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오제와 법성포 단오제
단오는 전근대시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지켜진 전통 명절이다. 음력 5월 5일로, 수릿날 혹은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불린다. 음력으로 5월은 오월(午月)에 해당하며 홀수의 달과 날이 같은 수로 겹치는 것을 중요시한데서 5월 5일을 명절날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오늘날엔 이 단오라는 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설날이나 추석이 민족의 명절로 크게 대접받는데 비해 소홀한 느낌이 있다. 단오제의 역사는 추석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남부 삼한시대의 일을 기록한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파종이 끝난 5월에 군중이 모여 신에게 제사하고 음주 가무로 밤낮없이 놀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를 수릿날이라 하여 전통 명절로 지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명절도 결국은 농사와 직접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오래 된 명절이 언제부터인가 퇴색된 것은 아마 모내기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조선 후기때쯤부터가 아닐까 싶다. 씨 뿌리는 일이 일단 끝난 휴식기에 행해지던 단오제는 음력 5월에 행해지는 모내기의 실시로 농민들에겐 가장 바쁜 시기가 됨으로써 결국 행사가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논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에서는 바쁜 5월에 축제를 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며, 반대로 논농사가 생업의 중심이 아닌 지역, 예를 들어 어촌에서는 단오라는 명절이 여전히 계승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꾸준히 계승된 단오제가 대개 바닷가 어촌지역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해안 지대 일부에 남아 있는 강릉의 단오제와 법성포의 단오제를 살펴보자. 논농사 위주의 농업사회에서 기계 문명으로 대변되는 산업사회로 바뀐 오늘날, 새로운 각도에서 단오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농사가 생업의 중심이 아니기에 우리는 오히려 이 전통 축제를 현대적 시각으로 각색해서 되살려볼 의미를 갖게 된다. 모내기하던 시절, 바빠서 하지 못했던 단오 축제가 주기적으로 주말이라는 휴식시간을 가지고 사는 도시의 현대인들에게 초여름의 이벤트로 자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전통축제 단오제
강릉 단오제
춘천 문화방송 경규철 PD는 강원도 축제를 평하는 어느 글에서 가장 성공적인 강원도의 축제로 강릉 단오제를 꼽았다. 그 이유로 강릉 단오제의 역사성과 전통성, 볼거리로서의 대관령 성황당의 제례, 특이한 볼거리로서 무형문화재인 관노가면극 등을 들었다. 즉, 한국적인 전통이 살아 있으면서도 아울러 현대인의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강릉 단오제는 전래의 모습을 그대로 전승한 전통 민간 축제로 인정,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역민들이 모여 파종 이후의 순조로운 성장을 기원하고, 농악 · 씨름 · 그네 등 대대적인 민속놀이를 벌여 우의와 협동을 다지는 뿌리 깊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해안 지대이며, 백두대간으로 가로막힌 영동지방이기 때문에 보존이 가능 했으리라. 조선 세조 때 남효온의 “추강집”, 광해군 때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 조선 후기 강릉 읍지인 '임영지” 등에 그 내용이 전하고 있는데, 특히 “추강집'과 '임영지'는 대관령 산신제와 굿에 대한 기록을 자세히 싣고 있다. 강릉 단오제에 모시는 신은 신라의 명장 김유신으로 알려져 있는 대관령 산신, 신라 말 선종 9산 중 하나인 사굴산문을 창건한 범일국사인 대관령 국사서낭신, 국사서낭신이 강릉의 정씨 처녀를 호랑이로 하여금 데려오게 하여 아내로 삼았다는 전설이 있는 대관령 국사여서낭신 등 3신이며, 제의는 차례로 모신다. 이 같은 유래를 갖고 있는 강릉 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빚기'를 시작으로 단오제가 끝나는 음력 5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리며, 본격적인 축제는 음력 5월 3일 ~ 7일의 5일간 (올해는 양력 6월 23일 ~ 27일)에 걸쳐 열린다. 중요한 행사만 음력 4월 5일(이하 모두 음력)의 신주빚기, 4월 15일의 산신제와 국사서낭제, 구산서낭제, 봉안제, 5월 3일의 영신제 및 영신행렬, 5월 4일~7일의 아침제례인 조전제, 같은 시기의 굿, 관노가면극을 거쳐 5월 7일 굿에 사용된 모든 물품을 태우는 송신제 등이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그네뛰기, 씨름, 민요 및 시조 경창, 농악 경연, 궁도, 투호 같은 놀이와 민속 행사가 강릉 시내를 관통하는 남대천변 행사장에서 치러진다. 대표적인 행사는 단오굿과 관노가면극으로 파악된다. 단오굿은 대관령 산신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 강릉을 수호하는 국사서낭신과 여서낭신을 함께 모시고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무속으로 모두 12거리의 큰 굿이 벌어진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모의 무속 행사를 강릉에서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박용녀씨, 신석남씨 사후 현재 신석남씨의 남동생인 신동해씨가 굿 부분 기능보유자 후보가 되어 단오굿을 담당하고 있다. 관노가면극은 춤과 동작으로만 펼쳐지는 우리나라 유일의 무언가면극이다. 조선말까지는 관노라는 특수계층에 의해 전승되었지만, 지금은 민간단체인 관노가면극보존회에 의해, 명맥을 잇고 있다. 양반광대·소매각시·시시딱딱이·장자마리와 악사들이 등장하며, 해학성과 신앙성이 강조된 다섯 마당의 민속극이다. 이 역시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며 한국적인 무언극, 마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현대성도 지니고 있다. 이외에 향토색 짙은 강릉 일대의 농악을 보존하기 위한 농악 경연대회, 무당들의 무악 연주, 많은 외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남대천변 난장의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데, 모든 행사를 강릉 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지원하고 있으며, 그만큼 외지인들도 많이 찾고 있어 전통문화축제로서 성공한 드문 케이스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만한 문화적·자연적 배경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강릉 지역은 영동지방의 중심지이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경포대와 경포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안이 아름답고, 오대산국립공원의 빼어난 산악 자연 자원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독특한 지방문화의 특색을 보여 주는 선교장, 오죽헌, 강문동 진또배기, 굴산사지 등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다양한 목적으로 둘러보기 좋은 도시이다. 최근에는 서울에도 없는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과 대관령박물관 등의 수준 있는 문화시설도 들어서 있다.
가는 길
서울 김포공항, 청량리 역과 고속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행 여객기, 열차와 고속버스가 자주 있다. 강릉 시내에 서는 시내버스와 택시를 이용, 남대천 단오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승용차로는 서울 방면에서는 영동고속도로, 경상도 방면에서는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강릉으로 간 후 시내나 남대천 둔치에 세우고 행사장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숙박 및 먹거리
강릉엔 경포대를 비롯한 관광지가 발달되어 숙박도 발달했다. 호텔 현대 경포대(033-644-2181), 호텔 경포비치 (033-644-2284) 등과 효산콘도 (033-652-2881), 그리고 경포장(644-2509) 등의 여관과 수많은 민박집들이 있다.
먹거리로는 강릉 시내 옛날집(033-646-8624)의 영양돌솥밥이 맛깔난 20여종의 반찬과 함께 먹을 만하고, 초당두부로 명성이 높은 두부마을의 초당원조순두부(033-652-2660)도 유명하며, 회로는 강릉 북쪽 사천항 일대의 횟집들이 좋다(그린 횟집, 033-644-0366).
법성포 단오제
강릉 단오제가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오고, 자치단체의 지원과 홍보로 상당히 성공한 축제임에 비해,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 전해지는 법성포 단오제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조선시대까지 번성했던 법성포가 산업사회 이후 한적한 포구로 변해 버려 지금은 행정단위가 영광군 법성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회 변화에 따른 제반 여건이 구축되지 못한데다 이 지역이 교통의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졌으므로, 지역 발전의 여지가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래의 전통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과 홍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서해안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이른바 서해안 시대가 도래하면 새롭게 발전할 소지도 충분한 지역이다. 그리고 자치단체와 팔의 지원이 충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지가 있었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 전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역사와 무게가 존재하며, 여전히 지역민들에게 현실적인 의미도 있음을 뜻한다. 법성포 단오제는 역시 음력 5월 5일 단오를 끼고 3일간에 걸쳐 행사가 이루어진다(양력으로는 6월 24 일~26일). 6월 24일에는 산신제와 당산제, 용왕제(칠산 풍어제), 선유놀이, 테크노댄스 경연 등의 행사가 열리고, 6월 25일에는 전국 국악경연대회 예선, 씨름대회, 그네시범, 윤진철 국악예술단의 공연이 벌어지며, 6월 26일에는 전국 국악경연대회 본선, 각 읍면 민속놀이 대항, 영광굴비아가씨 선발대회, 굴비 시식 회 등의 행사가 열리게 된다. 대부분의 행사는 숲쟁이 공원과 진내리 특설무대에서 이루어진다. 이들 행사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용왕제, 일명 칠산 풍어제이다. 법성포 앞바다와 칠산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법성포 입구에서 행해지는데, 본래 수신(神)인 용왕에게 풍어를 빌고, 어민들이 사고 없이 안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행사이다. 옛날에 많은 포구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풍어제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고, 그나마 이 법성포에서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살아남아 왔다. 그것은 이 지역이 오래 전부터 서해안 일대 교통의 중심지이며 해산물의 집산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표적인 조기 어장이라는 사실에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법성포 앞바다와 칠산 앞바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조기 어장이며, 이러한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것을 굴비라 하여, 지금도 영광 굴비 하면 최고로 쳐주고 있다. 이 같은 바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용왕제의 전통이 계승되어 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전국 국악경연 대회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법성포의 단오제가 명창들의 등용문이었던 전통을 살리고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한다는 목적을 내걸고 있는 국악 경연은 사라져가는 옛 국악 축제를 되살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창무극의 일인자인 유명한 공옥진 여사를 배출한 고장의 깊은 전통을 홍보한다는 의미도 중요하다고 본다.
가는 길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영광까지 고속버스를 이용, 영광에서 법성포행 버스를 타거나, 타 지역에서 광주로 간 다음 광주에서 영광을 거쳐 법성포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나온 후 선운산을 거쳐 842번 지방도로 홍농을 지나 법성포에 이르거나, 호남 고속도로 광주 광산IC에서 나온 후 22번 국도를 따라 영광을 거쳐 법성포에 이른다.
숙박 및 먹거리
법성포는 관광지가 아니었으므로 숙박시설은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반도모텔(061-356-0993)과 청수장여관 (061-356-4343) 정도의 여관을 이용하거나 인근의 선운산 일대 혹은 영광읍, 가마미해수욕장에서 숙박해도 괜찮다.
법성포는 영광 굴비의 본고장이다. 따라서 둥지식당(061-356-6678), 삼학정(061-356-3070) 등에서 굴비를 맛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