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숲은 반이상이 동백나무
자그마한 섬을 뒤덮고 있는 수목은 후박나무, 대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 모두 30여 종에 이른다. 특히, 전체 숲 면적의 반 이상을 동백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지심도는‘동백섬’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한 후 비탈길을 오르고 민박집 샛길을 지나서 폐교 앞, 활주로, 유자밭으로 이어지는 길을 일주해본다. 인정이 묻어나는 민박집들도 지나고 동백꽃잎들만 운동장을 지키는 폐교도 하나 스쳐 가면 정상부 방위건물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도 보인다. 지심도 산책길은 비행기 활주로로 이어진다.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5km, 가장 높은 지점의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중략)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 청마 유치환의 <동백꽃> -
해발이 97m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 활주로가 있는 것이 기이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일인들은 조선인들을 동원, 경비행기 이착륙용 활주로를 만들었다. 조선 백성들의 고통은 이 작은 섬에도 깊숙이 박혀 있으니 새삼 눈시울이 붉어진다.
산다화, 다매화, 해홍화라 불리는 동백
화사하게 봄날의 햇볕이 내리쬐는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승포에서부터 지세포만, 일운면 땅이 골고루 눈에 들어온다. 한 민박집 윗뜰에는 유채꽃도 피어나 동백꽃과 함께 지심도의 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두세 시간의 섬 일주여행. 동백숲 속을 걷다보면 여행객들은 어느새 한 마리 동박새라도 된 기분에 젖는다. 진하디 진한 붉은 빛깔을 머금은 동백꽃은 우리를 두 번
감동시킨다.
한 번은 살아있을 때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열정적이면서도 탐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또 한 번은 송이째 땅바닥으로 추락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런 까닭에 어떤 이들은 동백나무에 꽃이 매달려 있는 모습보다도 제 형상을 만들어준 나무 밑동 주변으로 속절없이 떨어져 땅을 붉게 장식한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인가? 조선시대의 문인들은 물론 근현대 시인들도 동백을 시의 소재로 애용했다.
tip1 그 밖의 명소
1. 여차-홍포 해안도로 거제시 남부면, 거제도 최남단으로 내려가면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만난다. 총 거리는 약 3.5km. 상당 부분이 비포장도로거나 곰삭은 시멘트길이다. 느린 속도로 걸으면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해안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2. 외도 보타니아 외도는 와현해수욕장 정남쪽, 학동해수욕장 정동쪽에 떠있는 섬이다. 여행객들은 1시간 30분 동안 외도에 상륙, 외도 보타니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3. 포로수용소유적공원 1951년 1월 거제도에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탱크전시관, 6.25역사관, 포로생활관, 포로생포관, 여자포로관, 포로설득관등을 돌아보며 6·25 당시의 포로수용소 실태를 체험할 수 있다.
tip2 가는 길
자가용 통영대전고속도로→신거제대교→14번 국도→장승포항→지심도
대중교통 서울, 부산, 대전, 마산, 울산, 진주 등지에서 직행버스, 직통버스 등이 장승포 시외버스터미널
까지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