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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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이웃사촌이란‘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는 뜻이다. 하기야 일 년에 한두 번 집안 대소사에서나 겨우 만나보나 하는 사촌보다는 가까이 정분을 나누며 지내는 이웃에 훨씬 더 친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 같은 세풍(世風)에선 점차 대가족제가 핵가족으로 분할 전이(轉移)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어린 시절 엄마 손목잡고 사촌형제들 만나 친형제나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던 그때가 새삼 생각난다. 명절이 다가오면 그저 들떠 사촌형제들 만나는 즐거움으로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옛날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며 그리워진다. 이젠 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시집가고 가정을 꾸미고 보니 그 정다웠던 일들이 하나의 아련한 추억으로만 되살아날 뿐이다.
어쩌다 가끔 그때가 생각나 안부 전화라도 한 번 걸다보면 왠지 생각하고는 달리 서로 소원한 감이 들어 그간의 마음속 깊은 속사정 이야기는 하나도 못하고 헤어지기 일쑤였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거리는 자꾸자꾸 더 멀어지는 것만 같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 풍조는 점차 혈연에서 지연 및 학연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인간관계란 서로 어울리고 가까이 접하며 정분을 나누는 데서 친근감을 느끼며 더욱 돈독해지는 법인데….
이제 시대는 변하여 정보화의 물결은 많은 구차스러운 울타리를 헤치고 국경을 넘어 지구촌으로 일원화되어 가까이 다가오는데 우리의 혈연적 거리감은 왜 점점 멀어지는지 모르겠다.
뉴 미디어 시대. 안방에 가만히 앉아 영상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리한 이 시대에 대화의 소통이 두절되어 소원한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 잘 모르기는 하나 우리 인간관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적 울타리가 해체되는 대신 심적 마음의 울타리가 다시 가로놓여 점차 폐쇄화되어 가는 것만 같아 몹시 씁쓸하다.
내가 살고 있는 주거공간만 하더라도 흩어져 있던 주택들이 아파트란 대단위 공간에 마치 성냥상자를 쌓아놓은 듯 밀집된 하나의 공동체적 주거 환경을 이루고 있다. 허나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현관문을 마주하면서도 서로 인사조차 없이 지내는 이웃들이 많다.
이젠 혈연뿐만 아니라 지연도 점차 멀어지는 냉랭하고도 살풍경한 풍조로 변모하여 가는 것 같다. 이웃사촌이 좋다 하더니 그 말도 옛말같이 느껴지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우리 다 같이 마음의 빗장까지 깨끗이 풀고 확 트인 마음가짐으로 서로들 인사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 정감이 넘쳐흐르는 이웃사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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