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국내 유일한 통합국사
순천우체국은 2008년 7월 우체국과 우편집중국이 통합되어 우리나라의 첫 통합국사가 됐다. 순천·여수·광양에 이르는 3개 시와, 고흥·보성을 아우르는 2개 군까지 총 90개 권역국을 총괄하는 순천우체국은 전남 동부권 최대 규모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국의 장점은 단연 거대한 스케일에 있습니다. 다른 총괄국에 비해 대지 면적이 엄청 넓은 데다 구성원 수만 364명에 이릅니다. 총괄국이 크다 보니 내부에 기술인력으로 구성된 동력설비팀도 있어요. 그 덕에 총괄국은 물론 소속국에서 전기 누전이나 누수, 지하 배수펌프 고장 등의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 빠르게 복구 작업이 이뤄집니다. 우리 국의 큰 자랑거리예요.”
일정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는 곳이 우체국인데 올여름은 유독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사건 사고가 많아 그만큼 우체국 업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문영숙 과장에겐 동력설비팀이 슈퍼맨과도 같았다. 큰 규모와 재빠른 대처 덕분에 지역 주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우체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나눔과 봉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
순천우체국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2009년 결성되어 십 년 넘게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해오고 있는 사랑나누미 동호회다. 홍보담당 강현주 주무관은 동호회 활동을 ‘지역밀착형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칭했다. 지역을 사랑하고 주민을 생각하는 이들의 나눔 실천은 실로 다양한 형태를 띤다.
“매월 정기적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우체국 인근 환경정화 활동을 해요. 태풍이나 수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보태기도 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집도 수리하고요. 2018년부터는 봉사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볼런테인먼트’라는 봉사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 국의 밴드 동호회와 함께 요양원 어르신들 대상으로 음악 공연을 선물해드리기도 했죠.”
겨울이 되면 직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진다. 작년 연말 직원들은 순천시 ‘사랑愛김장나눔대축제’에 참가해 일손을 보탰다. 지역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연탄과 난방유를 지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회 곳곳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는 것이 국가기관인 우체국의 마땅한 도리 아닐까요?”
문영숙 과장의 말처럼 순천우체국 직원들에게 봉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지난해 ‘우체국행복나눔봉사대상’에서 순천우체국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우체국 작은대학’부터 창업자 육성까지 이끄는 팔방미인 우체국
순천우체국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 문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우체국 작은대학’이다. 우체국 작은대학은 어르신 세대와 다문화가정 등에게 교육과 문화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8주 동안 스마트폰 제대로 활용하기’, 지역 내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알려주는 ‘노년기 건강관리’ 등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에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9월에는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손잡고 예비 취ㆍ창업자를 대상으로 3D 프린팅 기술 활용법을 교육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지역 주민들도 아쉬워합니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어요.”
교육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정상 운영되길 바란다는 강현주 주무관. 비단 강 주무관뿐만 아니라 우체국 전 직원이 얼른 제자리를 찾아 긍정적 역할을 이어가길 소망하고 있을 것이다.
도움이 도움으로 이어지는 연대의 힘
평소 순천우체국은 ‘미담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선행을 실천하는 우체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6월, 우체국을 방문한 80대 어르신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신속한 조치로 과다출혈을 막고 119에 신고하는 등 재빨리 대응했는데, 이를 목격한 시민 한 명이 언론에 제보해 화제가 됐다. 7월에는 몸이 불편한 70대 어르신이 운전하던 오토바이가 차로에 멈춘 사고를 우체국 직원이 목격하고 도운 일도 있었다. 따뜻한 이 일화 역시 시민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줄줄이 쏟아지는 순천우체국의 미담은 작년에도 있었다. 배달업무 중 차량전복사고를 발견하고 침착하게 구조에 나서 생명을 구했던 김보현 주무관의 선행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차량이 굴러 떨어져 뒤집혔는데 그 밑에 사람이 깔려 있었어요. 제가 특별해서 나선 게 아니라 사고 현장을 봤다면 누구나 도왔을 거예요. 살다보면 도움은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할 뿐인 거죠.”
김 주무관의 말을 듣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 이들에게 선행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작은 손길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안영철 소통팀장이 여기에 말을 덧붙였다.
“사실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사내문화와 연결되는 지점에 있어요. 저는 순천우체국에 발령받은 지 두 달밖에 안 된 새내기 팀장인데, 처음 이곳에 와서 느낀 건 직원 간 서로서로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거였어요. 사내조직의 끈끈한 유대감이 지역 주민들과의 강한 연대로, 또 선행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가 느낀 순천우체국의 첫인상에서 엿볼 수 있듯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의 힘이 코로나19라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밝은 에너지를 키워가는 순천우체국의 원동력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