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아이들을 돌보며 한길만을 걸어오고 있다.
정확히는 23년째 어린이집 교사로, 매일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나의 청춘을 바쳐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길 위에서 나는
과로로 쓰러지고, 아이와 학부모님 사이 힘든 상황을 겪으며 눈물짓기도 했다.
참는 것이 버릇이 되어 아픈 것도 참다가 두 번의 수술을 하며
가족들에게 걱정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과
따스한 웃음을 보며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수술 후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가벼이 여기고 이를 어기는 어른들이 많은 만큼,
나는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의 깊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빨리 돌아가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행히도 아이들 속에서 삶의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작은 것이 전체를 말하고 대표한다는 말이 있다. 씨앗이 바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무한히 자라나 열매에게 이름을 주는 것처럼,
나의 소중한 아이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내가 23년 동안
한길만 걷는 이유를 설명해주며 교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늘도 나는 행복해서 심장이 콩닥거렸다. 오랜 교사 생활로 팔다리가 저려
옆 반 선생님이 나를 주물러주자, 반 아이들이 “선생님 아파? 내가 주물러 줄게요.
내가 다 낫게 해줄게요” 하더니 나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호” 입김을 불어 주는 게 아닌가? 고작 네 살배기인 아이들이
나를 위로하고 치유해 주었다. 힘든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매일 씨앗 같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받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아이들이 잘 자라나 열매를 맺고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스스로 빛나리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그 씨앗들에게 사랑이란 꽃비를 내려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