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가을 풍경은 특히 아름답다. 단풍으로 온 산이 알록달록하게 물들고, 서리가 내린 듯 하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자녀와 함께 농사 수확을 체험할 수 있는 농촌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산으로, 들로, 농촌으로.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질병은 가을철 3대 전염병이라 불리는 쯔쯔가무시와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외에도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장염, 수족구병 등 다양하다.
야외활동으로 걸리는 가을철 3대 전염병
쯔쯔가무시·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발병하며,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털 진드기 유충이 주로 번식하는 9월~1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쯔쯔가무시병의 발생 현황은 2012년 8,604명, 2013년 10,365명, 2014년 8,130명으로 매년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염된다. 평균적으로 10일~1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근육통, 피부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진드기가 문 곳에 검은 딱지가 생긴다. 항생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일~2일 이내에 호전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2주 정도 발열이 지속되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령인 환자의 경우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신부전, 혼수, 경련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예방법 >> 쯔쯔가무시병은 백신이 없으므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야외활동이나 작업 시에는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지 말고, 풀밭에 눕거나 앉지 말고 돗자리를 사용해야 한다. 진드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피제를 사용하거나 긴 소매와 긴 바지, 양말 등을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샤워를 하고 옷은 세탁해야 한다. 풀밭에서 작업 시에는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야외활동 후에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염병의 증상일 수도 있으니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유행성출혈열
유행성출혈열은 손상된 피부와 눈, 코, 입 등에 쥐의 배설물이 닿을 때 전염된다. 또 쥐 오줌에서 나오는 한탄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쥐에 물려도 걸릴 수 있다. 매년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되며, 주로 10월~11월에 야외활동이 많은 농부나 군인에게 발생한다. 잠복기는 2주~3주 정도로 초기에는 두통, 발열, 몸살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심해지면 눈이나 몸 전체에서 출혈이 생긴다. 특히 병은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 이뇨기, 회복기 5단계로 나눠 진행되는데, 저혈압기와 소변이 안나오는 핍뇨기에는 사망률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법 >> 유행성출혈열 역시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대증적인 치료를 받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야외활동이 많은 군인이나 농업에 종사하시는 이들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쥐가 많이 서식하는 산이나 들에서는 풀밭에 눕지 말고, 긴 옷을 입어 가능한 피부의 노출이 적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논에 고인 물에 손, 발을 담그지 않도록 하며 작업 시에는 장화, 장갑과 같은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논의 물을 빼고 마른 뒤에 벼 베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 균에 감염된 동물의 소변으로 인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렙토스피라는 나선형 미생물로서 오염된 물에서 비교적 오래 생존할 수 있다. 미생물에 감염된 동물(주로 들쥐)의 소변이나 오염된 흙 또는 물 등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되어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수철인 9월~10월경에 많이 발생하며, 특히 습한 토양이나 물에서 장시간 일하는 농부에게 많이 발생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는 거의 없으며 평균 잠복기는 7일~12일이다.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안결막 충혈 등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대부분 무증상 감염과 황달이 없는 경증 감염이 많다. 하지만 드물게 황달을 나타내는 중증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에 항생제 투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신장, 간, 폐 등 장기에 균이 침범하여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예방법 >>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논이나 고여 있는 물에 손발을 담그지 않아야 하며,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에서는 수영이나 목욕을 하지 않는다. 또한, 농경지나 하수도 등 흙이나 물에서 작업을 해야 할 경우 손과 발 등에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목이 긴 고무장갑과 장화를 착용하도록 한다.
어린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가을전염병
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 장염·수족구병
독감(인플루엔자)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독감 환자도 늘고 있다. 독감은 주로 가을철과 겨울철에 유행하는 감염 질환으로 이 기간 동안 인구의 10~20%에 유행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는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질환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코, 인후, 기관지, 폐 등)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A형 또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지난해 독감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0만9,000여 명으로 2011년 25만4,000여 명보다 218% 급증한 숫자이다. 특히 올해는 독감이 유독 기승을 부리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에 걸리면 발열, 두통,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두통, 코막힘 및 근육통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 어린이의 경우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해질 경우 폐렴, 심근염, 뇌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법 >> 독감은 단체생활 속에서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전염성 강한 질병이므로 무엇보다 예방접종이 필수이다. 또한 무엇보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 착용과 기침 예절을 지키는 등의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독감이 유행할 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독감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 장염
장염은 여름철에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한다. 주된 원인으로는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이중 로타바이러스는 영유아들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감염되면 대개 1일~3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구토와 발열 증상이 나타나고, 이어 3일~8일 동안 심한 묽은 설사를 하는데 다른 바이러스성 장염에 비해 구토와 설사 증상이 심하고 잦은 것이 특징이다. 로타바이러스는 대변 분비물의 구강 유입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또는 장난감, 수도꼭지, 기저귀 교환대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무엇보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예방법 >>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특별한 항바이러스 약물이 없기 때문에 일단 걸리고 나면 계속 수분을 보충해 탈수를 막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게다가 로타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일반적인 환경에서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어 개인위생 관리만으로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때문에 예방 접종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장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이 병은 증상이 가벼워 열이 없거나 있어도 미열이며, 입안의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었다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가벼운 질환이다. 그러나 간혹 전혀 먹지 못해 탈수가 생기거나 뇌수막염, 뇌염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하여 입원을 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도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족구병
수족구병은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흔한 질병으로 바이러스와 분비물, 물집의 진물 또는 감염된 사람의 대변에의 직접적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수족구병은 병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입과 손, 발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병의 증세가 특징적이어서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안에 생기는 물집 때문에 아파서 잘 먹지 못하고 심한 탈수가 오는 경우도 있다. 간혹 물집을 치료하기 위해 터뜨리거나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물집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증상은 대개 1주에서 10일 정도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입안에 물집이 생겼다고 모두 수족구병은 아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구내염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예방법 >> 예방은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와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그게 어려울 경우 아이들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자주 씻고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아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집에서도 바닥을 자주 닦고 아이의 손이 자주 닿는 탁자와 의자 등도 자주 닦고 같이 사용하는 장난감은 물로 자주 헹구어 주어야 한다. 기저귀를 갈고 난 후 오염된 표면 또는 오염된 물질을 세척한 경우에도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 손을 잘 씻고 천 기저귀보다는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병의 확산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