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흥우체국
방문등기소포 1만 5천 개! 실로 엄청난 물량이었다. 단번에 경기시흥우체국의 국내등기소포 한 달 유치
목표액에 맞먹는 세입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성사된다 해도, 6월에는 재산세 등 공과금 처리로 인한 다른 부서의 지원 요청이 예상돼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신용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만일 소포를 무작정 가져만 오고 처리할 수가 없다면?” 하는 걱정으로 잠을 설칠 정도였다.
다음날 일찍 출근해 영업과장과 함께 간부회의에 참석하여 어제 들은 정보를 정식으로 보고했다. 택배소포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체국 조직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간부들의 공감에 따라, 관내국을 포함한 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번 일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우선 방문소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국장의 지시에 따라 2회에 걸쳐 군포를 방문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소포의 무게와 크기로 미루어 보아 여직원들의 작업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가격의 적정 여부가 문제였다. 이 업체는 민간 H 택배를 이용하던 곳으로서, 우체국과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인하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이용 가격의 10%까지 인하할 수 있는 우체국택배의 장점을 무기로 협상에 임한다면 계약을 성사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 일만 잘 매듭지으면 시흥우체국의 국내등기소포 실적은 실로 괄목하게 향상된다는 기대감으로 영업과장, 노조 지부장 등과 계약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를 거친 후 다시 군포로 향하였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해 가격과 함께 발송 방법 등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주소는 E메일로 보내줄 예정이고, 회사가 정한 시기까지 수취인에게 배달 될 수 있도록 하며, 가격은 발송품의 규격과 무게가 작으므로 기존 이용 가격의 85% 수준을 요구하였다. 난감하였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큰 화근이었다.
대안이 필요하였다. 소포를 우체국 차량과 인원으로 운반하되, 가격은 기존 이용 요금의 95% 수준으로 하며, 발송 물량은 기표지 기재작업에 시간이 걸리느니 만큼 1회 2,000개 이하로 하자는 협상안을 회사측에 제시하였다. 그러는 한편, 일반 택배회사는 직원의 부족 등으로 발송 기표지 기재작업이 곤란하여 회사가 요구하는 시기에 처리할 수 없겠으나, 우체국은 130여명 전직원을 투입하게 되어 회사에서 요구하는 시기의 물량 발송에 차질없이 대비할 수 있음을 은근히 그리고 끈질기게 설명하였다.
회사측으로부터 기존 이용 가격의 90%로 하자는 재협 상안이 제시되었다. 그에 대하여 우체국 차량의 이용과 인원 투입으로 회사측이 얻을 경비 절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점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발송 시기 및 발송 물량의 정확한 이행을 부각시켜 결국 95% 수준의 가격으로 합의를 보았다.
다음날부터 발송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체국택배 기표지에 ‘보내는분’ 란을 인쇄하여 붙이는 작업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것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받는분’ 란을 비롯하여 기타란을 기재하는 것이 또한 큰일거리였다. 1만 5천개를 이런 식으로 작업하면 회사가 요구하는 시기에 원하는 물량을 발송할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한다?… 이러는 사이 2~3일이 흘렀다.
드디어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1회 물량은 6천 개. 11톤 화물차를 빌려 출발할 적에는 마치 비행기를 탄 기분이 었으나, 군포의 회사 창고에 도착하여 소포우편물을 본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아! 땀으로 얼룩진 우리 동료들의 원망어린 눈빛이 나를 쏘아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할 수 있다”라는 각오로 파렛을 이용하여 소포 우편물을 싣고 귀국하였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E메일로 주소록이 들어 왔다. 또한 인근 P우체국으로부터 CD에 의한 기표지 표기작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CD를 가져오게 했으나, 우리 작업 물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 었다.
난감, 또 난감 천만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M도트프린터 서울 본사에서 보다 빠른 방문소포 기표지 인쇄작업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마케팅실과의 협력 아래 컴퓨터 하드웨어를 갖고 서울로 출발, 2,000만원짜리 도트프 린터의 도움으로 인쇄를 진행하였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은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드디어 6천 개라는 물량에 방문소포 기표지가 부착되어 발송되는 순간, 직원들의 서로 위무하는 말 속에서 며칠 동안의 피로감을 씻을 수 있었다. 그 후 우리는 국장 이하 전 직원과 특히 관내국에서의 평일 연장근무와 휴일근무, 그리고 발착요원들마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협조를 통해 1만 7천 개의 택배방문소포를 무난히 처리할 수 있었다.
경기시흥우체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