심을 발휘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도 바라는 바이지만 관대하고 이타적으로 공동선을 향해 협조하는 사회를 세우길 바란다면 생물학적 본성에서는 도움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페르와 레닝거 같은 생물학자들은 “우리 인간은 분명 이타심을 갖고 진정한 이타적 행동을 하는 유전적 구조를 지닌 유일한 종이다.” 라고 말한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종이지만 한편으론 이타심에 대한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이를 존중하는 종임에 틀림없다. 인간이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끊임없이 서로를 알아가려고 이타적으로 노력한다면 유전적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경쟁(競爭)과 협력(協力)을 넘는 경협(競協)을 제시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지 않은가.
⑦ 공정한 신뢰를 추구한다
1953년 5월 29일 네팔의 텐징 노르가이와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는 에베레스트(해발8,848m)를 세계 최초로 함께 등정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유리했던 점은 로프로 연결해 서로의 간격을 확보할 수 있었단 사실이다. 위험한 지점에서는 한 사람만 전진한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과 로프의 위치를 확보하고 선두가 추락할 경우를 대비해 자일을 확보한다. 두 사람이 같은 자일에 묶여 있는 한 둘은 하나였다. “오르는 길 내내, 그리고 내려오는 길 내내 우리는 서로를 도왔다.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래야 했으니까. 우리는 대장도 아니었고 부하도 아니었다. 우리는 파트너였다.” 두 사람이 성공하느냐 살아남느냐는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며 힘을 합치느냐에 달려 있었다.
필자 약력
정순영(우정사업본부 기록물평가심의위원)
‘76년 광화문우체국에 입문하여 체신부·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에서 근무했으며, 동해·여수·전남청우정사업국·의정부·서울중앙·아산국장으로 일하다 ‘13년 퇴직했다. ‘92년부터 <정보와 통신>지에 ‘알기 쉬운 우편상식’을 3년여 동안 연재했고, ‘08년 문단에 데뷔하여 우체국사람들의 일상을 책으로 엮은 <아름다운 기별>·<의정부의 사계>·<아름다운 동행>을 펴냈다. 대구신문 ‘문화춘추’에 칼럼을 연재(‘09~‘10)했고, 제1회 ‘자랑스런 우체국장상’을 수상한(‘11)바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석사)했으며, 공기업정책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집필과 연수, 기록물평가심의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