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카드
‘떴다방’ 막는 ‘분양권 전매제한’
첫 번째 카드는 ‘전매제한’이다. 통상 ‘전매’란, 새 아파트 당첨자가 입주 전에 분양권을 파는 것을 말한다. 분양권을 재판매할 때 웃돈(프리미엄)이 붙다보니 전매는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기간 전매제한을 하면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어 마냥 전매제한 기간을 늘릴 수만은 없다. 가격 상승을 막으면서 재산권 제약은 최소화하는 경계를 잘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전매제한은 각 지역별로 기간이 다르게 적용된다.아파트는 건설 전 분양을 하고, 공사를 시작한다. 건설에는 2년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2년 이내라면,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들은 아파트가 준공도 되기 전에 웃돈을 붙여 자신의 분양권을 팔 수 있다. 이때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이 개입한다. 이들은 견본주택을 보고 나온 사람들에게 ‘가구주인지’, ‘1순위 청약통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신상정보와 선호하는 평수를 알려 달라’는 방식으로 고객명단을 확보한다. 이후 당첨된 층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고객에게는 분양권을 팔라고 제안하고, 당첨이 안 된 고객에게는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넘긴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 4구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2년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제한하는 조치였다. 이렇게 되면 입주하기 전까지 집주인이 바뀌는 문제가 사라진다. 입주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시점은, 건설사가 새 아파트에 대한 ‘보존등기(준공 후 60일 이내)’를 낸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은 기존 강남 4구에 적용되던 규제를 서울 전지역으로 확대시켰다. 11·3 이후에는 강남 4구 신축 아파트의 ‘떴다방’이 불법이었다면, 6·19 이후에는 서울 전 지역 신축 아파트의 ‘떴다방’이 불법이 됐다.
두 번째 카드
‘대출 제한’ 하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분양권 전매제한 자체도 파급력 있지만, 더 강력한 제도가 있다. 바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제도다. 간단히 말하면 이들 지역에선 ‘분양권 전매제한(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부동산 대출규제’ 를 받게 된다. 주택유형이나 대출만기, 대출금액 등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 적용된다. 예컨대 3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려 한다면 주택담보대출은 매매가의 40%인 1억2000만 원까지만 가능하고, 연소득 4000만 원인 사람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인 1600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3억 원 이상인 주택을 구매할 때는 자금조달 계획과 입주계획을 밝혀야 하고, 추후 탈세나 실거주 여부 등을 확인받는 ‘주택거래신고제’ 대상이 된다.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LTV·DTI를 각각 30%로 적용한다. 무주택 세대주·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는 7000만 원 이하)·주택가격 6억 원 이하 등 서민과 실수요자는 이런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투기지역에서는 여기에 몇 가지 규제가 추가된다.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제한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1인당이 아니라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된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과 비슷한 규제로 ‘청약조정대상지역’도 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일정기간 제한되고, 1순위 청약자격이 강화된다. 규제 크기 순서로 보면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 > 청약조정대상지역’ 순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이상 8·2 대책), 경기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이상 9·5 대책)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강남 4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 서울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그리고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역)가 ‘투기지역’이 됐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단 내용면에서 직전 두 정부와는 현격히 다르다. 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으로 보고 ‘주택 건설’을 부동산 대책의 주요 항목으로 제시했다면, 현 정부는 ‘과잉 유동성 공급’을 원인으로 보고 규제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카드
‘재개발 광풍’ 막는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6·19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새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되자 재건축 조합원이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분양권에 투자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이를 막기 위해 8·2 대책에서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도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에 대한 전매제한 규제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직후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조합설립인가 후 집을 사도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쯤 되면 투자 수요가 어느 아파트로 몰릴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재건축 절차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기본계획 수립→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추진 위원회 설립→조합 설립→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착공·분양→입주·청산 9단계로 진행된다. 8·2 대책으로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는 사그라들고, 조합 설립 인가 전 재건축 단지(서울 압구정동 현대 8차 아파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카드
‘갭투자’ 막을 ‘양도세 중과’
최근 2~3년간 저금리와 전세가격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했다. 갭투자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인 뒤 집값이 올랐을 때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투자기법이다. 예컨대 매매가가 5억 원이고 전세가가 4억5000만 원인 아파트가 있다. 전세를 끼고 이 아파트를 살 경우 5000만 원만 대출받아도 집을 구입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갭투자를 “집을 거주 공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보는 신종 수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갭투자를 막을 주머니 속 카드는 ‘양도세’다. 서울 전지역 등 전국 40개 시군구가 포함된 청약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두 채 소유할 경우 앞으로 양도소득세율은 10% 포인트 상승한다. 현재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40%이므로, 청약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두 채 소유한 사람의 최고세율은 50%가 된다. 세 채 이상 있으면 20%포인트가 올라 최고 세율이 60%가 된다. 집을 3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세를 줄여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다주택자는 제외된다. 양도세 중과는 내년 4월 1일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고 자기가 사는 게 아닌 집은 파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 카드
‘평당 4000’ 낮출 ‘분양가 상한제’
서울 강남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3.3㎡(1평) 당 4000만 원이 넘는다. 땅값과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 아파트에 적용되면 분양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LH나 지자체 등이 개발하는 ‘공공택지’ 위에 세워진 아파트에만 적용됐다. 민간이 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민간택지에는 적용 기준이 엄격해 사실상 사문화된 정책이었다. 강남은 주로 민간택지에 세워진 아파트들이 많다.
현 정부는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가운데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 1(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한 곳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 중에서 한 개의 요건이라도 충족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보다 조금 강한 수준으로 사실상 서울 강남을 1차 타깃으로 한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분양 당시에는 싼값에 분양되지만 이후 주변 시세만큼 가격이 오른다. 그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분양 로또’로 불린다.
여섯 번째 카드는?
아직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주머니 속 카드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책은 ‘보유세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재산세가 부과되는데 1인당 보유 주택가격이 9억 원(2주택자 이상은 6억 원)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현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추진할 경우 종부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주택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라서 노무현 정부 시절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보유세 인상 정책을 발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8·2 대책에 ‘보유세 인상’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양도소득세는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인 반면 보유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부과하는 세금이라서 조세 저항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머니서 나온 5가지 카드가 과연 ‘천정부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 대책 이후 일부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보인다. 다만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실패했던 경험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억제와 완화가 반복됐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서울시 뉴타운 정책이 엇갈리면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단 내용면에서 직전 두 정부와는 현격히 다르다. 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 으로 보고 ‘주택 건설’을 부동산 대책의 주요 항목으로 제시했다면, 현 정부는 ‘과잉 유동성 공급’을 원인으로 보고 규제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돈을 많이 풀었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는 판단이다. 원인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규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6번째 카드’는 언제 사용할 것인가.
작가소개 이재덕 기자
경향신문 기자.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은행, 시중은행, 카드사 등에 출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