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장미숙(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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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무심코 바깥 풍경을 살피던 나는 한 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파트 외벽에 두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도색공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밧줄에 몸을 묶은 채 벽에 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낡은 아파트 외벽이 환하게 변해갔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손놀림이 재바른 것으로 봐서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아무리 익숙한 기술자라도 허공에 매달려 있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거다. 게다가 독한 화학제품을 다뤄야 하므로 몸에도 좋을 리 없다. 정신적인 긴장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일로 보였다. 그러니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도가 높은 일이 있게 마련이다. 하루하루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어찌 보면 우리 인생도 때로는 외줄에 매달린 것처럼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곤 한다. 경제적인 문제, 사람들과의 관계, 온갖 병마와 재해 등 한 사람의 인생 여정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과거가 있되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 잘못된 판단으로 미래를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사람이 지혜로워질 수 있는 건 경험이란 산물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땅과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들이 쓴 안전모 위로 맑은 햇살이 찰랑찰랑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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