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년 넘게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 1남 2녀를 둔 50대 가장입니다. 올해는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변변한 가족사진이 없어 금년에는 꼭 가족사진을 찍자는 목표 겸여행으로 3월 1일, 전주한옥마을에서 당일치기 가족 모임을 하고 전남 영광에 있는 본가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글. 남평우체국 정병태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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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년 넘게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 1남 2녀를 둔 50대 가장입니다. 올해는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변변한 가족사진이 없어 금년에는 꼭 가족사진을 찍자는 목표 겸여행으로 3월 1일, 전주한옥마을에서 당일치기 가족 모임을 하고 전남 영광에 있는 본가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한옥마을에 도착한 저희 가족은 사전에 예약해 둔 사진관에서 개화기 한복을 입고 스튜디오에서 멋지게 촬영하였습니다. 흡족한 촬영을 마친 후에는 한옥마을을 구경하며 맛집에 들러 각자 취향에 맞는 식사도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도 마시니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음 장소인 본가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한 지 40여 분이 지나 휴게소 표지판이 보일 때쯤 저는 “앞으로 1시간은 더 차를 타고 가야 하니 화장실을 갈 사람들은 여기서 다녀와야 한다.”라고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이야기했지만, 가족 모두 반응이 없어 저만 얼른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차에 도착한 저는 “다들 다 있지?”하고 뒷좌석을 쓱 둘러봤습니다. 조수석에는 아들이 자고 있었고, 뒷좌석에는 큰딸이 자고 있었습니다. ‘다들 피곤해서 자느라 정신이 없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휴게소를 나와 고속도로 100M를 지나고 있을 무렵, 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작은딸이 대뜸 “아빠 지금 어디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아빠 지금 차 안이지.”라고 대답했습니다. 뒤이어 작은딸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빠! 엄마랑 나랑 안 탔는데….”
아뿔싸! 저는 그 순간 속으로 침착하자고 정신을 가다듬고 얼른 다시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평소 지리에 어두운 편인지라 걱정이 앞섰고, 날도 점점 어두워져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택해 아내와 작은딸이 있는 휴게소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떨어진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지만, 저희 가족의 재회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 현장 같았습니다. 가끔씩 ‘가족 여행 시 휴게소에 어린아이를 놔두고 출발했어요’와 같은 라디오 사연들을 접할 때 ‘참 한심한 사람들이군’이라는 생각을 했던 제가 이런 해프닝을 저질러 면목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사연을 읽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여행지에서 가족들을 꼭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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