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나 있었다. 날이 밝아오고 어둠이 찾아오고, 어느 날은 비가 내렸고 어느 날은 눈발이 애틋하게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우정의 시계는 멈췄고 그의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았다. 아내 정연을 잃어버렸던 그날을 우정은 182일째 되풀이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그날의 참담함에 갇혔고 그의 일상은 빛을 잃었다. 심장 없는 인형이 되었고 하루하루는 기계적으로 돌아갔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이 쉬어지는 것처럼 그의 몸 또한 무의식 속에 움직이는 그 무엇이었다. 이십 년이라는 몸에 익은 집배원 생활이 그의 신체 내부 어딘가에 프로그램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새벽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졌고 우정의 몸도 일어났다.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인 것은 그 안에 없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그는 프로그램이었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낮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떻게 귀가했는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빈방의 어두운 조명 속에 홀로 오도카니 있자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랍장 위에 서 있는 액자 안의 정연이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빙긋한 웃음을 머금고 우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보기만 하는데? 씻지도 않고 그냥 잘 참이냐고 잔소리를 해야지. 나, 이대로 그냥 잘 건데…….
우정은 벌어지지 않는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정연은 관심 없는 웃음만 흘린다. 또 하루의 밤이 찾아왔다는 것을 잠시나마 의식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연이 원한다고 해도 들려줄 수 없게 밤처럼 깜깜했다. 낮 동안의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으니 어제의 일을 기억할 리 만무다.
우정은 정연이 떠난 그날에서 그렇게 하루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의 고통과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로 그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하리만 보내는 건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아. 도시는 너무 정신 사나워. 오늘 하루 나갔다 왔는데도 내 혼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다녀야 할 판이라니까. 한눈팔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야 해, 당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차들이 튀어나올지 몰라.”
정연은 생각만으로도 진저리를 쳤다. 하리의 학업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한 다음날이었다. 그녀는 한적한 시골 동네와 달리, 도로와 골목에 꽉 들어찬 차들을 보며 한걱정했다. 우정이 오토바이를 타고 쉴 새 없이 차가 달리는 도로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골목을 누벼야 한다는 현실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애 키우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인 줄 알았어. 우리 하리를 위해서라면 아빠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거야. 내 걱정일랑 마시고 당신이나 사고 나지 않게 조심히 다녀. 이래 봬도 난 이륜차 경력 이십 년이고 사고 한 번 없는 그린 집배원이라고.”
정연은 그린 집배원이란 말에 흐드러지게 웃었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은 우정이 빨간 자전거와 함께 도랑에 빠진 날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서였다. 한눈팔지 말고 조심 또 조심이라고. 차도 조심하고 사람도 조심하라고. 도시의 집배원이 된 우정이 집을 나설 때마다 정연은 조심을 입에 달았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과 함께.
그들의 마지막이 된 그날 아침에도 그랬다.
“조심 또 조심. 차조심. 사람조심.”
정작 조심했어야 할 사람은 정연이었다. 차가 달리지 않는 작은사거리에서 만난 그녀는 조심하지 않았다. 주위를 살피지도 않았고 오직 우정만을 바라보며 뛰어왔다.
우정의 우편배달지역은 그가 사는 지역이었고 마트에 가거나 대중목욕탕에 가는 정연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정연은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처럼 반가워했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날만은 좌우를 살피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녀의 말처럼 어디서, 어떻게 위험이 다가올지 모르는 도시의 뒷골목이었다. 방심한 사이 위험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정연의 뜀박질을 저지시키던 찰나였다. 과속으로 차가 달릴 수 있는 사거리가 아니었다. 위험천만한 상황은 그럼에도 현실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순식간에 결정지어 버렸다.
이사 온 지 6개월이 흘렀고 모든 것에 익숙해지던 무렵이었다.
빽빽한 건물도, 쉴 새 없이 내달리는 차들도, 분주한 일상도. 우정의 집배업무도 몸에 익었고 담당구역의 지형과 주민들의 생활동태도 어느 정도 파악된 무렵이었다. 시골에서보다 집배물량은 상당히 많았다. 띄엄띄엄한 동네와 집들을 돌던 때와 달리 건물 촘촘한 건물들 사이를 돌았다. 중간수도에 보관되어 있는 자루까지 2~3개는 기본으로 배달해야 일은 끝이 났다.
좀처럼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던 도시의 생활은 조금씩 몸에 익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의 생활을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는 사람은 정연이었다. 영화관도 동네에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있는 교육기관도 동네에 있었다. 무엇보다 재래시장이 가까이 있어 좋아했다.
“하리 대학 가면 고향으로 다시 내려갈 거야.”
정연이 도시생활에 젖어든다 싶을 때면 우정은 괜스레 한마디 했다.
처음엔 정들 것 같지 않았다. 쉽게 익숙해질 것 같지도 않았다.
정연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했고 도시의 편리하고 다양한 생활을 누렸다. 모든 것에 익숙해졌고 그 때문인지 몰랐다. 너무 익숙해서 방심한.
그러나 정연이 없는 집은, 생활은 182일째를 맞고 있음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 막 당한 일처럼 충격은 그대로였고 가슴은 먹먹했다.
오늘도 우정의 몸은 알람시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이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어느 순간,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우체국 앞에 당도해 있었고 벌써 열려있어야 할 우체국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우정은 우체국 출입구 계단참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입력된 순로를 따라 움직였다. 누군가의 개입 없이 순로를 이탈하는 일은 없었고 순로를 다 돌기 전에 중단하지도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우정의 일과였다. 평일이면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 우편물을 챙겨 나왔고 휴일이면 빈손으로 담당구역의 순로를 순찰하듯 돌았다. 정연이 사고와 만나던 순로에 이르면 그날의 고통은 당장의 것처럼 되살아났다. 총격을 당한 사람처럼 통증이 몰려왔고 그곳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충격이 잦아들면 뚫린 가슴으로 혹한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우정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의 진동과 추위가 하나로 뭉쳐졌다.
또 출근을 한 거냐는 하리의 전화였다. 입천장에 달라붙은 혀는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할 말이 있다는 하리는 우정이 바로 와 주었으면 기대했다. 우정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엷게 주억거렸지만 아빠의 대답을 알 리 없는 하리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해? 나도 아빠만큼 아니 아빠보다 더 외롭고 힘들단 말이야. 그래도 견뎠어. 모두 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가까스로 참고 있는 하리의 설움이 휴대전화를 타고 은밀하게도 건너왔다.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자책하는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우정은 하지 못했다. 복받친 설움이 터져버린 하리의
전화는 툭 끊겼다.
특목고에 입학한 하리로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이사도, 서울살이도 그렇기는 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인 하리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의 합격증을 받아들고 하늘을 날듯이 기뻐했다.
우정의 행복한 고민과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하리의 등교를 위해 가족이 함께 이사를 가야 할지, 혼자 보내야 할지 난감했다.
연로한 어머니 해자를 고향에 홀로 지내게 할 수 없고,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어린 딸을 객지에 혼자 두고 싶지도 않았다.
“걱정할 것도 참 샜다. 맹모삼천지교도 몰라. 자식이 공부하겠다는 게 부모가 당연히 따라가야지. 내가 애도 아니고 내 걱정은 마라.”
해자의 결정은 간단했다. 함께 이사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편하고 익숙한 내 집 놔두고 엄한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있다가 다시 올게요.”
“그때 되면 도시생활이 좋아져서 이런 시골로 다시 오고 싶단 생각은 안 하게 될 거다.”
해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호탕하게도 웃었다.
“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우정이 도움을 청했지만 정연은 해자의 곁에서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그의 인생 골짜기마다 샘물처럼 흐르던 그녀였다. 금방이라도 정연의 웃음은 활짝 피어날 듯 선명한데 그녀의 실체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게 꿈인 것만 같았다. 그녀의 함박웃음이 피투성이 얼굴로 변하고 우정은 비틀거렸다. 죽음의 사거리를 가로질러 도망치듯 냅다 뛰었다.
할 말이 있다던 하리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두드렸지만 그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우정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문 앞에서 말없이 돌아서려던 때였고 휴대전화의 진동은 문 저편에 있는 하리의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거야.
그것은 통보였다. 안 돼.
거기에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하리의 방문이 열렸다.
“허락받자고 한 말 아니야.”
“그래도…… 안 돼.”
“왜?”
“왜, 가족이잖아.”
우정은 당연한 것을 왜 모르냐는 식이었다.
“함께 있어야 하는 가족이니까. 하지만 이젠 아냐. 나랑 있는 거 불편하잖아. 가족도 때론 떨어져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왜?”
우정의 반문이었다.
“아빠, 후회하고 있잖아. 나 때문에 이사 왔다고……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나한테 온몸으로 시위하고 있는 거잖아.”
하리 자신 때문에 엄마를 잃은 거라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타이밍을 우정은 이번에도 놓쳤다.
생각 없이 지낸 날들 때문에 말들은 제때에 나와 주지 않았다.
무슨 말로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정작 자신이었다.
“아빠 눈엔 엄마 없는 것만 보이고 아빠 곁에 있는 난, 보이지도 않잖아. 아빠만 아내를 잃은 게 아냐. 나도, 나도 내 엄마를 잃었어. 엄마만 잃은 줄 알아. 하루아침에 아빠마저 잃었다고.”
하리는 어금니를 악물며 눈물을 삼켰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잠재웠다.
우정은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잘 버텨내고 있다고 여겼다.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우정과도 멀어진 하리는 외로워하고 있었다. 겁내고 있었다. 정연이 떠난 그날의 기억에서 단 하루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으로 인해.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는 하리는 제 방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이 무슨 날인 줄은 아냐는 말을 남기고서였다.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날일까를 생각하며 돌아서던 우정은 밥상에 올라있는 다 식은 미역국이 눈에 들어왔다. 하리가 차렸을 정연의 생일상이었다.
죽은 사람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니. 허탈한 그의 웃음조차 씁쓸했다.
무심한 정연은 오늘따라 새치름히 사진 속에 들어앉아 있었다.
기숙사에 들어가겠대, 쌀쌀맞게도. 하리 마음 하나 달래주지 못한다고 원망하는 눈치군. 내 마음을 추스르기도 아직 힘든 거지… 당신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 전처럼 하루하루가 재밌지도 않아. 슈퍼맨은 무슨, 이젠 종이인형도 못 되는 아빠가 된 것 같아.
우정은 소리 없는 속내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시간은 멈춰 있었고 방안엔 그와 정연뿐이었다. 잠도 쉽게 오지 않는 어둠이었다. 긴 얘기에도 대꾸 한마디 없는 정연의 사진을 우정은 심술궂게도 돌려세웠다. 자신의 블로그가 생각난 건 그때였다.
정연의 액자 뒷면에 낙서 된 빨간 자전거를 읽어 내린 순간이었다.
‘행복한 집배원의 빨간 자전거’는 우정이 운영하던 블로그 이름이었고 여전히 행복한 집배원이어야 했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빨간 자전거와 함께했던 일상이 고향의 소식과 함께 그곳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을 터였다. 날마다 방문객이 찾아와 댓글을 남기고 고맙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고향에 있는 이들에겐 빨간 자전거로 소식을 실어 나르고, 떠난 이들에겐 고향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실어 날랐다. 하루의 일과가 제아무리 힘들어도 블로그 앞에서 그날의 일을 전하자면 힘이 났다. 생기가 돌았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슬며시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전원이 들어간 노트북은 간만의 작동에 버거운 듯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조용한 방안을 순식간에 기계음으로 가득 채웠다.
일 년 만이었다. 블로그를 로그인하자니 긴장감마저 살짝 느껴졌다. 막상 로그인을 하고 들어온 블로그는 잠잠했다.
휴지기에 들어간 그곳에 글을 남기는 이는 없었다.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던 방문객들의 자취도 사라진 지 오래였고 어쩌다 남긴 댓글은 스팸글이 전부였다.
마지막 포스팅은 정연의 생일과 도시로의 이사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고향의 소식을 더는 전할 수 없어 아쉽지만 집배원의 일상은 그곳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모든 것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새로운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적응하기까지 집배원의 일상은 그의 블로그에 단 한 줄도 올리지 못했다.
고향의 일상 속에 정연은 다양한 모습으로 들어앉아 있었다. 어느날은 모자를 눌러 쓴 채 고추를 따고, 어느 날은 배추모종을 밭에 심고, 어느 날은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를 가고, 어느 날은 커다란 늙은 호박을 낑낑대며 들고 갔다. 고향의 마을이 그곳에 있었고, 정연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봄날의 새싹처럼 지나간 시간들이 하나씩 새롭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정연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오랜만의 로그인. 확인되지 않은 전자우편은 쌓여 있었고 그 와중에도 새로운 전자우편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어왔다.
그때까지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연의 이름으로 온 것이었음에도.
이 글을 언제쯤 우리 자기가 받아보게 만들까. 쓰면서도 고민하는 중이야. 당신은 알고 있었어? 전자우편을 예약할 수 있는 놀라운 기능이 있다는 거.
난, 오늘 처음 알았는데. 전자우편은 너무 금방 가버려서 당신만큼 매력적이지도 않고 기다려지지도 않아. 당신한테 넘겨받는 편지가 그야말로 제맛인데. 넘겨받진 못해도 지금 쓰는 이 글을 당신이 시간을 건너뛰어 한 달, 일 년 아니, 몇 년 뒤에 보게 된다면 신기할 거야.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겠다. 그치?
정연의 글과 마주한 우정은 그제야 모든 것이 실감 났다. 컴퓨터 앞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었을 정연이 이제 없다는 것을. 지난 6개월 동안 좀비처럼 우편물을 들고 다녔다는 것도. 하리가 정연의 빈자리를 소리 없이 채우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멈춰있던 우정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82일 동안 제자리를 맴돌던 그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전체 줄거리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은 우정은 멈춰버린 시계처럼 182일째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날은 죽은 아내로부터 편지가 온 날이었다. 5년 전의 시간으로부터 날아온 편지. 우정은 실로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고향에서 엄마 해자와 함께 지내며 집배원 생활을 하던 스물셋 그때. 우정은 가슴 설레는 일상을 맞이했고 행복했다. 소식을 나르는 일뿐 아니라 담당지역민들의 온갖 심부름을 자처한 그는 그들의 손과 발이었다. 필요하다는 것이 뭐든 빨간 자전거로 실어 날랐다. 집배원 배지를 단 우정은 그들에게 가족이었고 반가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 아내를 잃은 우정은 제2의 혹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다.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그 옛날의 행복한 집배원으로 거듭나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우정의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총 12화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다.
작가 소개 양수련
시나리오작가이자 추리문학가이며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문학적 글쓰기 강좌를 운영 중에 있다.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과 제2회 추계시나리오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하얀심장을 가진 사람들」, 창작소설집 「G빌라」「지옥문을 여는 방법(공저)」외 대중예술서인 「시나리오 초보작법」 「시나리오 Oh! 시나리오」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