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을 떠올리면 항상 집에선 고소한 밥 냄새가 났다.
가마솥에 지은 따끈한 밥에서 나오는 냄새 말이다.
내가 처음 배운 음식이 밥이었던 것만큼, 우리 집에선‘ 밥’이라는 건 특별한 추억을 담고 있다. 밥은 아빠가 엄마에게 처음 가르쳐 준 음식이자, 엄마가 나에게 처음 가르쳐 준 음식이었다.
내가 처음 요리를 배운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일을 하느라 요리를 배우지 않고 시집을 오게 되었다. 요리를 못하니, 중학교 때부터 자취하던 아빠에게 배운 요리가 제일 기본인 밥하기였는데 아래는 타고, 중간은 익고 맨 위는 설익는 흔히 말하는 3층 밥을 했더랬다.
그 3층 밥을 했다고 아빠에게 얼마나 놀림을 당했던지 엄마는 매번 3층 밥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빠를 째려보셨다. 또 그것보다 서러운 것은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대던 조카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빠에겐 3명의 누나와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형이 있었다.
거기에 조카들까지 엄마 뒤를 쫓아다니며 요리에 대해 잔소리를 해대니, 엄마는 오기가 생겨 시댁의 눈칫밥을 먹어가면서도 주변 할머니들에게 물어가며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는 시집을 온 지 3년 안에 생일 떡을 포함한 잔칫상을 차릴 정도로 요리의 대가가 되었다.
그런 엄마가 너도 나처럼 되지 말라며 처음 가르쳐준 요리가 밥이었다.
냄비로 만든 밥. 따끈하고 구수한 그 향내가 코끝에 스칠 때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들은 늘어만 갔다. 포슬포슬 올라오는 쌀 익는 냄새와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소리, 나물에 들어간 고소한 참기름 냄새까지.
음식 냄새는 왜인지 모를 뿌듯함을 안겨주었고, 행복한 기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엄마를 도와 밥을 짓고, 요리한다. 따뜻한 밥 냄새를 가득 풍기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