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빛나는 트로피
“말수가 없어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박성일 집배원이 첫마디를 열었다. 박성일 집배원은 2016년 ‘집배원 연도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집배원 연도대상은 전국 1만 6천여 명의 집배원 중 우정사업본부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집배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렇게 많은 집배원 중에 어떤 이유로 연도대상을 받은 걸까? 우선 그에게 연도대상을 받은 소감을 물었다. 역시나 다를까 그의 답변은 담백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큰상을 받아서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웠습니다.” 수줍어하는 그를 위해 이현근 노조지부장이 말을 이었다.
“본인은 부담스러워하지만 우리 모두 받을 사람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엔 힘들어서 쉴 법도 한데 10년 넘게 봉사단을 이끌어왔어요. 종종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박성일 집배원 아드님이 이제 고3 올라가는데 이웃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사회복지과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더라고요.”
박성일 집배원은 2006년 우정청 주도 하에 ‘365봉사단’으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봉사단 단장이 되었고, 조건 없이 봉사에 전념하자는 의미로 ‘하늘꿈봉사단’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그로부터 하늘꿈봉사단은 오랫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 장관상인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을 받았다.
그가 연도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단 봉사활동뿐만이 아니다. 도화동 지역 주민들은 박성일 집배원을 ‘스마일 맨’ 으로 기억한다. 미소를 띤 표정으로 우편물을 배달하기 때문이다. 이왕 할 일 기분 좋게 인사하는 게 좋다는 박성일 집배원. 비록 말수는 적었지만, 그의 말의 무게는 무거웠다. 그 무게는 20년 넘게 지역 주민들에게 미소로 우편물을 건네고, 10년 넘게 힘든 이웃 주민에게 건넨 따뜻한 손길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한 박성일 집배원의 마음은 그 어떤 상패보다 빛났다. 가장 빛나는 트로피는 시간이 빚어낸 그 진실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좋아서 하는 일, 마음이 웃는 일
하늘꿈봉사단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모두 60명 정도다. 그중에는 후원만 하는 회원도 있고, 틈틈이 나와서 함께 활동하는 회원도 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지만 봉사를 행하는 마음은 같다. ‘그저 좋아서 한다는 것’
봉사단 총무를 맡은 윤석주 집배원은 결혼 후 아이가 생긴 다음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봉사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봉사단에서 홍보 일을 맡은 김홍의 집배원 또한 시작할 때는 자신이 잘하는 사진 촬영 및 홍보 분야를 살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입은 집배복 자체가 뿌듯하다며 자긍심을 보였다. 이현근 노조지부장도 오랫동안 같이 연탄 배달, 김장을 하다 보니 몸에 배어서 집결 장소만 잡히면 자연스럽게 활동하게 된다며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건너편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이윤식 실장 또한 8년간 후원을 하면서 관리자로서 직원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이제는 종종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는 말을 전했다. 모두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현장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분업화가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장판 교체부터 도배, 풀칠, 청소, 김장, 내복 사 드리기 등 소소한 일까지 나눔을 실천한다. 한번은 5년 전 집수리를 해드리고, 주기적으로 연말에 김장을 보내드리는 한 할머니께서 길을 건너던 김홍의 집배원을 붙잡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그 한마디가 하늘꿈봉사단원들의 마음을 웃게 한다.
우리는 좋아서 하는 일에 ‘행복’을 느낀다. 하늘꿈봉사단원들은 집배 일을 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보게 되었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또한, 남동구 자원봉사 센터, 남동구 드림 센터, 인천 보훈지청, 남동구 주민센터와 같이 활동하며 지역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나눠 가졌다. 나눔의 크기는 제한이 없으며, 행복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 일상에 잔잔한 행복을 나누고 싶다면, 하늘꿈봉사단에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가입 규정은 없으며 언제든 문이 열려 있다고 한다.
우편물 사이에 끼워 넣은 것
우편물류과에서는 그야말로 ‘배려’가 소통의 기본 코드다. 담당 집배원이 하루라도 빠지면 그 물량을 팀원이 나눠서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배원들은 생일을 포함한 기념일, 휴가는 물론 자신의 스케줄을 한두 달 전부터 수시로 공유한다. 휴가를 낼 때도 서로 겹치지 않게 스케줄을 조절하며, 우편물이 많을 때는 최대한 팀원들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일정을 잡는다. 팀원 중 한 명이 갑자기 스케줄이 변경되어도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준다. 언제 어떻게 자신에게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뜻 들어도 쉽지 않아 보였다. 집배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할까?
“집배원은 똑같은 마음으로 일해요. 투철한 사명감이 없으면 힘들거든요. 고객에겐 우편물 하나하나가 소중해요. 비가 오면 저희 몸은 젖어도 우편물은 젖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이유예요. 사실 사람인지라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그 책임감 때문에 비바람 맞으며 일하는 거예요.”
이윤식 실장에 이어 윤석주 집배원이 말했다.
“저는 이십 대 초반에 우체국에 들어왔어요. 그때만 해도 어린 나이에 눈비 맞으며 다니는 일이 힘들기만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어르신들도 편지 전달해드리면 손에 요구르트 하나를 쥐여 주세요. 그 귀한 요구르트를(웃음).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들었어요. 몸은 힘든데 마음은 편하고좋아요.”
우체국 집배원들은 우편물 사이사이에 ‘정’을 끼워 놓는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며 우편물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전자 우편물이 많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집배원들은 우리 곁에 있다. 눈비 뚫고 배달하는 집배원들을 보면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전해보는 건 어떨까? 부끄럽다면 미소라도 좋을 것 같다. 행복은 지금 머금은 그 미소 속에 있으니.
남인천우체국 우편물류과의 가족을 소개합니다
좌측부터 김홍의, 이현근, 이윤식, 윤석주, 박성일
김홍의
2011년 입사, 6년 차 집배원이자 하늘꿈봉사단 홍보 담당이다. 꼼꼼하고 친절하게 홍보 일을 진행한다.
이현근
1990년 입사, 집배부터 집배 실장을 거쳐 현재 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다. 입사 27년 차, 살아 있는 집배원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윤식
1997년 입사, 집배 일을 하다 2015년 실장으로 승진했다. 책임감 하면 이윤식 실장, 이윤식 실장 하면 책임감으로 통한다.
윤석주
2002년 입사, 15년 차 집배원이자 하늘꿈봉사단 총무다. 유쾌한 리더십으로 봉사단을 이끈다.
박성일
1995년 입사, 22년 차 집배원이자 현재 하늘꿈봉사단 단장이다. 2016년 집배원 연도대상 ‘대상’을 받았다. 봉사단에서는 행동 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