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젊은 시절 위암으로 큰 고비를 넘겼던 나는 올해를 시작하며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하기로 했다. 사춘기 두 딸이 더 크기 전에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가족들과 여행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아쉽게도 두 계획 모두 지키질 못했다.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면 누구나 더 열심히 살지 못한
후회와 미련이 남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더 그렇다.
시어머니와 오손도손 밥 한 끼 먹은 적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부모 자식 사이도 멀어지게 만드는 코로나19가 야속하기만 하다.
홀로 계신 팔순의 시어머니는 본인의 건강보다는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걱정이 앞서 ‘마스크 잘 쓰고 다녀라!’ 당부하신다.
주말을 이용해 시골에 가려고 하면 오히려 먼저 ‘코로나19 끝나고 내려오거라.
나는 아주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너희들도 조심해라’ 하신다.
자식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고 손주들이 궁금하실 텐데 말이다.
시어머니는 이 와중에도 몸이 약한 며느리가 무리해서
김장이라도 할까봐 김장 배추가 채 여물기도 전부터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김장을 해 택배로 보내줄 테니 걱정 말라하신다.
시누이보다 더 나를 아껴주시는 우리 어머니.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도 아무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어주시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돈 아끼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하신다.
건강하실 때 어머니 모시고 여행 한 번 더 다니고, 맛난 음식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막내며느리인데 현실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겨우내 묵은 때를 말끔히 벗겨내듯 우울했던 2020년은
모두 잊어버리고 새로운 한 해 2021년은 희망차게 시작해보고 싶다.
이 위기도 잘 극복하면 언젠가 웃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힘을 내려한다.
고생했다 2020년! 반갑다 2021년!
떠오르는 해처럼 2021년은 올해보다 행복이 두 배,
기쁨이 두 배 넘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