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
과거 우리 사회가 빈곤했을 때는 영양 결핍이나 전염성 질환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질환이었다. 그러나 최근 30~40년 동안 빠르게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수명이 연장되면서 이제는 영양 과다로 인한 질환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즉, 현대인의 주된 사망 원인으로 암과 함께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최근 들어 의학계에 큰 관심이 되고 있는 질환이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어렵게 들릴 수 있으나 쉽게 얘기하면 앞서 언급한 성인병의 뿌리와 같은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의 진단 기준으로 관련 학회에서는 1) 복부비만 (허리둘레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 2) 고중성지방 혈증 (150mg/dL 이상), 3) 저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 혈증 (남성 40mg/dL 이하, 여성 50mg/dL 이하), 4) 고혈압 (130/85mmHg 이상), 5) 내당능장애나 당뇨병 (공복혈당 100mg/dL 이상)을 구성 요소로 제시했으며,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런 대사증후군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남성의 32%, 여성의 29%가 대사증후군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50대를 넘어서면서 60대에는 여성에서 42.1%, 남성에서 37.0%로 장년층 이후에는 여성이 더 많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시작되는 시기인 50대를 기점으로 대사증후군의 증가 양상이 매우 명확해진다. 또한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사증후군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 중 혈압 상승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나, 여성은 폐경 전후에 대사증후군의 여러 구성 요소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점도 차이점이다. 여성의 폐경 시기에 대사증후군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변화는 바로 호르몬 분비의 변화다. 즉, 폐경으로 인해 체내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신체 조성이 변하며, 당뇨 및 고혈압의 발생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의 대사 역시 변화가 오는 등 대사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대사증후군은 직장 여성보다 전업주부에서 더 많은데, 이는 전업주부의 경우 식습관 등 생활 습관이 더 불규칙해지기 쉽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율동적 유산소적 운동 꾸준히
대사증후군의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생활 습관의 교정이다.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은 흡연, 음주, 수면과 같은 생활 습관과 깊은 관련성을 가진다. 흡연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현재 하루 1갑 미만 흡연을 하는 사람은 1.3배, 하루 1갑 이상 흡연을 하는 사람은 1.8배 높게 대사증후군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음주의 경우도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하루 60kcal 이상 음주를 하는 사람은 1.5배 이상 대사증후군이 발병할 위험이 크다.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도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1.3배 높았다.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고 신체 조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2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신체 지방 중에서도 피하지방보다는 복강 내에 쌓이는 내장지방이 대사증후군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복부 비만의 증가가 대사증후군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내장지방은 감소시키고 전신, 특히 하지의 골격근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운동은 큰 근육을 사용하며, 장시간 동안 유지되어야 하고, 율동적이면서 유산소적인 특성을 가진 운동이 좋다.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노젓기, 댄스, 스케이트,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이 이러한 특성을 지닌 대표적인 운동이다. 최소한의 신체적 적절성과 건강상의 이득을 위한 신체 활동은 적어도 주당 700cal를 소모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인이 최대한의 건강상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주당 2000cal까지 소모하도록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의 적절한 빈도로는 매주 최소한 3일간, 이상적으로는 주당 5일간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권장된다. 하루 중에 짧은 시간 운동을 여러 번 나누어 하는 것은 긴 시간 동안 한번 운동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하루 총 에너지 소모량이 유사하다면 다회 및 일회 운동에서 얻어지는 건강 이득은 유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식습관이 중요
불규칙한 식습관을 개선하고, 식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도 대사증후군의 관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인의 식사에는 기본적으로 당질과 나트륨이 과다한데, 이는 대사증후군 관리에 있어 매우 좋지 않다. 적절한 식사 요법으로 저당질, 고섬유소, 저당지수, 저지방, 저나트륨 식사 요법이 바람직하다. 당질 섭취를 총 에너지의 45~60%를 유지하되 60%에 가까울수록 식이섬유소 혹은 낮은 당지수 식품을 섭취하고 45%에 가까울수록 단백질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 과일 및 통곡류 등이 권유되는데, 하루 1000cal당 20~40g의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지질 섭취는 칼로리는 높은 반면 포만감이 없어서 더 많은 칼로리 섭취 증가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비만 및 대사증후군을 초래하므로 총 에너지의 30%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5g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대사증후군에서는 정상인보다 나트륨 섭취가 더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D, B, E 및 카로티노이드, 엽산 등의 적절한 섭취도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이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비타민D 결핍을 막기 위해서는 햇볕을 쬐거나 기름진 생선이나 유제품 등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이나 보충제를 섭취해야 한다. 칼슘 역시 혈중 지질을 개선하고 체중 및 혈압을 감소시키는 등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성 대사증후군의 경우 호르몬 치료의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신체 조성의 개선에 유익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를 할 경우 이로 인한 득과 실에 대해서 담당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사증후군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며, 장년층 이후에는 여성에서 더 흔하다. 여성의 경우 폐경 시기 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오면서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혈압 상승이 두드러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 대사증후군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가 한꺼번에 나타나기 때문에 조절 측면에서도 더 어려운 점이 있다. 대사증후군의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며, 특히 적절한 식습관 및 운동과 이를 통한 체중 조절, 신체 조성의 개선을 통해 대사증후군의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