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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어지는 천혜의 섬 우도 유일의 우체국
제주의 부속섬 중 가장 크다곤 하지만 인구는 2천 명이 채 되지 않는 우도. 그러나 이곳은 어느새 한 해 약 200만 명이 찾는 인기 만점 관광지가 되었다. 제주 성산포항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어 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하는데도 제주도 본섬과는 또 다른 풍광을 체험할 수 있는 우도에 제주우도우체국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유인도에 우체국이 있는 건 당연할 텐데 왠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을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우체국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작은 우체국에 궁금할 게 뭐가 있을까 했는데 막상 오신다니 떨리고 반가웠습니다. 제가 국장으로 부임한 지 2년이 다 되고 있는데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리며 중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네요. 아무튼 잘 오셨어요.”
특별히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사시사철 붐비고 있는 제주. 그래서 우도우체국을 포함한 제주 전 지역의 우체국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쁘다고 하여 취재를 요청하기도 퍽이나 조심스러웠다. 취재진의 이런 마음을 어루만지듯 현인철 국장은 입구까지 나와 큰 소리로 맞이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과 지역을 사랑하는 현 국장의 미소가 우도 햇살 아래에서 빛났다.
다른 어떤 곳보다 ‘우도’라는 섬마을의 우체국장이 된 계기가 궁금해진다.
“지금은 서귀포우체국과 통합된 신산우체국에서 1997년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모로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에 공직자의 꿈을 품고 우정인이 되었지요. 그러다 2004년도 여름휴가를 가족과 함께 우체국우도수련원에서 보냈는데 그때 이 섬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물 맑고 공기 좋고 하늘 높은 이곳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고, 이후 4년 동안 여름만 되면 다시 찾았습니다. 결국 2016년에 승진 후 보직 신청의 기회가주어져 우도우체국 업무를 자원했습니다. 여기가 국장으로서 첫 부임한 곳이고 제가 직접 선택한 곳이라 저한테는 참 각별한 우체국이지요.”
언제 가도 밝고 환하게 맞아주는 친절 우체국
얼마나 좋았으면 1년에 딱 한 번 쓸 수 있는 여름휴가를 내리 4년이나 같은 곳으로 떠났을까? 그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섬이라지만 여행할 때와 일할 때는 사뭇 다를 것이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우도우체국의 베테랑 김지훈 주무관이 말문을 열었다.
“여행하기엔 더없이 좋지만 외지인을 비롯한 1인 가구가 많아서 힘들기도 한 곳입니다. 한번은 육지에서 택배가 도착했는데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된 걸 보니 음식물이더라고요. 배달하러 간 집에 아무도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까 ‘그거 상하면 절대 안 된다’ 고 다 꺼내서 찬장이며 냉장고에 넣어 달라 하시는 거예요. 별수 없이 집에 들어가 말씀하시는 대로 넣어드리고 나왔지요. 무거운 물건이 있으면 ‘조카야, 이거 좀 옮겨주라’하며 부탁하실 때도 있는데 묵직한 상자 한두 개만 옮겨드리면 될 줄 알고 시작한 걸 80상자를 옮긴 적도 있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힘들 때도 많지만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저를 정말 아들이나 조카로 품어주시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하다 집배원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 차. 타고난 체력과 성실함으로 우도우체국의 친절 아이콘이 된 김지훈 주무관은 작년 6월 새내기 김성환 주무관이 오기 전까지 혼자 우도의 우편물 집배를 책임졌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하여성산포항으로 향하는 첫 도항선에 우편물 수송차량을 싣고 나 가우도로 배송될 우편물이 실린 도항선을 타고 다시 들어오는일을 10년 동안 해온 것이다. 이토록 고된 업무를 웃으며 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더니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네 아이의 아빠” 라서 가능하단다. ‘가장의 무게’라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서게 하는 힘이 됨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창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진옥 주무관도 김 주무관처럼 우도에서 나고 자란 우도 토박이이자 세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다. 대학 진학과 우체국 입사를 놓고 고민하다 우체국을 선택했다는 우 주무관. 섬에서 태어나 고향을 지키면서 일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산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데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는’ 셈이다.
“고교 졸업 후 입사한 우체국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결혼하고 애도 셋이나 낳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네요. 남편은 본섬에서 일을 하고 저와 아이들은 우도에서 지내다가 주말에 만나는 ‘주말 가족’이에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일 큰 원동력은 우리 우체국 가족들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학교에 일이 생겨 가봐야 할 때 제가 통화하는 내용만 듣고도 국장님은 ‘얼른 가보라’고 말씀하세요. 미안해서 말 꺼내기가 곤란할까봐 먼저 배려해주시는 건데 일하는 엄마로서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울컥할 때가 많아요.”
어느새 눈가가 빨개진 우 주무관의 모습에 구성원을 위하는 현 국장의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진다. 이렇게 훈훈한 기억을 나누는 우체국이니 지역 주민들의 사랑도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 같다. 우도해안길에서 펜션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전서영 씨는 “우체국에 매일 간다”며 칭찬하기 바쁘다.
“상인들이 많은 지역이니 우체국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해요. 물건 주고받는 건 기본이고 우체국예금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도우체국에 바라는 건 없어요. 언제 가도 밝고 환하게 맞아주시니 하루 일과 정리하고 우체국 다녀올 때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우도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건강해야 합니다
‘더 바랄 것 없는 우체국’을 이끌고 있는 현인철 국장에게 올해 계획과 소망을 물었더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작년에 새로 온 김성환 주무관을 비롯해서 우리 우도우체국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건강해야 우도 유일의 우체국인 이곳이 잘 돌아갈 테고 그래야 주민들도 차질 없이 우체국을 이용하며 더욱 응원해주시겠지요.” 우도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우편물 하나하나가 육지와 섬을 잇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다. 우도우체국이 있는 한 이 다리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왼쪽부터) 김지훈 주무관, 우진옥 주무관, 김성환 주무관, 현인철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