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기업에서 가장 잘 들어맞는 개념은‘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아야 잘 팔리고 기업이 원하는 수익도 얻을 수 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온 관행을 타파하는 것도 그래서 혁신의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이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 가장 가까운 말단 사원까지 상당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을 아래로 이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큰 계약 기회가 생겨도 보고에 며칠씩 걸린다면 고객들은 다른 거래선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영업사원들이‘딱
딱한’이런 조직 구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각종 관행이나 절차를 유연하고 민첩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한 혁신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도 예전의 관행 그대로 만들어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고객들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회사는 고객들이 예전에 좋아하던 것을 그대로 만들어내고 있다.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편안해하는 면도 있다. 계속 팔릴 것이라고 믿고 밀어내지만 고객들은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아그파(Agfa) 같은 세계적 필름업체가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왔는데도‘아날로그 카메라’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결국 망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모든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는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갑자기’ 변하는 것이다. 삐삐(페이저)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보라.
그래서 조직이 혁신하려면 끊임없는 반성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는가’‘혹시 고객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리가 내놓고 있는것은 아닐까?’
이를 체계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ERRC 방법론이 있다. 제거(Eliminate), 감소(Reduce), 증가(Raise), 창조(Create)의 약자이다. 회사가 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이 틀에 의해 자세히 살펴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고객들이 전혀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제거’해야 한다. 예전에는 중요했지만 고객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것은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업계에서 그동안 이정도면 됐다고 하는 것 가운데 고객들이 새롭게 원하고 있는 것은 ‘증가’시켜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업계에서 한 번도 제공하지 않은 것 가운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면 그런 기능이나 서비스를‘창조’해야 한다.
제거, 감소, 증가, 창조의 4가지 틀을 통해 기업은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만 남기고 원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없애는 혁신을 이룰 수있다.
이 ERRC 방법론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두로 떠오른 ‘블루오션전략’ 에서 강조되고 있는 주요한 방법론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두 교수는 “가치를 높이면서도 비용을 떨어뜨리는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이 혁신”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증가, 창조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높이고 제거, 감소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것만 남기고 다 버릴 수 있다는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