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프란치스코의집에 스며든 온정

(왼쪽부터) 이영일, 남인식, 윤화종, 이선행, 최연희, 김정일, 김용환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하남 ‘작은프란치스코의집’을 찾아 나눔의 온정을 전하고 있다. 이날 참여한 7명의 단원은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구역을 나누어 세심한 손길로 공간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성인 지적 장애인이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인 작은프란치스코의집
청소기와 설거지 소리가 시설 안을 채우자, 이용인들은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봉사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한 달에한 번 봉사단이 찾아오는 날은 이용인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용인 한 명이 봉사 중인 김용환 단원의 손을 잡고 시설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김정일, 이선행 단원은 청소기를 잠시 내려놓고 그들의 일상 속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남인식 단원은 이 모습이 익숙한 듯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이들을 지켜봤다.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한 달 동안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알려주실 때도 있고, 새로 바뀐 방을 자랑하듯 소개해 주실 때도 있어요. 친근감의 표시인 셈이죠. 그만큼 우리를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용인이 손으로 새로 바뀐 방을 가리키며 안내를 마치자, 단원들은 다시 부엌과 화장실, 공용 공간으로 흩어져 청소를 이어갔다. 장장 3시간에 걸친 대청소 덕분에 시설은 어느새 한층 쾌적한 모습으로 변했다.
청소를 마친 단원들은 이용인들과 함께 모여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노래 부르기와 고리 던지기 놀이를 준비한 단원들은 이용인들과 하나로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봉사가 이끈 일상 속 변화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의 활동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한 곳을 정해 꾸준히 찾아가며 이용인들과 깊은관계를 맺는 것이 것이 특징이다. 이영일 단장은 “한 곳을오랫동안 지속해서 지원하며 이용인과 단원 모두에게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것이 우리 봉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1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을 이끄는 이영일 단장은 23년 넘게 봉사를 이어 온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일사불란하게 청소 중인 봉사단원들

봉사단원이 이용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2003년, 용인의 성가원에서 마음 맞는 동료들과 봉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성가원이 관리하는 농장의 옥수수, 사과, 매실 농사 등을 주로 도왔죠. 그러다 2008년,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수녀님 한 분이 작은프란치스코의집으로 자리를 옮기신다는 소식을 듣고 단원들과 뜻을 모아 지금까지 이곳에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농장 운영이 중단된 2020년 이후에는 시설 내부 청소와 생활 지원 중심으로 활동 방식을 바꿨다. 일 년에 한두 번은꼭 이용인들과 나들이도 떠난다. 창단 멤버인 윤화종 단원은 “해마다 몇 차례는 외곽 나들이를 겸한 봉사 활동을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에버랜드나 레일 바이크가 있는 지역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는 단원 가족들도 참여해 이용인 개별 맞춤 1:1 케어를 도왔습니다. 가족들은 봉사의 의미를 새기고, 이용인들은 바깥바람을 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모두에게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용인들이 은은하게 내비치는 고마움의 표현이 봉사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힌 3년 차 김용환 단원은 봉사 활동을 이어오며 자신도 적지 않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는 도움받는 분들뿐만 아니라 봉사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흔히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르는데, 봉사를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런 정서적 충만함을 경험하고 있어요.”
이런 마음은 김 단원의 일상에도 스며들었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의 감사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창구에서 우편 접수를 할 때도 더 친절하게 안내하게 되더라고요. 포장이 힘든 어르신을 도와드리거나 사전 접수가 어려운 고객을 직접 지원하는 일도 망설임 없이 하게 됐습니다. 민원인을 대할 때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고 이해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봉사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일상 속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더라고요.”
지역 곳곳에 뿌리내린 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은 전국 우체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사회 취약계층과 복지시설에 맞춤형 도움을 주는 조직의 일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과거 우체국별로 운영되던 ‘우정사회봉사단’, ‘집배원 365봉사단’, 우체국 직원 동호회 등 다양한 봉사 조직을 통합해, 2015년 2월 27일 공식 발대식을 열고 ‘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을 출범시켰다.
현재 전국에 분포된 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은 250여 개로, 2024년부터는 5개 유관 기관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우체국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려 집수리, 생필품 전달, 사랑의 연탄 나눔 등 지역별 필요에 맞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을 비롯한 전국 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은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손길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웃을 향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한, 누군가의 하루에는 따뜻한 미소가 피어나고 세상 곳곳에는 작은 온기가 스며들 것이다.
MINI INTERVIEW
윤준호
작은프란치스코의집
생활재활교사

Q. 작은프란치스코의집은 어떤 곳인가요?
이곳은 성인 지적 장애인이 지역 사회 안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족 공동체 시설입니다. 작은 규모에서 형성되는 안정감과 친밀감을 기반으로, 이용인이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지향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곳이죠.
Q.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의 활동은 이곳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식사 준비와 청소로 이용인들의 생활 불편을 덜어주실 뿐만 아니라, 말벗 활동을 통해 정서적인 위로와 사회적 활동까지 도와주십니다. 무엇보다 이용인들이 ‘함께하는 마음’을 느끼며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시는 그 진심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Q. 서울중앙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단원분들의 작은 손길이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꾸준히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이 모여 큰 사랑이 되고, 그 사랑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