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7월 1일, 우편번호의 첫 걸음을 떼다
대한민국의 우편번호는 1970년 7월 1일 처음 제정되었다. 1960년 이후 국가 경제가 고도화됨에 따라 우편물이 1960년대 초반 1억 5천여 통에서 1969년 5억 5천여 통으로 급증하였고, 그에 따라 우편작업의 기계화를 고려하면서 탄생된 것이 바로 우편번호제도이다. 세계에서 15번째로 우편번호제를 실시하게 되었으며, 우편제도를 일찍 시작한 영국, 미국이 각각 1959년, 1963년에 우편번호제를 최초 시행한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발 빠른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1 우리나라에서 우편번호제가 시작된 것은 김병삼 체신부 장관에서부터였다. 1966년 11월 서독시찰을 마치고 귀국한 김 장관은 김포공항에서 우편번호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전에 다른 관계자들과 약속되지 않은 발언이었다. 우편번호제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기에 우정국에서는 그때부터 우편번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우편번호란 우편물의 도착지를 숫자 형태로 표현한 것인데, 최초에는 철도 운송선로를 따라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국을 기준으로 하여 5자리 체계, 1,818개의 번호로 구성되었다.
우편번호는 원래 우편작업의 자동 기계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데, 당시에는 우편분류 기계의 보급이 거의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초기 우편번호 도입 목적에는 조금 미흡했다. 또한 당시 중앙우체국에 선제적으로 설치되어 있던 컨베이어 시스템도 자주 고장을 일으켜 우편물 구분 작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작업을 통한 우편 행선지 구분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 도입 이전보다는 집배원들에게 배달 및 우편물 분류에 있어서 큰 편리함을 주었다.
우편번호제 도입 초기 이모저모
우편번호제 및 우편작업기계화실시기념식
우편번호제 도입 첫날에는 첫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선물을 주기도 하였다. 중앙우체국에서 처음 우편번호를 기재하여 부산에 있는 지인에게 발송한 고객이었는데, 그 고객에게 기념품을 줬다는 내용이 기사로 나올만큼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제도였다. 도입 초기인 만큼 불편함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았는데,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새로 도입한 우편번호제에 대해서 ‘번호를 찾아넣어야 하고 잘못 적었을 경우 우편 구분이 혼동되어 잘못 배달될 수 있다는 까다로움이 있어 불편하다’ 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다른 불편함은 바로 우편번호부의 부족이었다. 당시 1백면이 넘는 우편번호부를 1백만부나 찍어 배포하였으나 실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책 외에는 우편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 부족한 책자 보급에 불만도 많았다. 오늘날엔 PC나 모바일로 손쉽게 확인가능한 우편번호지만 당시에는 우편번호 미기재시 과태료까지 물던 시기였기 때문에 우편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규격봉투의 탄생
기계 분류화를 위한 우편번호가 실시되면서 기계의 규격에 맞는 규격봉투 사용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우편봉투 규격의 표준화 정책은 이미 1962년 상공부 고시로 시작되었으나, 당시에는 제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고 강제성은 없었다. 하지만 우편번호제가 정착하기 위해선 강제성을 띈 규격봉투 제작 및 규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우편번호제가 실시되기 바로 직전에 체신부 권장 규격봉투를 공식 규격봉투로 지정해 정부에서 사용하는 봉투는 모두 이에 따르도록 하였다. 또한 전국의 봉투 제조업자에게 알려 규격에 따라 봉투를 제조하도록 하였다.
우편번호, 행정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다
그렇게 탄생한 우편번호는 산업사회가 가속화되고 도시가 크게 발전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래서 1988년 2월, 우편번호는 지금처럼 행정구역 중심으로 개편되었는데, 아직도 익숙한 6자리 우편번호가 이때 처음 시행되었다. 하지만 당시 개편된 우편번호 체계는 행정구역과는 일치하나 집배원의 담당구역과 우편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배 업무에 고충이 많았다. 그리하여 2000년 5월 1일 2차 개편을 통해 지번 단위로 세분화하였고, 그에 따라 우편번호 자리의 수가 24,617개로 확대되었다. 그러다 2015년 국가기초구역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5자리의 구역번호를 우편번호로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제도 1주년을 맞이한 현재의 우편번호제이다. 아직 일반 국민들에게는 수십여 년을 넘게 써온 지번 주소와 6자리의 우편번호가 익숙하여 신규 우편번호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편의성으로 점차 사용률과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8월 1일부터는 기존 6자리 우편번호는 규격요건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아직까지 어색할 수는 있지만 새 우편번호의 정착화를 위해 도로명주소, 그리고 새 우편번호를 기억하고 습관화한다면, 처음에 느낀 약간의 불편함은 미래의 더 큰 편리함을 만들어 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중앙우체국컨베이어시스템
1 이기열, 『정보통신 역사 기행』, 1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