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민지영(부산광역시 수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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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모님이라는 호칭을 좋아한다. 이모라는 호칭보다는 정중하고, 어머님이라는 표현보다는 덜 낯간지럽다. 그래서 나는 거의 모든 중년 여성을 이모님이라고 부른다. 나의 이모님 중 가장 멀리 계신 분은 프랑스 파리에 사신다.
2014년, 나와 친구는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벌고 아꼈지만 예산은 충분치 않았고 짠한 생활은 유럽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고 싶던 어느 날, 평소에 머물던 숙소보다 2~3배 비싼 한인 민박에서 지내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민박집으로 향하던 날 우리는 제육볶음 노래를 불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는데 제육볶음이 나왔을 때 우리는 신이 진짜 존재하는 걸까 싶었다. 그 잊을 수 없는 제육볶음을 만들어 주신 분이 파리 이모님이다. 이모님은 우리가 많이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더 먹으라고 권하는 인자한 분이셨고, 불빛이 나오는 에펠탑 모형을 보곤 ‘요즘에는 에펠탑에서 불빛도 나온다.’라며 좋아하시던 순수한 분이셨다. 3일 동안 이모님의 따뜻한 말씀과 밥상 덕분에 우리는 다시 떠날 힘을 얻었고, 떠나던 날 이모님께 불빛이 나오는 에펠탑 모형과 이모님을 그린 엽서를 선물로 드렸다. 우리는 엽서 내용을 직접 읽어드리고 이모님을 꼭 안아드렸다. 그리고 다시 파리에 오면 이모님을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10년 가까이 파리에 갈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 멀리 파리에 나의 이모님이 살고 계신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이며, 파리의 제육볶음이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순간 나는 떠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제육볶음을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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