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험왕에의 첩경
“우체국보험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의 취향이다 경제적 사정 등을 재빨리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을 권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은 것 같아요.'
작년말까지 부산 모라동우체국에 근무하다 금년 1월에 반송동우체국으로 옮긴 하수조씨(38세)의 작년도 보험 모집 실적은 552건에 1억 1,629만원. 모집 건수로 따지면 전국 우체국 직원 중 2등이며 모집액으로 따지면 3등이 된다. 1997년도의 실적 5,500만원에서 1년 동안에 두배 이상 뛰어올랐으니 우체국 보험업계에서는 뉴페이스로 등장한 셈이다.
친절하고 사람을 잘 판단하는 게 장기
1981년 20세의 나이로 부산진우체국에서 우체국 생활을 시작한 하수조씨는 오랫 동안 보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저 위에서 내려 주는 목표액을 달성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그녀가 보험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감독국에서 관내국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였다. 1994년 북부산우체국 관내의 모라3동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기자 보험 목표 달성이 지상과제로 떨어졌다. 개인의 목표 달성도 중요했지만 우체국 전체의 목표 달성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우체국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개인 목표액 달성만으로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1995년까지는 목표액을 달성하는 정도로 대충 때웠다. 이듬해부터 모집 활동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목표액 달성을 위해 노력 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보험의 참맛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보험이란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만 주는 것이라는 지난날의 생각이 가입자에게 금전적인 이익과 혜택을 주면서도 자신에게도 반대급부를 가져다 주는 매우 재미있는 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고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손님을 끌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1996년까지만 해도 개인 실적은 높지 않았다. 우체국 창구에서 올린 실적이므로 동료 직원들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1997년으로 접어들어 보험 모집활동이 보다 전문화되면서 개인 실적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그해 7월에는 모라3동우체국에서 모라동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때부터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북부산우체국 관내에 있는 모라동은 소규모 수출업체나 공장, 영세 시장 등이 형성돼 있는 영세민 거주지인데, IMF 한파를 맞아 부도난 회사와 가동되지 않는 공장이 많아지자 장사가 잘 안되고 있었다. 때문에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좋은 시장이 될 수 없었다.
하수조씨의 보험 모집 활동은 우체국 창구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용무로 찾아오건 우체국을 찾는 사람이 그의 보험 고객이 된다. 그녀의 장점은 친절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잘 본다는 것. 늘씬한 키에 달걀형의 예쁜 얼굴로 밝게 웃는 모습이 오는 손님의 눈길을 끈다. 깔끔한 옷차림이 분위기를 돋운다. 그녀는 우선 가벼운 인사말로 손님에게 친근감을 보낸다. 그러면서 재빨리 손님의 성격이나 취향 따위를 파악하여 손님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해 준다. 즉,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손님이 원하는 상품을 권하고, 손님이 바라는 대로 뒤처리를 해준다.
'다른 직원이 말하면 먹혀들지 않는데 제가 말하면 먹혀든다고 하는데, 저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해줄 뿐이어요. 다만 손님의 심리 파악을 잘해야 해요. 만나보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권하는데, 대개는 들어줍니다. 첫마디에 바로 성사되는 경우도 30~40%쯤 되어요.'
첫마디에 거절당해도 내색하지 않는다.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생살이에는 반드시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남기고 떠난 고객은 퇴근 후에 직접 찾아가 상담한다.
하수조씨의 보험 고객은 80% 이상이 여성 이다. 우체국 손님이 대부분 여자이기 때문이다. 또 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면 바로 가입하는 데, 남자들은 부인의 결재를 받은 후에 가입한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에서도 가정의 경제권을 여성들이 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수조 씨
보험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밑천
하수조씨가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하고 잘한다는 것. 그것은 우체국 보험 상품에 대한 철저한 연구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자비로 우체국보험 상품의 특징을 간추린 각종 안내 팜플렛을 만들어 창구에 진열해 놓고 가입자의 질문에 신속히 응대했다.
“우체국금융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의 취향이나 경제적 사정 등을 재빨리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상품을 권합니다. 그래서 성공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반송동우체국 박병순 국장은 하수조씨가 잘 나가고 있는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모라동우체국 시절의 동료인 문병숙씨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보험 모집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상품 이율이 바뀌면 그 날로 바꾼 이율을 표로 만들고 컬러 프린터로 인쇄해서 자기 책상에 놓아 둡니다. 또 카운터 유리판에도 각종 상품 안내문을 예쁘게 만들어 전시해 놓고 있어요.
손님이 물을 때도 막힘이 없어요. 쉽게 설명하는 데다 손님의 의중에 맞게 설명을 잘 해줘요. 손님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준다고나 할까요. 또 용모도 깔끔한데다 웃는 얼 굴로 친절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손님이 많이 몰리죠.”
호감을 주는 인상에다 친절하고 사람을 잘볼 줄 알고, 거기다 말까지 잘한다면 손님을 끌 수 있는 요소는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그녀가 보험 모집과 관련해 또 하나 신경을 쓰는 일은 우체국 보험 모집은 직원들간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때문에 6명의 창구직원 가운데 최고참인 그녀는 무엇보다도 직원들간의 화합을 강조한다.
'경력도 많고 리더쉽도 강해 후배들에게 보험 모집 노하우를 가르쳐주며 전직원이 같이 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점이 돋보이더라구요.”
박병순 국장의 평가였다.
그러나 보험 모집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그녀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가입자에 대한 사랑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우체국 고객인 한 노파가 20대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암치료보험에 가입한 일이 있었다. 19개월 동안 아무 탈없이 보험료를 불입하고 있던 노파가 갑자기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는데, 고지의무 위반으로 지급이 거절 되었다. 전산관리소에서 조사한 결과 그 노파는 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간염에 감염된 사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의료보험조합에서만 알고 있을 뿐 본인에게는 통보되지 않았다. 따라서 간염을 치료한 사실이 없었다. 때문에 하수조씨가 고객 입장에서 장관 앞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본부에서 다시 검토한 결과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어려운 처지에서 보험료를 불입하고 있는데 그 노모의 입장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제가 노모의 입장에서 3일 동안 날밤을 새워가며 민원서류를 작성했는데, 이기고 나니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더라구요.”
그처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이 또 하나의 우체국 보험왕을 탄생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