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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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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금우표를 보면 그 나라가 어느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글. 이동성 동아세계대백과 편집부장

다시 보는 한국우표 11 - 기부금을 함께 거두는 부가금우표
19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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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는 우편물의 종류와 그 무게에 따른 요금 납부의 증지이므로 그 발행 목적이 우편요금의 징수에 있으나, 각종 기부금을 첨가해서 판매될 때도 있다.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이용되는 우표를 통해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일정액의 기금을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97년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여 호화로운 우표 2종을 발행하였는데, 1페니짜리에는 1실링, 2.5펜스짜리에는 2실링 6펜스를 각각 부가해서 판매하였다. 부가되는 금액이 액면보다 적은 것이 상례인데, 이 세계 최초의 부가금우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뉴사우스웨일즈의 부가금우표는 결핵요양소의 건립자금으로 사용되었으며, 이처럼 초기의 부가금우표는 대체로 자선의 목적으로 발행되었기에 자선 우표(charity stamp)라 하였다.

1905년 러일전쟁 후, 러시아는 전몰군인의 고아를 위한 4종의 자선우표를 발행하고 각각 3코펙의 부가금을 징수하였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액면상에는 부가금을 표시하지 않고, 우표를 판매할 때 별도로 징수하였다. 

결핵 • 나병 • 암, 그외의 각종 질병의 퇴치를 위하거나 실업자 구제, 맹인을 위한 라디오 기증, 체신종사자의 후생 등등 여러가지 자선우표가 각국에서 속속 발행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군사자금의 조달, 교회의 복구, 등대의 건조, 체육기금의 조성, 국가적인 프로젝트나 사회간접 자본 투자에도 부가금우표가 한몫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편요금 징수라는 본래의 목적이 반감되었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semipostal이라 부르고 있다. 

부가금우표는 벨기에 • 독일 • 네덜란드 • 스위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복지정책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부가금우표를 보면 그 나라가 어느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해마다「우편의 날」에 우편사료를 도안으로 한 부가금우표를 발행하여 우취 보급과 우편종사자의 후생에 활용하고 있다. 

나치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문화재단을 위한 부가금우표가 자주 발행되었으나, 지금은 청소년복지 자선우표가 특징이다.

스위스는 1913년 이래, 아름다운 자연 • 풍속 • 동식물 • 문장 등을 도안으로 하여 청소년을 위한 자선우표 pro juventute 를 발행하고 있으며, 1950년부터는 또 하나의 시리즈 pro patria가수집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처음으로 2종의 부가금우표가 발행되었으며, 액면가 10환에 50%의 부가금을 붙였다. 각각 50만장씩 발행되어 적십자사업에 기부된 이 우표는 들것에 실려 야전천막병원으로 이송되는 부상병과, 두 간호원에게 부축되고 있는 상이병을 도안으로 하여, 당시의 정황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960년 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모두 18건의 부가금우표가 발행되었으며, 수해(재해) 구제 8건, 어린이 복지 1건, 방위 관계 4건, 탁구회관 건립 1건, 결핵 퇴치 1건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자주 발행되는 결핵 퇴치가 1건밖에 없다는 것은, 결핵이 이미 우리 나라에서 국민보건상 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며, 사라예보 탁구 우승의 여세는 탁구회관 건립으로 이어 졌으나, 그 성과는 기대한 만큼 빨리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자선우표가 1건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나라 복지정책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3공화국에서 유신체제로 이어지는 1970년대에 파월장병 원호금, 헬리콥터와 탐조등 헌납을 위해 부가금우표가 발행되었다. 국방 • 안보 관계의 국가 예산이 방대하였고, 개인이나 기업에서 수시로 막대한 방위성금이 거두어지던 시점에서 다시부가금우표가 발행되었으며, 1968년에는 아예 방위성금이란명목으로 부가금우표가 발행되었다. 그러나 실상 부가금의 내역을 보면 탐조등 1,200만원,헬리콥터 3,300만원, 방위성금1,050만원, 파월장병 원호금 5,100만원 등등으로 그 액수는얼마 되지 않는데, 국민의 정신적 부담만을 가중한 꼴이며, 모금액보다 정신무장과 긴장에 더 뜻을 두지 않았나 여겨진다. 

유신 이후인 1975년에는 모든 소득에 방위세가 부과되었고, 두번 연장한 끝에 1991년에 교육세로 대체되었다. 만일 방위세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국방 • 안보 관련의 부가금우표가 계속 연례적으로 발행되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 부가금우표의 주류는 수해(재해) 구제 우표이다. 자연이 훼손되고 산야가 황폐한 이 나라에서는 큰 비만 오면 홍수가 나고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는다. 어떤 독재자도 자연의 이 큰 힘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고, 때에 따라서는 人災가 더 큰 손실을 가져왔다. 1957년 첫번째 수해구제우표가 발행된 후 19J77년까지 여덟번의 자선우표가 발행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청소년이나 노인의 복지, 문화예술의 진흥, 학술 연구의 기금을 위해 부가금우표가 발행되는데, 우리 나라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와 같은 원초적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던 것이다.

1977년의 7월 서울 • 경기지역은 300mm 집중호우로 300명의 인명과 8만의 수재민, 그리고 2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영 • 호남지역은 2개월 째의 가뭄으로 논밭이 가마솥처럼 이글거렸고, 마치 금년 여름 우리나라 전국민이 겪었던 상황과 바슷하였다.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물난리 겪은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수해민 구제를 위한 부가금우표였다. 관료의 안일한 발상이 빚은 아이러니였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 행사에는 예외없이 부가금우표를 발행하여 기금을 조성한다. 서울올림픽을 위해서는 1985년 부터 1988년까지 4년에 걸쳐 경기 종목을 주제로 한 28종의 우표와 소형시트에 부가금이 첨가되었다. 액면은 대체로 국내 제1종(서장)용이지만, 1986년도의 제5집 이후에는 외국행 항공요금에 맞춘 4매 소형 전지 형식으로도 발행되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었다.

부가금우표는 강제성이 없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판매 성적 (할당량)에 따른 말썽이 있었고, 올림픽의 경우 고액면과 발행량 때문에 상당량이 남이서 1989년 3월, 부가금을 일반우편요금으로 환원하였다. 따라서 미리 사둔 사람은 우편요금면에서는 손해를 본 셈이다. 

외국의 부가금우표는 도안이 매력적이고 수집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호감을 주어 구매 의욕을 돋구고 있으나, 과거 우리 나라 부가금우표의 도안은 일반 기념우표보다 열악하였다. 다행히 올림픽 부가금우표는 주제에 걸맞는 우수한 도안으로 일단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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