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직장 동료의 주선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한 대형 할인점에서 근무하는 터라 매주 한 번씩 주중에 쉬는데, 그러던 중 교회에 다니는 한 동료가 봉사활동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렇게 하여 서너명으로 시작된 봉사단이 이젠 열 명을 넘기에 이르렀다.
지난주 휴일엔 동료가 다니는 교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한 고아원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고아원으로 향하면 갖가지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까만 눈망울이 떠올라 그곳으로 향하는 시간이 왜 그리 더디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커다란 욕조에 세제를 풀 어이 불 빨래를 넣고발로힘줘 밟노라 면한 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일순 달아나는 것만 같다. 일상에 찌든 때와 얼룩이 말끔히사라진이불을 보송보송한 햇볕 아래말 릴 때쯤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이렇게 즐거운 것을 왜진 즉 봉사할 생각을 못했는지, 늦게라도 이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은 또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처음 고아원을 방문하던 날엔 참 많이 울었었다. 머루 같은 눈망울로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 한 번 안아주면 품을 떠나려 하지 않는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내고 돌아오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솔직히 그 무렵엔 아이들을 대할 때 사랑보다는 동정심을 앞세웠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애초의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동정심보다는 진심 어린 사랑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날, 전날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해도 되도록 마음을 비우고 웃고자 노력한다. 참으로 신기한것이갓난아기들도 안아주는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고는 그 사람의 기분에 지
대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또 해맑은 아이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피어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꽃 중의
여왕이라는 장미가 그토록 어여쁠까? 아기 사슴의 눈망울이 그토록 맑을까?
아이들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여름날의 호수에 눈 담그고 있는 것만 같다. 마음이 즐거우니 일상은늘기쁨과활력으로 가득 채워지는 듯하다. 내게 이렇게 커다란 보람과 기쁨을 선사해준 직장 동료와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세상 어느 한쪽에 나의 작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봉사란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 그로 하여 얻게 되는 이 커다란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