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 상주 모서우체국
김대식 국장
업체 사장과의 약속
1999년 7월 1일 김대식 국장이 국장직을 승계 받았을 때, 모서우체국의 경영평가 성적은 경북체신청 내 별정우체국 143개 중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더구나 2000년 4월 최하위권을 기록한 다른 20여 별정우체국과 함께 다닌 벤치마킹 때, 활기가 넘쳐나는 우수국들과 비교하니 창피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위기감을 느낀 김대식 국장은 어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보험과 예금에만 의존해서는 최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김 국장은 결국 해답을 우체국택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모서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뚜렷한 특산품 하나 없는 이 지역에서 다량의 우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인근 지역에 호박엿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사장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죠. 아마 찾아가겠다는 전화를 받고 우체국쇼핑에 등록된 다른 업체들에게 문의를 했었는가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쟁의식을 느꼈는지 우체국을 통해 판매를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반가워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김 국장은 '홍보' 등 모든 것을 책임질 터이니 한번만이라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사장을 졸랐다. 결국 그 업체 사장도 김 국장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 '1년 동안 2kg짜리 2,000개를 판매하면 앞으로 우체국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때부터 김 국장과 함께 전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었다. 먼저 천안 교육원에서 만난 동기생 30여명에게 자비로 구입한 호박엿을 보내 반응을 물었다. 모두가 괜찮다고 했다. 약간의 자신감을 얻은 김 국장은 상주 총괄국 관내 우체국에 호박엿 한 상자씩을 보냈다.
'사실 동료들인 우체국 직원들에게 판매를 부탁하려니 상당히 조심스러워지더군요. 혹여 맛이 아니라 연민의 정으로 사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가장 부탁하기 쉬운 것이 동료들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염치불구 하고 제품을 보낸 뒤 먹어보고 맛있으면 적극적인 홍보를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부쳐달라고 했죠. 그런데 모두 다 흔쾌히 돈을 보내주더군요.'
우체국의 힘
몇 번의 홍보 끝에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은 김 국장은 이번에는 경북청 내 별정우체국 142국에 상품과 함께 홍보용 전단을 보냈다. 뒤이어 경북청을 제외한 전국 별정우체국 632국과 일반우체국 2,000여국에 차례로 호박엿을 보내고 판매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비록 일방적으로 보낸 상품에 대해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되돌아온 물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우체국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추가 주문을 하는 우체국도 생겼다. 김국장의 이런 노력 덕택에 업체 사장과 약속한 목표량 2,000상자보다 훨씬 많은 3,000상자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체국의 힘'을 보여준 김 국장은 다시 호박엿 공장을 찾아가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우체국쇼핑 상품으로 등록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자고 사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반신반의하던 사장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직접 서류를 챙겨 우체국쇼핑에 등록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1년 8월 1일 정식 공급업체로 등록되었다.
그때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갔다. 홍보전단과 함께 과감하게 시식용 호박엿을 각 우체국에 나눠주면서 호박엿의 맛을 알리는 한편 끊임없이 텔레마케팅도 했다. 또 평상시 주문을 많이 하던 곳에서 추가 주문이 안 들어오면 곧바로 전화를 해보는 등 철저한 고객관리로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나갔다.
'우체국 직원들이 얼마만큼 열심히 창구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홍보해 주느냐에 따라 판매량에 차이가 나죠. 그래서 DM과 함께 샘플 엿을 보내주는 것뿐 만 아니라 전화도 자주 합니다. 그러다보니 더욱 더 많이 주문해 주는 것 같습 니다.'
그 다음부터는 순탄한 길을 걸었다. 어떤 국에서는 한꺼번에 200~300개씩 주문해 주는 등 전국 우체국에서 주문이 몰려들어 2001년 후반기에만 1,100여 건의 판매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2년 4만 1,200건, 2003년 4만 1,100여건 등 매년 4만여 건 이상을 판매했으며, 올해는 10월 현재 4만 5천여 건을 기록했다. 호박엿을 생산하는 업체의 전체 판매액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우체국을 통해 판매될 정도로 믿음직한 판매망이 된 것이다.
이제는 다른 업체에서도 거래하자고 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모서우체국은 산 · 학 · 연 합동으로 개발한 곶감엿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가오는 설에는 건설업체와 골프장, 병원 등을 대상으로 상주 지역의 특산품인 곶감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활동에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고객 명단 입수에 들어가는 등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 또 한번의 힘찬 날개짓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