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 ‘화폐’로 인정되나
지난 11월 12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한국의 ‘빗썸’이 서버 접속 장애로 1시간 30분 동안 거래가 중단됐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지면서 팔려는 사람들이 몰려 서버가 마비된 것.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는 이미 비트코인 시세가 100만 원 넘게 폭락한 상황이었다. 손해를 본 사람들은 빗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올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투기’ 상품이 됐다. 빗썸 사태 직전인 11월 8일만 해도 1비트코인 가격은 7,416달러였지만, 4일 연속 하락하면서 12일에는 5,716달러가 됐다. 빗썸 사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또다시 올라 16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7,8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호 이 코너에서 비트코인을 소개했을 때 1비트코인 가격은 1,197달러였다. 당시만 해도 사상 최고치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 세계 컴퓨터들이 비트코인 계산식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채굴한다. 채굴에는 보통 컴퓨터의 연산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컴퓨터 그래픽카드에 있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사용된다. 특히 GPU는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한때 서울 용산 등에서는 그래픽카드가 동나기도 했다.
현재 각국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미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ME)는 올해 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법령이나 제도가 없다. 가상화폐는 현재 금융당국의 보호와 감독을 받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빗썸 사태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현재 국회에서는 가상화폐를 매매하고 중개하는 빗썸 같은 회사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의원발로 제출돼 있다.
무역전쟁 : 한미 FTA는 어떻게 될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무역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미국이 한국 등과의 무역에서 큰 수준의 적자를 내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국가들이 환율을 조작해 싼 값으로 미국에 상품을 수출한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 등에 악영향를 주는 자유무역협상(FTA)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올해 초 대미 수입을 늘렸다. 중동에서 전량 수입하던 액화천연가스(LPG)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0월 한미 FTA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미국의 목표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에서 미국에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 표를 몰아준 디트로이트 같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는 자동차 등 제조업체 노동자들이 모인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한미 FTA에 따라 한국서 생산된 자동차는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미국과 FTA가 체결되지 않은 유럽, 일본산 차에 2.5%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이점이다. 현대 기아차는 이런 장점을 살려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의 절반 가량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한국 지엠도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쉐보레와 뷰익 브랜드를 붙여 미국에 수출한다. 르노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했던 일부 물량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관세가 부활할 경우 완성차 업체와 국내 부품업체는 타격을 입는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도 미국 내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이미 지난 5월 자사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중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계란파동 : 내년도 심상찮다
계란 살충제 파동은 지난 7월 유럽에서 시작됐다. 벨기에·네덜란드 등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생산됐고 전 세계에 유통됐다. 한달 뒤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과 기준치를 초과한 피페트린 등이 검출되면서 국내 계란 살충제 파동으로 번졌다. 살충제는 농가에서 닭진드기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한다. 닭들은 모래목욕 등으로 몸에 붙은 진드기를 없애는데 가둬 기르는 농가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닭고기용 닭을 기르는 육계농장이라면 고기용 닭을 싹 팔고 빈 계사를 소독한 뒤 병아리를 다시 채워 넣기 때문에 닭진드기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은 어미 닭들이 계속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소독이 불가능하다. 특히 산란계는 A4 용지 한 장 보다 작은 우리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진드기가 더 쉽게 퍼진다. 그래서 농가에선 피프로닐 같은 유해한 살충제를 뿌려댄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전국 1,239곳 산란계 농장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기준치를 넘어선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장은 총 52곳이었다. 이 가운데 항생제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은 농가만 31곳이 포함됐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수십 년 전 과수원땅에 뿌려 남아있던 DDT 성분이 나오기도 했다.
살충제 파동에 앞서 올초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가 살처분을 당하면서 계란값이 폭등했다. 정부는 시장가격을 낮추기 위해 계란 수입량을 대폭 늘렸다.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산물 정책은 상당 부분이 ‘가격 안정’에 맞춰져 있다. 당연한 이치다. 다만 농민이 쏟는 노력이나 비용, 위험 부담 등에 비해 정부나 소비자는 너무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양을 공급하려면 살충제 계란, AI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살충제 파동 이후 산란계가 모래목욕도 하고 돌아다니며 알을 낳기도 하는 동물복지농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란을 대량 생산, 유통, 소비하는 현 상황에서 계란 파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AI가 창궐하는 겨울이 다가왔다.
금리 인상 : 대출은 어떻게?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서 벗어나 3%대 성장이 확실해졌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돈의 유통이 활발해지면 돈의 가격인 금리는 상승한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한국의 기준금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기준금리는 2.5%(2013년 5월)→2.25%(2014년 8월)→2.00%(2014년 10월)→1.75%(2015년 3월)→1.50%(2015년 6월)→1.25%(2016년 6월)로 변화했다. 기준금리는 1.25%로 17개월째 동결중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 글을 보게 되는 12월이면 한은이 11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를 완만하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제롬 파월은 공화당 출신에, 변호사이자 은행가로 규제 완화론자다. 금리 인상을 추진해온 자넷 엘런 의장에 이어 내년 2월부터 의장 임기가 시작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죽이 맞으면서도, 완만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을 계속 떠받쳐 줄 인물을 연준 의장으로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쯤되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가계 주판알을 튕겨야할 시점이다. 은행 대출 상품을 선택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보통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 대출을 받고,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게 상식으로 통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대출 기간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현재 시중 은행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가 3.6~4.8% 수준으로, 변동금리 대출 보다 금리가 1% 포인트 정도 높다. 3년 이내 갚는 단기 대출이라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주택담보대출은 고정금리가 안전하다.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가 너무 높아 부담된다면 일단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한 뒤 나중에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은행들은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형 대출로 갈아탈 때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를 땐 채권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비중은 줄이고 주식 비중은 높이라고 조언한다. 단기에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중은행 예·적금 만기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 내년이 관건
문재인 정부는 올해만 5번에 걸쳐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6월19일에는 서울 시내 아파트를 일단 분양받으면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없도록 전매를 금지시켰다. 8월 2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 제한을 받게 됐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에도 전매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인 뒤 집값이 올랐을 때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내년 4월부터 서울 전역 등 일부 지역에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할 경우 양도세율을 10~20%포인트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어 9월 5일에는 경기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가 추가로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10월 24일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 내년부터 수도권과 부산·세종 등 일부 지역에 ‘신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기존 DTI는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됐기 때문에 빚을 내서 여러 채의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DTI는 대출 한도 계산시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까지 반영해야 한다. 원금까지 반영하면 추가 대출 한도가 확연히 줄어든다. 한마디로 ‘빚을 내 집을 사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과는 정반대로, ‘무리하게 빚내지 말고 자금력을 갖춘 뒤 주택을 구입하라’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늘고 있다. 공급은 늘고 주택 수요가 둔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말 주거복지로드맵이 발표됐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와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들이 포함됐다. 이들 정책은 사실상 내년부터 효과를 발휘한다. 4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사업자로 전환할 수도 있고, 갖고 있던 주택을 내놓을 수도 있다. 내년이 관건이다.
작가소개 이재덕 기자
경향신문 기자.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은행, 시중은행, 카드사 등에 출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