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위성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무궁화위성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때의 긴장과, 무사히 정지궤도에 올라갔음을 확인했을 때의 희열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한국통신위성 관제소 윤용중 소장이다.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무궁화호의 지상시설인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초대 소장이라는 책임감과 함께 우리의 머리 위에서 늘 우리를 따라 도는 무궁화위성이 하늘에 있다는 자랑스러움이 늘 가슴을 벅차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궁화위성이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이고 보면 관제소의 역사도 이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발사 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경험과 기술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위성관제기술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종사원들의 밤낮 없는 노력이 원동력이었다.
“관제소의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건물의 설계사보다도 건설 현장을 자주 드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직원들도 거의 제 손으로 뽑았고, 관제장비의 선택이나 시설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책임지다시피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누구보다도 관제소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직원들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을 관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합니다.
물론 한편으론 부담도 큽니다. 일은 많고 경험은 부족하다 보니 모든 일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소장이나 직원들이나 밤낮 없이 공부를 하고 있지요. 명실공히 우리 나라의 위성시대를 열어가는 첨병이라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무궁화위성의 지상시설인 한국통신 위성관제소 초대 소장 윤용준 박사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아직은 경험과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어떠 한 경우에도 차질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는 것이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가장 크고 중요한 현안입니다.'
첫 교신은 발사 후 4시간
지난해 8월과 올 1월에 케이프커네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무궁화위성 1 -2호가 정지궤도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천이 궤도에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4시간. 이때부터 관제소와 위성의 첫 교신이 이루어진다. 천이궤도에서 정지궤도까지 무사히 진입에 성공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각종 데이타 수집이 필요하고, 모터에 점화를 위해서도 위성은 알맞은 방향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천이궤도에서부터 부관제소의 통제를 받기 시작한 위성은 15〜16일이 경과하면 정지 궤도에 진입하는데 정지궤도에서부터는 주관제소의 명령을 받는다.
현재 무궁화위성 1호는 정지궤도상에서 시험 운행과 한국통신이 사용하던 인텔샛의 임차위성을 무궁화위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모두 끝내고 3월 18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로써 TV 및 CATV 신호중계 서비스, 직접위성방송 서비스, 정지화방송 서비스, 화상회의 전송 서비스, 통신망 긴급복구 서비스, 음향방 송서비스, 문자방송 서비스 등이 가능하게 됐다. 2호 위성도 정지궤도에 진입해 주관제소와 교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7월부터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 • 통신 복합위성인 무궁화위성의 서비스 영역은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산동 반도와 일본의 오사카지역 등의 주변 국가에서도 우리의 방송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고품질의 영상 채널 증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고, 국내 어느 곳에서도 초고속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가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서비스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무궁화위성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기능을 발휘할 때 가능한 얘기입니다. 한국통신위성 관제소가 바로 그 일을 담당하는 곳이지요”
관제소에서 하는 일은 크게 몇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무궁화위성이 위치한 정지궤도는 달 • 태양의 인력과 지구 중력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가만히 두면 궤도가 조금씩 변하게 된다. 따라서 위성이 정지궤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 14일마다 동서 방향으로 28일마다 남북 방향으로 궤도를 조정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 위성의 전자빔(위성안테나)이 최초의 설계대로 항상 일정한 지점을 지향하도록 제어해주는 역할도 관제소의 몫이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는 온도 변화가 음지와 양지에서 200℃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위성이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위성 상태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그밖에도 승인받지 않은 지구국에서 전파를 쏜다거나 또는 승인된 범위 이상의 전파 사용을 감시하고, 무궁화위성에 탑재 되어 있는 방송용 중계기 3개와 통신용 중계기 12개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제소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구의 자전 주기와 위성의 궤도 주기가 일치하여 지구에서 볼 때 위성이 항상 정지해 있는 것과 같이 보이는 궤도를 정지궤도라고 합니다. 무궁화위성은 적도 상공 3만 5,786km의 동경 116도에 위치하며 시속 1만 1,000km의 속도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데, 이런 조건이 정지궤도가 되기 위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위성의 자세가 안정되어 있어도 지구는 실제로 구체가 아니고, 1년간의 태양과 달의 인력이 다르므로 위성의 궤도가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바로 이럴 때 위성의 궤도가 항상 일정한 원(정지궤도)을 그리며 돌 수 있도록 궤도 조정을 해주는 것 이지요. 만약 그냥 방치해 둔다면 위성의 궤도가 타원으로 찌그러져 지구에서 볼 때 위성의 위치가 바뀌니까 교신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궁화위성을 찾기에도 바쁘겠지요.
기존의 TV 방송은 전파가 도달하는 지역에 제한을 많이 받았습니다. 송신탑의 높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궁화위성이 3만 6,000km 위에 올라감으로써 가시청거리가 획기적으로 넓어졌습니다. 이 가시청거리를 원으로 표시할 때 원의 중심점이 전라북도의 무주 구천동인데, 무궁화위성의 안테나는 항상 이 곳을 지향하도록 설계되어 있지요.”
완벽에 가까운 관제기술
무궁화위성 1 • 2호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구성은 용인의 주관제소와 대덕의 부관제소로 나누어져 있다. 주관제소는 정지궤도상의 위성을 운용하고, 부관제소는 정지궤도 진입 전단계의 위성 운용과 주관제소의 기능 상실 등의 비상사태시에 위성을 운용하게 된다.
직제는 주관제소에 2부 1실, 부관제소에 3개과를 두고 있다. 직원은 총 120여명인데 위성 관련 기술자는 40여명 정도로 각 종 데이타를 처리하는 위성분석실에 대부분 배치되어 있다.
위성분석실의 주요 시스템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진다. 위성으로부터 수신되는 RF(Radio Frequency) 신호로부터 위성의 상태 • 위치 • 거리데이타를 받아 통신회선을 통하여 각 장비에 전달하며 위성명령 신호를 받아 위성에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위성감시의 추적 및 명령시스템과, 위성의 자세 제어와 궤도를 예측 결정하여 원하는 위치와 자세를 갖도록 하는 위성제어센터, 그리고 각 지구국의 통신을 제어하는 위성 망제어센터, 정지궤도상에서의 위성의 기능과 성능을 시험하는 궤도내시험 및 통신 시스템 감시장치 등이 있다.
“위성체 분야보다는 관제장비 분야에서 많은 국산화를 했습니다. 예를 들면, 통신 감시장치, 궤도내의 시험장치 분야는 하드 웨어를 설계해서 제작까지 했고, 시스템실험에 참여해서 지상시스템 개발 능력을 상당히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장비의 하드웨어는 기존의 상품을 구매 하는 것이고,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니까 30% 정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보면 적당할 겁니다.”
윤용중 소장의 말처럼 위성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는 현실이고 보면 관제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지 모른다. 하지만 관제장비를 다루는 기술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에 와 있다. 현재 관제소에는 단 한명의 외국 기술자가 있을 뿐 전직원이 우리 기술진이라는 것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기술로 100% 운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우주 쓰레기가 와서 부딪힌다든가 하는 것인데, 이처럼 잘 발생하지 않는 사고까지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금년말까지는 기술적인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계획으로 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 대부분 영어에 능통
현재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에서 일하는 위성 관련 기술자는 40여명. 이들은 1994년 9월에 한국통신내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선발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첫째 요건은 영어 실력이었다. 왜냐하면, 영어를 모르고서는 기술 전수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통신 위성관제소 직원들의 대부분이 영어에 능통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다음 조건으로는 위성기술을 배울 때 조금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자 공학이나 기계공학 등을 전공한 사람을 선 택했다. 이렇게 선발된 인원은 미국의 위성 관련 교육기관에서 10주 교육을 받았고, 1995년부터는 제작사가 직접 한국에 와서 교육을 시켰다. 또 위성체 제작 현장에 참여한 30여명의 인원 중에 한국통신이 10명 참가했는데, 그들의 대부분이 관제소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초대 소장으로 발탁된 윤용중 박사는 충청남도 부여 출신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소해 실무 경험을 쌓으며 위성자세제어기술을 공부해 석사 • 박사 학위를 취득한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위성 관련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직은 경험과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차질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는 것이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가장 크고 중요한 현안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 각자에게 임무를 주고 제가 직접 체크두 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정지 궤도 위성을 많이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관제소를 다시 세운다면 국가적으로 낭비가 될 뿐 아니라 운용의 효율화도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1999년과 2005년에 각각 발사 예정인 무궁화 3 • 4호는 물론이고 다른 위성들도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에서 일괄적으로 운용하면 경쟁력면에서 훨씬 앞서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 24시간. 단 1초도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우리나라 위성제어기술의 초석 을 다지겠다는 실력있는 노력파 윤용중 소장. 미국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몰래 훔쳐 보던 시험자료, 또 그들이 버린 휴지 한 장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그들의 노력과 한국통신 위성관제소의 야심찬 미래를 듣고 있으면 기술이야말로 그 나라와 그 나라 국민의 자존심을 만드는 주요 요인의 하나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