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산성우체국 그리고 화본역
이재용 국장(좌) & 황은주 사무장(우)
넉넉한 인정(人情)에 배어나는 온정
“황은주 사무장님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 산성우체국의 문이 힘차게 열린다. 이재용 국장의 우렁찬 첫인사가 야트막한 공간의 침묵을 깨트리며 온기를 채운다. 업무 20년 경력의 황은주 사무장은 군위 토박이다. 긴 세월 우체국의 터줏대감으로 한 공간을 지키며 늘 변함없는 미소를 비춘다. 고객들은 이웃과 같은 황 사무장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황 양”이라며 친근함을 표현한다.
산성우체국은 1966년 12월에 개국했다. 예전에는 직원 6명에 전화국 업무도 했었지만, 마을 인구가 줄면서 지금은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현재 산성면의 인구는 1,400여 명. 주민 대다수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난다. 2년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재용 국장은 무엇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해외 EMS 배송 대행 업무다. 입소문이 퍼져 매월 찾는고객도 늘고 있다. 이용 후기 또한 칭찬 일색. 일 처리가 꼼꼼하다며 극찬이 이어진다. “관내에서 해외배송대행 실적 1위를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때 해외에 거주 중인 교민들이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고요.”
늘 마음이 통하고 친절한 화본 사람들이 좋다는 황 사무장은 우체국 업무 외에도 어르신들의 민원 해결사다. 손자, 손녀들의 단골 과제인 핸드폰 작동법이나 우체국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서류들을 가지고 오면 두 팔을 걷어붙인다.
“도움을 드렸을 때 고맙다며 잡채, 떡, 반찬 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오실 때 감동을 받아요. 매달 한 번씩 오시는 고객님은 늘 다방에서 차를 보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 제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서로 간 환상의 팀워크가 우체국의 강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을 맞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산성우체국의 최대 장점입니다. 탄탄한 팀워크는 격무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업무 공백이 생길 수도 있는데 황은주 사무장이 솔선수범해서 함께해주어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경상도 사나이라 표현에 서투르다’는 이 국장은 황 사무장의 칭찬에 목소리가 커졌다. 반대로 말로 하기 쑥스러워 적어왔다는 황 사무장은 품에서 하얀 종이를 건넸다.
‘국장님 덕분에 우체국이 전보다 더 활기차고 젊어진 것 같습니다. 어떨 땐 저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도 있고 모든 면에 있어서 잘해주고 있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렇듯 산성우체국 사람들은 소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훈훈한 우체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국장은 우체국이 더욱 가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인국이라 한가할 틈이 없어요. 인력충원을 목표로 시작한 해외배송대행 업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욕심내지 않고 모두의 건강을 챙기면서 롱런할 수 있는 산성우체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MINI INTERVIEW
이재용 국장
커피 한잔하며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담 없이 산성우체국에 들러 저희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황은주 사무장
많은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찾을 수 있도록 발전하는 산성우체국이 됐으면 합니다. 올해 주어진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태우 주무관
어느덧 집배원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지역 특성상 어르신이 많은데 든든한 아들과 같은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어요
기찻길이 주는 아련한 향수와 낭만
‘화본역’
화본마을에는 ‘꽃뿌리’라는 어여쁜 이름을 가진 화본(花本)역이 있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고 하루에 여객열차 상행 3회, 하행 3회로 총 6회 정차하는 간이역이다. 2011년 한국철도와 군위군이 함께 추진한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을 통해 예전의 화본역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세련되게 새단장한 결과, 누리꾼이 뽑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됐다. 산성우체국 이재용 국장은 화본역을 둘러보며 남재은 역장의 안내를 받았다. “20년 전에는 총 6명의 직원이 철야조로 근무하는 3인 근무 역이었죠. 현재는 총 4명의 직원이 4조 2교대로 근무하는 1인 근무 역이에요. 20년 전 비둘기호가 운행하던 시절에는 영천 장터를 찾는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현재는 열차 이용객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평일에는 1백 명 이상, 주말에는 1천 명 이상이 찾는 역이 됐습니다.”
20년 전 화본역장 근무 경력이 있는 남 역장은 지난해 1월부터 다시 근무하고 있다. 오는 2022년 중앙선 복선전철화가 마무리되면 화본역은 열차 운행이 중지되어 여느 간이역과 같이 열차가 멈추지 않는 역이 된다. 남 역장은 “가장 아름다운 역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앞으로 열차가 찾지 않는 역이 된다고 생각하면 애잔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화본역을 중심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 산성중학교 추억박물관, 삼국유사 테마파크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돼 화본역과 군위를 찾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제공. 한국철도 홍보문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