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맥 그리고 정맥 순환장애란?
심장에서 품어져 나온 혈액은 동맥과 모세혈관을 통하여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이동한다. 혈액은 모세혈관을 통과하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조직에 공급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받아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간다. 즉, 정맥은 온몸의 각 기관을 순환한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다. 몸의 ‘혈액순환 과정’을 상하수도를 통한 ‘수돗물 공급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다. 상수원 물이 가정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펌프의 도움이 필요하다. 펌프(심장)에 의해서 만들어진 수압(혈압)으로 물이 수도꼭지(모세혈관)를 통해서 가정(조직)으로 공급된다. 가정에서는 이 물을 이용하여 먹고, 씻는 데(산소와 영양분) 사용하고 더러워진 물(노폐물과 이산화탄소)은 하수도(정맥)를 통해 폐수처리장(폐나 신장)을 거쳐 다시 강으로 되돌아간다.상수도에 문제가 발생하면 집에 먹을 물이 없지만 하수도에 문제가 생기면 사용한 물이 배출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혈액순환도 마찬가지이다. 동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 장애가 발생하게 되며 정맥에 문제가 있을 경우 혈액이 원활하게 심장으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흔히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질환은 동맥경화증에 의해 동맥이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동맥(상수도) 순환장애이다. 동맥경화증은 동맥의 노화로 발생하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2. 정맥 순환장애 발생에서 혈전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정맥 순환장애는 정맥 내에 혈전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정상적으로 혈전은 혈관이 손상되었을 때 혈관을 막아 혈액 누출을 막는 보호역할을 한다. 그러나 홍길동씨는 혈관 손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혈전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혈관 손상 없이 혈액의 흐름이 심하게 정체되었을 때도 혈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앉아 있었고 다리 근육의 펌프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혈액이 심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맥 내에 정체되어 있었을 것이다.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한 후에 다리에 혈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이코노미 증후군이라고 한다. 혈전은 콘크리트와 같아서 처음에는 젤리 형태를 취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돌 같이 단단해진다. 홍길동씨의 경우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젤리 상태에 있는 혈전에 대해 치료를 받았으면 정맥 순환장애는 완전히 치료되었겠지만 3개월이 경과한 후에는 혈전이 콘크리트와 같이 단단히 굳어 치료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다리 정맥에서 가장 중요한 혈관은 근육 사이, 즉 깊숙이 위치한 심부(深部)정맥이다. 심부정맥은 고속도로에, 표재정맥은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국도에 비유할 수 있다. 피부밑에 있는 표재정맥이 굵어지면 미용상 좋지 않지만 기능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홍길동씨의 경우 심부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면서 혈액이 표재정맥으로 이동하여 피부에 파란색 혈관이 튀어나오면서 다리 부기는 처음보다 다소 감소하였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심부정맥의 순환장애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다리 정맥 내에 있는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하게 돌아오지 못하여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게 된 것이다.
3.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은 심부정맥 혈전증이 잘 발생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이다. 다리 정맥 혈전은 홍길동씨와 같이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점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후자의 경우 주로 정맥 밸브 주위에 혈전이 발생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혈전이 단단하게 굳으면 밸브를 망가뜨리기 시작하고 밸브가 망가지면 걸을 때 다리 근육이 수축을 해도 정맥 내에 있는 혈액이 심장으로 잘 흐르지 않는다. 혈전으로 정맥 판막이 망가져서 다리가 붓는 병을 “혈전 후 증후군”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오래 서 있을 때만 나타나고 휴식시 호전되지만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은 “혈전 후 증후군”이 발생하면 초기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정도가 더 심하다. 정맥 혈전 발생은 선천적 체질, 임신, 피임약, 장시간 부동자세나 비행기 여행, 유산 또는 분만 후, 정형외과, 복부, 신경계 등의 수술, 척추, 골반, 대퇴 등의 골절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 비만, 흡연 등이 관여한다.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은 이러한 문제 등이 원인이 되어 “혈전 후 증후군”이 발생하면 다른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보다 더 고생하게 된다.
4. 심부정맥 혈전증과 “혈전후 증후군”의 예방은?
과거 불행하게도 산후조리 중에 갑자기 죽는 산모도 있었는데 원인 중에 하나가 폐혈전증이다. 임신한 여성은 혈전 발생 위험이 높은데 심부정맥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정맥을 막아 몸 혈액순환 전체를 막은 것이다. 요즘 병원에서는 출산 직후 산모를 포함하여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 혈전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는 수술 직후에 가능한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것을 권장한다.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콘크리트를 나르는 레미콘은 내용물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통을 계속 돌리면서 간다. 혈액도 마찬가지여서 흐르는 피는 혈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홍길동씨도 비행기 안에서 몇 번만 앉았다 일어섰어도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혈전이 젤리 상태에 있을 때는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기구를 정맥에 삽입하여 제거하기도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혈전은 녹지 않아 치료가 힘들다. 향후 홍길동씨는 가능한 다리를 높게 올리고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탄력성 있는 압박 스타킹을 신어 정맥 혈액의 역류를 최소로 해야 한다. 홍길동씨의 경우 파랗게 튀어나온 혈관은 외관상 좋지 않아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심부정맥이 막혀서 갈 길이 없는 혈액이 표재정맥으로 이동하면서 정맥이 튀어나온 경우이므로 수술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부정맥이 정상인 사람에서 표재정맥이 튀어나온 경우, 즉 정맥류가 발생한 경우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