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일군 양계업의 온라인화
양계농장과 계란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린뜰의 고민은 출발했다. 가공이 안된 계란은 유통기한이 짧아 판매전략을 넓히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데다 나린뜰의 양계농장이 원주 시내와 멀리 떨어진 깊은 산골에 위치하다 보니 오프라인 홍보나 판매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나린뜰이 온라인 사업에 눈을 돌린 건 이 때문이다. 구운 계란 등 가공된 계란을 생산해 제품의 판매전략을 넓히고, 인터넷 마켓을 통해 전국에 있는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나린뜰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업의 방향을 설정했다.
2013년 대학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청년사업가 전주희 대표의 야심 찬 생각은 과연 틀리지 않았다. 구운 계란을 전면에 내세워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3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19년 한 해 동안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강원도 내 소상공인 성공 사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우체국쇼핑 연도대전 판매개선 우수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나린뜰은 강원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온라인 판매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우체국쇼핑에서 나린뜰이 팔아 치운 구운 계란의 매출액은 2018년 6천4백만 원에서 2019년 2억 3천1백만 원으로 일 년 사이 4배 가까운 판매 성과를 올렸다.
이번 수상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 대표는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해온 점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입을 뗐다. “우체국쇼핑의 경우 고객들이 일단 우체국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그 믿음으로 상품에 대한 일정한 기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식품 판매가 그러할 테지만 특히 구운 계란은 날씨와 온도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제품이다 보니 그만큼 제품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우체국쇼핑에 대한 고객들의 믿음을 견고히 하고, 나아가 나린뜰의 판매 성과와도 연결된다고 보는 거죠.” 우체국 택배의 정확하고 빠른 배송을 기대하는 고객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12시 이전 주문상품의 당일출고 또한 식품 관리만큼이나 철저히 지키는 나린뜰이다.
우체국쇼핑과 고객, 나린뜰의 믿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렇게 나린뜰은 성장해 가고 있다.
양계업은 내 운명, 구운 계란을 생산하다
전 대표는 강원도 원주를 거점으로 30여 년간 양계장을 운영해온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 최상의 계란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창출로 유통시장 개척에 앞장서온 부모님의 행보는 전 대표가 창업을 시작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 대표가 대학 졸업 후 곧장 양계업에 뛰어든 건 아버지의 병환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아버지가 갑자기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농장에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자연스레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시작한 일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죠.”
어머니를 따라 몇 달간 농장 일을 돕던 전 대표는 ‘부모님이 오랜 세월 일궈놓은 농장을 더 발전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계란 도소매업에 국한되지 않는 양계장 운영에 새로운 판로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그녀가 오랜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전 대표는 가공된 계란을 주 아이템으로 온라인 사업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젊음을 무기로, 부모 세대는 쉬이 도전할 수 없는 온라인 판매와 홍보에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날 농장 한편에서 구운 계란 기계를 발견한 거예요. 어머니가 오래전 사놓은 기계인데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채 먼지만 쌓여 있더군요. 이 기계를 활용해서 구운 계란을 생산해 인터넷에 팔아보자고 생각했죠.”
전 대표는 2013년 5월 농장 홈페이지를 통해 구운 계란 판매에 나섰다. 시작은 좋았으나 매출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창업 초기 생각보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너무 막막했어요. 준비 과정도 없이 무작정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후회도 들고 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컸죠.” 전 대표는 강원도내 지역 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창업교육, 컴퓨터교육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교육을 통해 다양한 창업 사례를 접하고 온라인 판매나 홍보 관련 정보를 얻는 등 불철주야 지식 습득에 열정을 쏟았다.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결국 ‘소비자’가 중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고객의 목소리와 의견 하나하나에 사업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을요.” 건강에 관심이 높은 최근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전 대표는 나린뜰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다. 농장에서 기른 100% 계란으로 구운 계란을 만드는데다 무항생제 인증과 HACCP인증 등 안전한 식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나린뜰만의 철학을 공고히 다졌다. “저희 농장에선 어린 병아리를 직접 길러서 계란을 생산하고 있어요. 계란이 생산되는 과정과 이후 구운 계란이 만들어지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죠.”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고마운 우체국쇼핑
나린뜰은 창업 초기인 2014년 우체국쇼핑과 연을 맺었다. 당시 우체국에서 발행하는 우체국쇼핑 책자에 나린뜰 제품을 소개하고 싶었던 전 대표는 신청서를 제출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다른 루트를 통해 기회가 찾아왔다. “원주우체국 관계자께서 저희 구운 계란을 좋게 보신 것 같더라고요. 책자에 실리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하시면서 감사하게도 우체국쇼핑 입점 제안을 해주셨어요. 인터넷으로 판매를 해보자고 말이죠.”
감사한 인연을 계기로 우체국쇼핑과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두 군데에 입점하여 판매를 시작하게 된 나린뜰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우체국쇼핑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우체국’ 이름 석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고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준다는 점이에요.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무조건 믿고 구매한다’는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쇼핑 채널이죠. 이 점에 착안해 우체국과의 협업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우체국쇼핑과 나린뜰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여요.” 전 대표는 앞으로 우체국쇼핑과 함께 제철 기획전이나 오프라인 판매 행사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지금까지 구운 계란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계란을 주재료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제품군을 확대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 창업 8년 차인데, 계란 하나로 나린뜰이 높은 성과도 달성하고 좋은 상도 받으며 지금의 커다란 결실을 맺었잖아요. 앞으로 욕심을 더 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 나린뜰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원주를 무대로 출발한 나린뜰이지만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찾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시장을 향한 전 대표의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