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통신>1998년 2월호 통권 469호
IMF시대의경제적인 PC통신 이용방법 I 민병수
그땐 그랬지
#1
희미해진
IMF 시대를 돌아보다
이번 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인 ‘그땐 그랬지’라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때는 IMF 시대였다. 1997년 12월 3일,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IMF로부터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고 그 빚을 상환하기 위해 정부는 IMF가 요구하는 국가경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인해 하청을 맡고 있던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우수수 쓰러졌다. 정리해고, 명예퇴직으로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렸다. 잘 나가던 회사와 가게가 망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그 후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연들이 부지기수다. 단군 이래 대한민국 경제에 가장 혹독한 시기였다는 IMF 시대.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으니 어느 부분은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2
IMF시대,
슬기로운 PC 통신 생활
<정보와 통신> 1998년 2월호에는 IMF 특집 기사가 실려있다. 목차를 보면 이달의 초점을 IMF 시대와 정보통신산업에 맞추고 ‘IMF는 어떤 기구인가’, ‘IMF가 정보통신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중 ‘IMF 시대의 경제적인 PC통신 이용방법’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어쩐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느낌이 든다. 1980~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지낸 사람이라면 한밤중에 몰래 전화선을 컴퓨터 모뎀에 연결하고 PC통신에 접속하다가 ‘삐삐삐 치이이익!’하는 특유의 소리 때문에 잠든 부모님을 깨워버려 등짝을 얻어맞은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랬다. 기사 내용을 조금 살펴보자.
‘PC통신은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용어로 초기에는 정보 검색이 주목적인 비디오 텍스 등으로 불리다가 1990년대 초 PC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PC통신은 (주)데이콤의 천리안이 1988년 6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992년 한국PC통신의 하이텔, 1994년 나우콤의 나우누리, 1995년 7월 한국통신의 소규모 PC 통신 사업자를 위한 하이텔 정보세계 및 인포숍 서비스를 개시하고 1996년 삼성데이타 시스템의 유니텔이 PC통신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되었다.’
기사는 이어서 지금 PC통신 시장의 상황이 어떤지를 소개하고 외환위기 탓에 ‘가계에 도움을 주고자 PC통신 이용을 줄여야 하는 실정에 이르렀다’며 어떻게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라(486에서 펜티엄 급으로!), 고속 모뎀을 사용해서 통신의 속도를 높여라(33.6Kbps에서 56Kbps로!), 사용료가 할인되는 014XY번호를 사용하라,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 컴퓨터 자판을 외워서 써라, go 명령어를 써라, 갈무리 기능을 사용하라 등이다. 지금 세대들에게는 원시인이 돌도끼날 세우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금과옥조 같은 조언들이다. 중요한 것은 PC통신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3
인터넷·정보통신산업,
온택트 시대 마중물로
그때는 인터넷과 정보통신산업이 막 눈부신 꽃을 피워내기 직전이었다. PC통신 가입자가 1993년에 20만 명 정도였는데 1998년에는 470만 명이었고, 매출액은 200억 원에서 2,9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홈쇼핑, 홈뱅킹, 교육, 언론 매체 등에 활발히 사용되었고 전자정부도 개설되어 정치, 행정 분야에도 활용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을 가진 IT 국가의 기반이 그때 닦여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12월에 전국 144개 주요 거점을 광케이블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른바 정보고속도로 사업이다. 그리고 2001년 2월 취임 3주년을 맞아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를 연결해 사상 첫 화상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시대에 세계 최초로 화상 국제회의들을 열고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 문화를 발달시키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넘었다. 다행히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우리나라도 이제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니 희망의 빛이 보인다. 면역력을 갖게 되면 일상 속에서 답답한 마스크도 벗을 수 있을 테고 미뤄두었던 각종 모임과 행사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IMF 사태도 이겨낸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칠게 할퀴고 간 상처들도 어렵지만 치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