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돌렸다 하면 보이는 게 명태였던 시절
갈매기 떼의 날갯짓을 따라 거진항으로 들어갔다. 명태와 오징어의 집산지로 알려진 항구. 과거에는 겨울철만 되면 거진항에 명태를 가득 싣고 돌아오는 어선들의 만선 깃발이 늘 펄럭거렸다. 너무 많이 잡힌 탓에 어떤 배들은 가라앉을 지경이었다. 활처럼 둥글게 휜 항구는 그물에서 명태를 떼어내는 작업장으로 순식간에 변하고, 명태를 널어 말리는 덕장이 곳곳에 세워져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머리에 걸리고 발에 치이는 것이 명태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고성군 연근해에서는 1990년대부터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거의 잡히질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류에 변화가 오고 물고기의 이동 경로도 변해버린
것이다. 지금 와선 가뭄에 콩 나듯이, 눈 먼 명태 몇 마리가 어쩌다 그물에 걸릴 뿐이다. 그렇게 잡힌
명태가 거진항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 뉴스거리다. 이렇게 잡힌 명태는 그야말로 금값이다.
옵바위의 일출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대진항 등대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이름만은 남으리, 명태
겨울철에 우리가 거진항을 찾아가는 것은 그곳이 명태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겨울 바다와 파도도 만나고, 이른 아침 일출도 감상하고, 명태로 뒤덮였던 항구 초입이나 바닷가의 식당에 들어가서 생태찌개와 생선회를 맛보는 것이 거진항 여행의 묘미다. 거진항방파제를 거닐며 오현명선생이 불렀던 가곡 ‘명태’를 흥얼거린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맛있는 생태찌개
김일성별장에서 본 화진포 해변
백조의 호수와 바다를 비추는 대진등대
거진항에서는 매년 2월,‘ 고성명태와 겨울바다축제’가 열리고, 풍어제, 어선무료시승, 명태할복대회, 명태요리경연대회, 연날리기대회 등의 행사가 벌어진다. 거진항에서 화진포호수를 거쳐 대진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화진포호수는 한겨울에 고니, 큰고니, 혹고니 등이 날아들어 백조의 호수로 변모한다.
이승만별장, 김일성별장, 해양박물관 등을 관람한 뒤 북쪽으로 더 오르면 털게와 문어로 유명한 대진항에 닿는다. 바닷가 동산에 우뚝 솟은 대진등대는 높이가 31m이며, 우리나라 최북단의 등대로 알려져 있다. 밤새 거센 바람과 파도에 맞서 싸워가며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들에게 쉬지 않고 안심의 불빛을 보내던 대진등대는 새날의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면 해에게 임무를 넘겨주고 휴식에 들어간다.
tip 그 밖의 명소
화진포해양박물관 세계적으로 희귀한 1천5백여 종의 각종 조개류,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품 등을 4만여 점이나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거인조개, 앵무조개, 북한산 큰가리비, 갑오징어화석, 암모나이트, 어룡화석, 호주트럼펫고둥, 바다사자 등이 눈길을 끈다. T. 033) 682-7300
건봉사 신라 법흥왕 7년(520)에 아도화상이 건립한 원각사를 모태로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 양양의 낙산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사찰이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들을 훈련시켰는데 공양할 쌀을 씻은 물이 개천을 따라 10리도 넘게 흘러갔다고 한다. T. 033) 682-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