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진면목을 체험하다
성인봉
성인봉 등산로
해발 984m. 성인봉은 울릉도의 지붕이다. 성인봉에 서면 형제봉, 미륵산, 나리령이 머리를 조아린다. 무서우리만큼 시퍼런 동해바다 역시 숨죽이고 성인봉을 올려다본다. 그래서 성인봉은 동해바다의 지붕이다. 성인봉에 올랐다면 당신은 동해에서 가장 높은 땅에 선 셈이다. 나리분지에는 울릉도의 전통가옥인 투막집이 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신령수를 찾아가는 길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원시림 보호구역이다. 섬피나무, 너도나무, 섬고로쇠, 섬바디 등 울릉도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들로 가득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식물도감을 한 장씩 넘기는 것 같다.
출발한 지 40여분. 신령수에 도착했다. 주변에 운동기구와 휴게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신령수는 물맛 좋기로 유명했으나, 2012년부터 들쥐가 급격하게 늘어나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신령수를 지나자 양치식물의 일종인 고사리가 축구장의 잔디마냥 드넓게 깔렸다. 그 사이로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다리에 묵직한 힘이 전해지면서 숨이 가빠올 때쯤 나리전망대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송곳봉과 동해바다를 멀찌감치 감상할 수 있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원시 모습을 간직한 송곳봉과 주변 산세가 뭍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10여 분 정도 나무계단을 오르자, 이번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위태롭게 자라고 있다. 어른 허리통보다 굵은 나무가 뿌리를 모두 드러낸 모습이 놀랍다. 밀림처럼 거친 뿌리길이 20여 분 이어진다. 또다시 울창한 숲의 장막으로 몸이 빨려들 듯 이끌린다. 가파른 길에는 어김없이 나무계단이 마중을 나온다. 마지막 힘을 다해서 계단을 오른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돌덩이처럼 딱딱해질 무렵, 그제야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성인봉 정상이다. 성인봉 정상은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 있다고 한다. 날씨가 맑은 날은 독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니 그 높이가 실로 대단하다. 울창한 밀림을 뚫고 정상에 선 기분은 정상을 밟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정상에는 성인봉 정상석이 홀로 서서 산을 지킨다. 정상석이 망망대해를 지키는 등대처럼 보이는 까닭은 동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산 코스는 차량을 갖고 왔다면 올라온 길을 그대로 내려가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도동으로 방향을 잡으면 좋다. 바람등대 쉼터에서 휴식하고 1시간 30분가량 더 내려가면 도동이다.
울릉도의 전통가옥인 투막집
도동항
갈매기와 함께 떠나는 절체절명의 황홀경
울릉신항에서 출발하는 해상유람선 일주는 울릉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유람선 일주에 앞서 준비할 것은 바닷바람을 막아줄 바람막이와 갈매기 친구들에게 줄 새우깡이면 충분하다. 멀미가 걱정된다면 멀미약을 1시간 전에 챙겨 먹을 것. 뱃고동 소리와 함께 유람선이 바다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육중한 유람선이 천천히 방향을 잡아가는 동안 갈매기 편대가 저공비행을 한다. 이때 갈매기를 향해 새우깡을 던져보라. 갈매기가 날쌘 독수리처럼 새우깡을 낚아챌 것이다. ‘낮게 나는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는다’는 진리는 울릉도 갈매기에게도 통한다. 새우깡이 바닥을 보일 때쯤 유람선은 항구를 유유히 빠져나와 망망대해로 향한다. 유람선은 울릉도 왼쪽 면을 따라 돈다. 친절한 안내원이 구석구석 절경을 해설한다.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곳은 10층짜리 빌딩보다 더 우람한 거북바위다. 거북바위 주변 바다에서는 스킨스쿠버 강습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어 얼굴바위와 남근바위를 지나 사태감터널을 따라 수층교를 지난다. 수층교는 경사가 너무 심해서 달팽이집처럼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도로다. 유람선은 어느덧 울릉도 서쪽면의 절경에 닿는다. 기기묘묘한 만물상, 한국 10대 비경으로 손꼽히는 대풍감도 모습을 드러낸다. 북쪽 면은 붉은색과 흰색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현포항을 시작으로 맹수의 송곳니를 닮은 송곳봉이 위용을 뽐낸다. 코끼리 모양을 닮은 공암, 삼형제처럼 우뚝 솟은 삼선암과 딴바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동쪽으로 뱃머리를 돌리자 울릉도의 부속섬인 관음도와 죽도가 얼굴을 내민다. 관음도는 사람의 발길이 60년 가까이 닿지 않았던 곳으로써 원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울릉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저동항이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듯 싶더니 행남해안산책로에게 바통을 넘긴다. 마지막으로 도동항을 멀찌감치 바라다본 뒤 장장 1시간 50분간의 해상일주를 마감한다.
울릉도 대표별미 3선
99식당(054-791-2287)은 25년 이상 따개비밥을 전문으로 하는 울릉도 터줏대감이다. 따개비는 바닷가 암초에 붙어 사는 조개류다. 김가루를 얹고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함께 나오는 국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엉겅퀴를 넣어 끓인 약초 해장국이다. 약초향이 매우 강해서 국이라기보다는 보약에 가깝다. 몸에 좋은 약초로 끓여 특허까지 낸 것이니 남기지 말고 비울 것. 특히 뱃멀미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징어 볶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함께 나오는 명이나물과 산나물은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것이다.
땅거미 내려앉아 거리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저동활어회센터에는 불이 환하게 켜진다. 이때부터 저동항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항구를 따라 길게 노점상들이 늘어서고 손님들은 좌판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는다. 싱싱한 활어를 고른 뒤 자리에서 기다리면 회를 가져다준다. 가게마다 가격차는 크게 없다. 가게에서는 회만 썰어 줄 뿐 초고추장, 야채, 술값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물론 그 속에 자릿값이 포함되어 있다. 항구의 생기 넘치는 야경을 감상하며 술잔을 나누다 보면 여행의 낭만도 깊어진다. 하지만 육지에 비해 2배가량 비싼 탓에 저가 여행자들은 여기서 회만 산 뒤 슈퍼에서 초고추장과 소주를 사서 부두 방파제나 숙소에서 먹기도 한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 산채비빔밥이 있다. 울릉도에는 약초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맛과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꼭 한 번쯤은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나리분지에 자리한 산마을식당(054-791-4643)은 성인봉트레킹을 다녀와서 찾기 좋다. 뜨끈한 밥에 6~7가지 산나물을 넣고 고추장을 함께 넣어 비벼 먹는데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함께 나오는 된장국 역시 산나물로 끓여 진한 향이 난다. 산채정식에는 좀 더 많은 산나물이 나온다. 산채전도 맛있다.
Information
● 울릉도 교통 이용하기
배편 이용하기
강릉항, 동해 묵호항, 포항항에 울릉도 가는 여객선이 있다. 강릉에서 출항하는 씨스타호가 요금이 가장 저렴하며 소요시간도 짧다.
문의 : 대아고속해운(1544-5177, 포항 054-242-5111, 동해 033-531-5891), 씨스포빌(1577-8665, 강릉 033-653-8670)
섬에서 교통 이용하기
울릉도는 자가용 도선보다 섬 내 시내버스, 관광버스, 렌터카, 택시 등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시내버스(무릉교통 054-791-8000)는 천부방면, 내수전 방면, 봉래폭포 방면, 나리분지 방면으로 9~18회 운행
한다. 관광버스는 3~4시간 육상관광코스를 따라 운행하는데 비용은 2만 원 선이다. 렌터카는 1일 비용이 5만 원에서 15만 원 선이다.
저동과 도동에 업체가 모여 있다. 택시 섬 일주는 4~5시간 정도 소요되며 1대당 15만 원 안팎이다.
● 문의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 054-790-6392
도동관광안내소 : 054-790-6454
저동관광안내소 : 054-791-6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