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점점 커 갈수록 교육비와 생활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쪼들리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이직을 하는 바람에 기름값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경력단절 13년 만에 다시 취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은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조금만 더 있다가 일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막상 말을 했지만, 집안 생활을 알고 있기에 나의 확고한 의지를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해 나에게 늘 미안한 마음인 듯했다.
출산 전까지는 나름대로 유명한 회사에서 높은 지위의 상사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눈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다시 무언가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있으니 신문을 보면서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욕심이었는가? 면접은커녕 서류전형도 합격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아 포기할 무렵 한 마트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일하기 제격인 것 같아서 그날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다 보니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고 다리는 퉁퉁 부어서 힘들었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요즘처럼 혼자 벌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든 시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서 뿌듯하기만 했다.
어느덧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 며칠 전 첫 월급을 받았다. 그동안 남편이 가져다 준 월급은 그냥 받는 돈이라고 여겼지만 내가 힘들게 일을 해서 번 돈이라고 생각하니 왜 이리 크게 느껴지고 소중한지 모르겠다. 주말에 일을 하는 나대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해주는 남편을 위해서 여름옷을 사고,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스마트폰 구입과 학원 하나를 더 등록했더니, 막상 나를 위해서 쓸 돈도 없이 통장 잔액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뿌듯하기만 하다.
일을 시작하고 보니 남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처음 결혼을 할 때 작은 집 월세로 시작해서, 비록 대출금이 남아 있지만 내 집 장만을 하기까지 남편의 고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꿈도 못 꾸었을 텐데 새삼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오로지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남편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했다.
집안에서 있었기에 친구들도 없었고 혼자 늘 외로움이 많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동료들과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일 끝나고 간혹 마시는 달콤한 맥주 한잔도 꿀맛이다.
벌써부터 다음 달 월급을 타면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다음 월급은 꼭 나를 위해서 단돈 만 원이라도 쓰고 싶지만 막상 엄마고 아내다 보니 아마도 나는 또 우리 가족을 위해 쓰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남편에게 고맙다. 아자아자! 나는 할 수 있다. Bravo my life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