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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날, 그런데 사장은 현금 대신 마음대로 고른 냉장고와 세탁기를 지급하였다. 혹시 이처럼 황당한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직원들은 사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월급을 돈으로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냉장고가 필요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월급으로 받은 돈으로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을 구입하겠고 항의할 것이다. 사장은 사장대로 냉장고와 세탁기를 구입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으며, 직원들은 원하지 않는 물건을 받아 분노 게이지가 치솟았다. 상상 속에 벌어진 해프닝에서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월급을 물건으로 주는 것이 사장과 직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글. 한진수(경인교육대학교 교수)

현금을 줄까? 물건을 줄까?
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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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지는 후생(厚生)


이와 같은 논리로 본다면 우리가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참으로 이상한 관습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경제학에서는 선물로 물건보다 현금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그 근거를 서술하라는 시험문제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시험문제에 대해 복잡한 경제학 이론을 거론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개념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후생 손실(deadweight loss)이란 개념이다. 이를 사중 손실, 또는 자중 손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힘에 의해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될 때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양만큼 구입함으써 최대의 효용을 얻게 된다. 이처럼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내야 하는 가격이 올라간다(참고로 생산자가 받는 돈도 감소한다. 즉 세금이 부과되면 소비자와 생산자가 세금을 나누어 부담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물건의 소비량이 세금이 부과되기 전보다 감소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후생 수준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후생의 감소분을 후생 손실이라고 한다. 간단한 예를 가지고 후생 손실을 생각해 보자. 막걸리 한잔과 와인 한잔이 각각 같은 가격인 5천 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현재 소비자들은 막걸리를 선호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정부가 막걸리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면 비싸진 막걸리 대신에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생긴다. 막걸리를 좋아하던 소비자들이 세금 때문에 와인을 마시게 되는 데에서 발생하는 효용의 감소분이 바로 후생 손실인 셈이다. 후생 손실은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허공에서 사라지는 연기와 같다.



선물의 후생(厚生) 손실


경제학자들은 선물 주고받기에서도 후생 손실이 발생한다고 본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어떤 물건이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선물을 주는 사람은 상대방의 선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효용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물건보다는 현금을 선물로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아내가 나에게 생일 선물로 현금을 주면,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된다. 나에게는 정말 어쩔 수 없이 매야 하는 넥타이 몇 개와 한번도 잃지 않은 책들이 있다. 아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생일 선물을 받은 경험이 한번도 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내가 아내에게 줄 선물을 10만 원 주고 샀다고 해보자. 그런데 아내는 이 물건에서 겨우 7만 원의 가치를 누릴 뿐이라면, 두 숫자의 차인 3만 원이 바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후생 손실이다. 사람들이 선물로 현금 대신에 물건을 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연기처럼 날려버리는 후생 손실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미국의 경제학자 Joel Waldfogel는 이것을 측정해 보았다. 그는 “크리스마스의 후생 손실”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국인들이 1992년 한 해 동안 선물 주고받기로부터 초래한 후생 손실이 최소한 40억 달러(지금 환율로 4조 4천억 원)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스크루지 경제학(Scroogenomics)”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인들은 2007년 한 해 동안 선물과 관련해서 66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선물을 받은 사람은 겨우 540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했다고 추정했다. 미국에서 선물로 인해 발생하는 한 해의 후생 손실이 120억 달러(13조 2천억 원)에 이른다는 말이다. 



선물은 신호등


그래서인가?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가장 원하는 선물로 현금이나 상품권을 꼽는다고 한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조사해도 그렇고, 젊은 사람이나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이 모두 경제학적 사고를 지녀서일까?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하도 많이 받아봐서 그런 것이리라. 아무리 경제학적으로 선물이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선물을 현금으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금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경제학자들도 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물을 주어야 하는 상대방이 아내처럼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데이트하고 있는 연인에게 생일 선물로 현금을 주었다간 그 자리에서 이별 통보를 받을 게 뻔하다. 물건보다 현금이 받는 사람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현금에는 한가지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 “나는 너를 항상 생각하고 있으며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애정의 신호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선물은 본연의 목적 외에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신호(signal)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함께 한다. 상대방이 좋아할 물건을 주는 행위는 자신의 사랑을 입증하는 소중한 신호가 된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리고 관심이 많을수록 상대방이 좋아할 물건을 고를 확률도 높아진다. 좋아할 물건을 선물로 주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달콤한 로맨스까지 일거양득 하는 길이다. 평소에 사랑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이 아주 높은 감정 가치를 부여하는 물건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때론 상대방이 은근히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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