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싱글벙글 상기돼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자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기가 1학년 계주 선수로 뽑혔다는 것이다. 반에서 한 명을 뽑는데 그 한 명이 자신이라는 것에 아이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실은 나도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딸아이는 키가 작은 편이다. 또래에 비해 작다 보니 번호는 늘 앞자리였다.
나는 꽤나 마음을 졸이곤 했다. 키 작은 아이가 열등감에 빠지거나 기가 죽을까봐 은근히 걱정되어서였다. 아이를 잘못 키우는 건 아닐까 자괴감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키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또래들과 같이 있는 걸 볼 때마다 마음에 걸렸다.
키가 작으니 ‘운동인들 잘할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그런데 반에서 달리기 대표로 뽑혔다니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놀 때도 아이보다 내가 빨리 지쳐버리곤 했다. 작은 키에 비해 체력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픈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약을 먹이거나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침에 하는 아이와의 스킨십이다.
난 아이를 말로 깨우지 않는다. 소리가 아닌 몸으로 깨운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걸 무척 힘들어한다. 어떤 이는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도 한다. 그래서 전쟁을 치른다는 사람도 있다.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여전히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을 때 아침마다 반복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가 아이를 깨우는 방법은 마사지다. 아이의 몸 곳곳을 주물러 준다. 아이를 깨우는 데는 최고다. 오히려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실랑이를 하는 것보다 낫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건강에 좋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단단하게 자라주는 건 순전히 마사지 덕분이라 생각한다.
머리를 손으로 눌러주면 아이는 슬그머니 눈을 뜬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온몸을 쫙 편다. 이어서 팔다리를 주무르고 배를 슬슬 만져준다. 발바닥도 통통 두드려주고 손가락도 쭉쭉 펴준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벌써 반쯤은 일어난 상태가 된다. 안마가 다 끝나면 어느새 세면장으로 향한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마사지를 해주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와의 스킨십을 좋아한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무서울 때, 혹은 야단을 맞았을 때 아이는 스스럼없이 안아달라고 한다. 투정을 부리다가도 안아주면 잠이 든다.학교에 가면 간혹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내게 묻곤 한다. 아이가 똘똘하고 야무지게 생겼다고, 무슨 비결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간단하게 말한다.
“제 손이 약손이라 그런가 봐요.”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엄마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대부분은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에게 스킨십만큼 좋은 게 있을까. 요즘은 엄마나 아이들이나 바쁘게 산다. 이 때문에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내게 아이와의 아침은 중요하다. 좀 더 크면 엄마 손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라도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