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새 경영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
이부카 마사루라는 천재 기술자와 모리타 아키오라는 천재 경영자가 만든 회사가 소니이다. 트랜지스터 라디오, 녹음기를 거쳐 수많은 히트 상품을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트라이니트론 텔레비전, 베타맥스형 비디오 같은 하드웨어를 만든 전자회사이다. 하지만 동경대 음대를 나온 지휘자 출신의 오가 노리오가 회장이 되면서 방향을 전환한다. CBS와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하여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방향을 전환한다. 또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하여 게임기 산업에도 진출한다. 덕분에 매출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1982년 소니의 매출은 1조 엔이었고, 재임 중에 4조 엔, 현재는 8조 엔의 규모로 팽창했다. 경영자로서의 긴 안목이 회사의 방향을 적시에 바꾸었고 그래서 오늘날의 소니를 만든 것이다.
상품 지식과 스토리를 함께 팔아
서울 이대 앞에 비미남경이란 커피전문점이 있다. 작지만 아주 강한 커피집이다.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지만 당당히 맞서 경쟁을 하고 있다. 한동안 스타벅스의 외국인 점장이 매일 여기 와서 커피를 먹었을 정도이다. 물론 맛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이곳에 들러 커피를 마시곤 한다. 이 곳 출신은 커피 전문가가 되어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일종의 사관학교 역할도 한다. '커핑'이란 말이 있다. 커피 맛을 감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몸의 감각을 혀로 집중해야 한다. '커피의 쓴 맛을 느끼려 하지 말고 쓴 맛 뒤에 밀려오는 단맛을 느끼려고 해보세요. 그리고 기왕이면 눈을 감고 느껴 보십시오. 커피는 마시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겁니다.' 이곳의 대표 이동진씨의 얘기이다. 그래서인지 슬로건도 '느낌을 녹여 만든 커피, 비미남경'이다. 이곳은 좋은 원료인 그린빈을 구입해 직접 로스팅을 한다. 그리고 각 커피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게 끓인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고객들에게 전염시켜라. 당신이 가진 자부심과 열정이 진짜라면 그것은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곳의 철학이다. 그래서인지 납품을 한 후 '거래처가 커피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커피의 보관 상태가 양호한지, 그밖에 커피에 대한 애로사항은 없는지'까지 주기적으로 확인을 한다. 빵을 판 후 제대로 먹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커피에 관련된 지식을 판다. 오전 중에 교육이 이루어진다. 물론 유료 교육이다. 커피마다 얽힌 사연에 대해서도 얘기해준다. 커피라는 하드웨어 플러스 커피에 관한 지식과 스토리를 함께 파는 것이다.
스파이렉스 사코는 영국계 파워공급장치 제조회사이다. 건물의 보일러실에 들어가는 설비를 제조, 설치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쇠로 만든 하드웨어를 파는 회사지만 소프트웨어를 함께 팔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설치뿐 아니라 운영과 애프터서비스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거기서 이익도 창출된다. 영업 방식 또한 독특하다. 주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열공급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유료 교육이다. 메커니즘, 전기의 절약 노하우, 열공급 시스템의 미래 등에 대해 가르쳐준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그런 과정이 영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익일배달 서비스로 유명한 페덱스는 세밀한 정보 기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객이 서비스를 요청한 시점부터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의 물리적 처리 상황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COSMOS(Customer Oriented Services and Management Operation System), 픽업에서 배달에 이르기까지 화물이나 서류의 위치를 컴퓨터로 추적해 회사와 고객에게 알려주 는 Super tracker, 배달트럭에 부착된 컴퓨터를 통해 집배원과 통신을 할 수 있게 하고, 시간관리 및 루트 선택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하게 한 DADS(Digitally Assisted Dispatched System), 고객의 불만 사항 및 예외 요청을 처리하는 고객예외처리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페덱스는 단순히 배달을 하는 회사에서 기업의 물류 문제를 자문하고 컨설팅하는 분야까지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IBM도 더 이상 하드웨어인 컴퓨터만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서서히 소프트웨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다 PWC(Price Waterhouse and Coopers)라는 컨설팅 회사의 인수를 계기로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로 보는 것이 낫다.
육체와 정신은 분리할 수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둘이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를 이루게 된다. 하드웨어만을 파는 회사라면 소프트웨어 쪽으로 진화를 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잘만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다.' 소니의 전 회장 오가 노리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