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김동석(서울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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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두 살 터울의 동네 형이 있었습니다.
저는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형이 좋아 졸졸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에서 형과 사소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날은 제가 명백히 잘못했음에도 그 형에게 버릇없이 대들었던 것이지요.
싸움이 길어지자, 형의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형의 어머니께서는 형을 나무라셨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형의 어머니는 형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제가 버릇없이 형에게 대들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형의 어머니께서 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길에서 두 아이가 싸웠던 모양인지 양부모가 격렬하게 언쟁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양부모가 자식의 대리전을 치르듯 상대방 아이의 잘못이라고 언성을 높이며 주먹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니 문득 동네 형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을 비난하기보다 먼저 자신과 가족의 잘못이나 책임은 없는지 생각하셨던 그 어머니.
귀한 ‘춘풍추상의 교훈’을 가르쳐 주신 그분이 당시 동네에서 가장 존경받았던 이유를 이제 알았습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라는 뜻을 날마다 상기하며, 저 역시 춘풍추상의 마음으로 살리라 오늘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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