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씨의 고민
“2개의 은행에 각각 2개씩 펀드를 가입했는데, 최근 최종금액을 조회해 보니 입금액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금 빼면 손해라고는 하지만,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 왜 빼지 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럼 계속 넣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일단 입금만 멈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오른다는 보장이 있나?
주가를 맞춘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누구도 상승과 하락을 장담 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 전문가들의 견해는 국내 증시가 지나치게 많이 빠졌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물론 올해 경기가 매우 어렵겠지만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을 봤을 때 현재의 주가가 낮은 편이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와중에 더 떨어질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급격한 하락보다 완만한 상승에 의견이 쏠린다.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어내면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돈이 시장에 풀리는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6개월 정
도를 미리 반영한다고 봤을 때, 올해 상반기부터는 조금씩 상승세를 탈 것이다. 이런 가정 아래, 당장 단기자금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환매를 해야겠으나 급하게 손해를 보면서 펀드를 없앨 필요는 없다.
그대로 놓아두는 게 옳을까?
다시 좀 따져봐야 한다. 국내펀드냐 해외펀드냐 또 적립식이냐 아니면 목돈을 한번에 넣어두는 거치식 펀드냐에 따라 좀 다르다. 또 주식형이냐 채권형이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적립식 펀드는 유지하라
국내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면 그냥 유지하는 편이 괜찮다. 적립식 펀드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데 지금 주가가 상당히 떨어져 싸게 주식을 매입할 기회다. 싼값에 사두면 주가 상승기에 수익률은
훨씬 높아진다. 다만 묻어두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한 3년은 넣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부터 조금씩 주식이 오를 기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경기회복은 2010년께나 가능할 것이라, 주가도 그 무렵에서 나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펀드로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펀드가 주로 사들이는 홍콩 H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과 비교하면 60% 이상 올랐다.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손실을 다소나마 만회할 수 있었을 것이고, 서서히 바닥을 딛고 올라설 듯 보여, 전부 환매하라고 권유하기는 어렵다.
해외펀드는 갈아타기 고려하라
이번 하락을 계기로 자신의 국가별 투자 비중을 조절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국내와 해외 펀드의 비중이 8:2나 7:3 정도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는 40% 이상의 해외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불안하다. 신흥시장은 한마디로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형태의 투자국이다. 선진국보다 수익률이 좋을 수 있지만 경제가 불안하면 그만큼 하락폭도 크다. 예를 들어, 브라질 같은 자원국들은 원자재값이 하락하면서 증시도 폭락했고, 러시아는 원유값 하락은 물론 정치적 불안으로 증시가 70% 이상 빠지기도 했다.
해외시장은 국내와는 달리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또 환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잘 보여줬다. 따라서 해외펀드에 과도하게 들어있다면 일부를 환매해 국내형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시장은 신흥시장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고 성장성까지 겸비한 준 선진시장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올해는 다른 나라들보다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해외펀드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말에 이 혜택이 끝나고 2010년부터는 국내펀드와 동일하게 세금을 부과한다. 해외펀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채권형 펀드는 보유하라
지금까지는 주식형을 중심으로 얘기했다. 그렇다면 채권형 펀드는 어떨까. 기업이 탄탄한 우량 회사채를 보유한 채권형 펀드라면 환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아 새로 가입할 만하다.
실제로 채권형 펀드는 지난 해 주식형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또 지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은행의 예금적금 상품 금리도 떨어져 매력이 없어진다. 대신 채권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앞으로도 금리 하락이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채권형 펀드를 권하고 있다. 덧붙여 지난 해처럼 경기회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때라면 주식형보다는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가 낫다.
그러나 채권형 펀드도 어떤 기업의 채권을 사고 있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올해부터 일부 건설과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을 편입한 펀드의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적립식 펀드라면 기회가 올 수 있어 환매를 섣불리 할 필요는 없다. 주식형으로 본다면 해외보다는 국내형 펀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채권형 펀드 투자자라면 크게 손해 본 게 없어 그냥 가져가도 좋지만 우량 기업에 투자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