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민서연(서울시 영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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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기공룡 둘리의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을 재개봉하는 기념으로 발표된 편지가 SNS를 달구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고길동의 편지’인데요. 고길동은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와 친구들을 거둬준 중년의 아저씨입니다.
편지 내용은 단순합니다. 둘리를 사랑하던 어린이들이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세월이 흘러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 흥미롭다고 합니다. 또 사고뭉치인 둘리와 친구들을 보살피며 힘들었지만, 그 순간을 ‘인생의 가장 멋진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하며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익숙한 캐릭터가 쓴 편지는 수많은 이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습니다. 고길동이 불쌍해지는 순간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둘리를 보던 이들은 어느새 저 자신이 고길동처럼 느껴지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고, 이 때문에 더더욱 이 편지가 수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지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말보다 느리고 영상보다 덜 자극적이지만, 읽는 사람이 상상하고 꿈꾸게 합니다. 고길동의 편지가 영상으로 전해졌어도 좋았겠지만, 덜 감동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편지였기 때문에 저마다의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순간의 따스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마음을 전할 때 편지를 쓰게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길동 아저씨는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고 했습니다. 너무 늦으면 누군가와의 소중한 추억도 잊힐지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을 담은 편지를 쓰기 위해, 오늘은 펜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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