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울리는 우편열차의 여행
철도우편운송국은 일제시대인 1921년 4월 S 서울역 바로 옆인 서울시 중구 봉래동2가 123번지에서 경성철도우편소로 개소되었다. 해방 후 1949년 8월 서울철도우체국으로 개칭 되었고, 1980년 8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어 오늘에 이른다. 청사는 대지 231.4nf에 연건평 689.3nf인 4층 건물이며, 일반직 60명과 기능 직 260명 등 모두 320명의 직원이 우편물의 철도운송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철도의 등장으로 재래의 운송수단은 차츰 모습을 감추었고, 육로운송수단이 미비했던 당시에는 그 영향력이 막강해 우편물의 운송도 전적으로 철도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1960년대말과 1970년대초에 경인 · 경부고속도로의 잇단 개통과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우편물량의 급증으로 자동차의 정면 도전을 받게 되어 육상교통의 주도적 역할을 자동차에 넘겨주게 되었다.
이같은 현상을 최근의 우편물 운송수단별 분담 현황을 통해 살펴보면, 철도운송이 19%를 차지할 뿐 나머지는 거의 육로운송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운송 환경의 변화로 철도운송만 담당 해 오던 철도우편운송국도 육로운송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곳에서 작년 12월에 처리한 우편물량만 보더라도 철도운송은 72 만 8,892자루로 72%를, 육로운송은 29만여자 루로 28%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철도의 분담률이 7%가 감소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철도는 운송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결국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 하면, 철도는 육로가 갖지 못한 강력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량성이다. 우편열차 1량에 적재할 수 있는 우편물량은 800~850자루이지만, 수수국에서 넘겨받는 물량도 있기 때문에 처리할수 있는 물량은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경우 처리물량은 평균 1,200~1, 300자루에 이르는데, 이에 비해 육로는 5 톤 트럭에 300~350자루를 실을 수 있어, 철도가 약 4배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그밖에도 안전성과 정시성의 확보는 육로가 따라오지 못할 철도만의 장점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같은 장점을 지닌 철도는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대체수단이 등장 하지 않는 한 철도운송은 계속될 것이다.
하루 28개편의 우편열차가 운행
철도우편운송국에서는 하루 26개편의 철도를 운행하고 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역에서 부산 · 마산 방면의 하행선이 5개, 목포 · 여수 방면의 하행선이 4개편 운행되고 있으며, 청량리역에서는 부산행이 2개, 강릉행이 1개편 운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하루에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우편열차는 12개편 이고, 이것들의 상행선까지 포함하면 24개편이 된다. 여기에 부산과 목포간을 오가는 열차가 2개편 운행되므로 총 26개편의 우편열차가 전국을 누비며 우편물을 운송해주고 있다.
현재는 전구간에 우편전용열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우편전용열차가 없어 화물차의 한 쪽을 빌어 우편물을 운송했었다. 그 때문에 가축류며 생선 따위에서 풍기는 악취와 오물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운행중인 28개의 우편전용열차는 1973년부터 제작돼 현재까지 24개 차량을 제작 · 운행 중에 있으며, 나머지 부족분 4개 차량은 철도청으로부터 임차해 쓰고 있다.
우편열차는 대부분 무궁화호 · 통일호 등의 여객열차에 연결되어 운행되는데, 우편물이 많이 집중되는 부산 · 대구 · 광주 등의 6개편은 직통 운행된다. 그외 우편물이 많이 몰리는 지역은 전라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인 이리를 들 수 있다. 목포행 하행선은 하루 2편 운행되지 만 여수행은 1편밖에 운행되지 않으므로 여수 방면 우편물을 좀더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먼 저 목포행편에 실어 이리에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 우편물은 즉시 육로를 이용해 각 도착국별로 운송된다.
우편열차의 운행시간은 4개편을 제외한 모든 열차가 여객들의 편의를 위해 그 이용이 많지 않은 야간에 편중돼 있다. 이렇게 출발시간은 대부분 밤이지만 대구 · 마산행을 제외한 모든 우편물이 낮에 우편집중국에서 열차에 적재되 므로 직원들은 그 작업을 위해 주간에는 집중 국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다. 반대로 주로 새벽에 서울역으로 들어오는 도착분은 서울역 작업장에서 각 우체국별로 육로를 통해 운송되 므로 새벽에는 직원들이 서울역으로 몰린다.
그런데 서울역 작업장이 협소해 어려움이 많다. 현재 작업장의 규모는 330.6irf(약 100평) 인데, 서울 도착분이 새벽 3~5시 사이에 몰려 있어 짧은 시간에 계속 밀려드는 우편물을 다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작업장 밖에 우편물을 쌓아두고 정리를 하는데,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작업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우편물을 밖에 놓아두면 비에 젖게 될 것이 뻔하므로 일단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서울역에서 서부역으로 넘어가는 고가 밑이나 서울역 건물 안의 복도에 우편자루를 옮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철도청 직원들에게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철도우편운송국 직원들은 서울역 · 청량리역과 우편집중국, 부산분국 등에 각각 분산되어 운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편제 역시 국장 아래 승무과 · 관리과 등 2과 4계 및 1분국, 2분실로 이루어져 있다.
단시간 고중량작업으로 요통환자 빈발
우편열차가 비록 서울역에서 밤에 떠날지라도 그것을 타야 하는 승무원들은 그보다 훨씬 전에 출근한다. 예를 들어, 밤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서부하2편}를 타기 위해서는 본국에 오후 3시까지 출근해서 승무계장으로부터 복무지정을 받고 우편집중국으로 향한다. 집중국에서 부산행 우편물을 싣고 시간에 맞추어 서울역에 열차를 대야 하기 때문이다.
열차에는 보통 3~4명의 승무원이 타는데, 편장(책임자) · 원부(서기 ) · 수도(우편물 수수)로 편성되어 있고, 물량이 많은 편에는 보조요원이 증원 배치된다. 모든 우편열차가 1량이지만, 서부하2편만은 2량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7명의 승무원이 배치된다.
밤 10시 20분 부산행 통일호 열차가 여객들을 승차시키기 위해 플랫폼에 들어서서 정차하면, 그때를 이용해 우편열차를 연결시킨다. 그리고 곧 열차가 출발하면서 새벽을 울리는 우편열차의 여행도 시작된다.
열차가 출발하면 승무원들의 손이 바빠진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연선 수도국 순서대로 우편자루를 정리하고, 인도할 개수를 확인한다. 현재는 우편자루를 수수국에 주고 받기만 하면 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계원 앞’ 이란 것이 있어 그 때문에 애로를 많이 겪었다. ‘계원 앞’이란 그 속의 우편물이 도착국별로 구분이 안돼 있는 우편자루를 말하는데, 그로 인해 승무원들은 열차내에서 우편자루를 개낭해 우편물을 도착국별로 구분해야 했던 것이다.
현재는 그런 우편자루가 사라져 일손은 덜었지만, 그때에 비해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 당시는 주로 완행열차에 우편물을 실었기 때문에 정차시간이 길어 다소 여유가 있었으나, 지금은 열차의 고속화로 인해 정차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열차가 역에 정차하면 보통 30초~1분밖에 쉬지 않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무려 100~200개 정도의 우편자루를 내리고 실어야 하니 자연히 허리에 무리가 따르지요 그래서 우리 직원 중에는 요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승무과 이용기씨 말처럼 승무원 중에는 요통 환자가 많다. 작년 한 해만 해도 환자가 무려 55명이나 발생했다. 그렇다고 승무원들에게 특별한 의료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그들의 주머니에는 항상 약봉지가 들어있을 뿐이다.
야간에 우편물을 운송하다 보면, 행낭에서 이는 먼지로 인해 어두운 조명 아래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착국명이 표시된기 표찰 중 빠른우편물을 나타내는 파란색 기표찰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데도, 그 위에 파란 색 싸인펜으로 쓴 것도 있어 어려움을 더한다.
승무원들을 가장 아찔하게 긴장시키는 것은 우편물의 도착지별 개수가 표시되어 있는 송치증과 그에 상응하는 현물이 일치하지 않을 때이다. 그때는 우선 유사국명과 동명이국을 찾아 보아야 한다. 대전과 대천, 전주와 진주 등의 유사국명과 충북 영동과 서울 영동, 경기 광주와 전남 광주 등의 동명이국이 있는데, 그로 인한 혼동으로 잘못 기재했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바탕 소동을 벌이며 밤을 꼬박 새운 우편열차는 대전 · 동대구 등 10개 역을 거 쳐 종착역인 부산역에 도착한다. 이때의 시간은 새벽 4시. 피로에 졸음이 엄습해 오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부산역에서 2시간이상 인계작업을 마쳐야만 비로소 숙소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승무원들이 숙식을 해결 할 기숙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역 근처 개인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고, 그것도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여관을 빌어 쓰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러니 샤워시설이나 체육시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비좁은 하숙집에서 쉬고 그날 밤이나 다음날 낮에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므로 집에는 보통 3~4일만에 한번씩 가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은 개인의 취미생활은 물론 이고 부부간 또는 자녀의 교육 문제에 소홀히 하게 되고, 특히 주변의 애경사에 전혀 참석하지 못한다는 점도 그들만이 겪는 어려움이다.
다방면에서 꾀하고 있는 거듭나기
근래 우편물량의 폭주로 1대의 우편열차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우편물이 집중돼 열차 안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조차 만들 수 없어 별 수 없이 수북이 쌓인 우편자루 위를 기어다니며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편열차의 용적을 확장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현재의 2, 4S0nf에서 2, 7201rf로 확장된 신형 우편열차가 제작돼 올해 1월부터 부산 · 마산 · 여수 방면의 6개편에 투입됐다. 또한 직통구간의 증설과 궁극적으로 우편 전용노선의 신설이 요구되는데, 프랑스는 파리~르망간에 TGV 우편 전용열차가 운행되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한편, 철도운송은 여러가지 장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열차 운행계획으로 인한 운송시간의 융통성 결여와 여객열차에 우편열 차의 연결을 꺼리는 철도청, 작업장을 위한 용지 확보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난제도 안고 있다.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육로운송의 확대가 필요하다. 철도우편운송국에서도 각 연선국을 연결하는 육로운송업무를 하고 있는데, 하루 16개의 정기편이 운행되고 있다.
철도운송의 개선과 육로운송의 확대 등으로 효율적인 운송망을 구축하고 있으나, 철도운송 시 승무원들의 작업방법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유재영 국장은 전산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직원들은 아직도 우편자루의 계수 관리를 正자를 써가며 하고 있어요 이것은 일제 시대부터 쓰던 방법인데 아직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니 전혀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또한 기표찰에도 도착국명만 있고 발송국명이 없으니 사고우편물에 대한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문제는 전산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산화의 시점은 바로 지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철도우편운송국은 현재 여러 면에서 거듭나기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원들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것은 곧 직원들의 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같은 국가공무원인 철도청 승무원은 생명수당도 지급되고 기숙사도 마련되어 있지만, 철도 우편운송국 승무원은 생명수당도 없고 기숙사도 없다. 요통이나 기관지 관련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만 특별한 의료 혜택도 없다. 또한 청 사내가 비좁은 관계로 쉴 수 있는 휴게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 들은 우편물을 신속 · 정확하게 전달하는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들에게 좀더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