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처럼 '동막골' 같은 마을이다. '큰귀 마을'과 '작은귀 마을.' 문명 세상도 디지털 세상도 아니다. 다만 큰귀 마을 사람들은 큰귀 덕분에 소리를 아주 잘 듣는다는 것이 자랑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 마을에도 라디오·텔레비전·전화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집 안에서 세상 소식을 듣고, 또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기계가 생겨서 너무 편리하고 좋았다.
그런데 이런 기계를 가진 사람들은 기계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나 답답했다. 말이 안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를 가진 사람들 끼리도 서로 자기네 기계에서 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는 바람에 마을은 너무나 자주 시끄러웠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큰귀 마을 사람들이 점점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한 때가. 사람들은 너무 답답해서 귀이개로 귓속을 파내고 또 파냈다. 귓구멍은 점점 커졌지만 들리는 소리는 개미소리만큼 작았다. 서로 소리 지르다가 악을 쓰다가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주먹질까지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큰귀 마을의 한 총각이 작은귀 마을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다. 처녀는 총각이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인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런 각시가 너무 예쁜 신랑은 각시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남편이 아주 작고 조용조용한 부인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무 놀란 남편은 부인에게 물었다.
'여보,작은귀 마을엔 라디오나 텔레비전, 전화가 없소?'
'아니요. 있어요.'
'아니,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소리를 잘 듣는단 말이오?'
각시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보, 작은귀 마을 사람들은 사실 귀로는 아무것도 듣지 못해요. 저나 작은귀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소리는 마음으로만 들어왔지요.'
커뮤니케이션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아무리 훌륭한 말도, 아무리 도움이 되는 말도, 잘 듣기 위해서는 마음의 귀가 먼저 열려야 한다.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자세로 일과 사람을 대하자. 그래도 소통이 원만하지 못할 때는 기다려주자. 아직 그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아무리 훌륭한 악기라도 합창보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없다. 목소리를 뽐내기보다 다른 많은 사람 목소리에 조화롭게 섞이는 것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지 결코 자기를 숙이는 일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한다. 솔솔 시원한 바람 부는 커뮤니케이션 숲에서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