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사고 방지를 위한 작은 제안 하나
집배사고의 방지를 위하여 선진국형 제도의 도입을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정보통신부 집배원들이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배달 중에 본인들이 대리서명을 하고 우편함에 투함하였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불행한 사건이 우정 창시 116년 이래 처음으로 발생되었다. 대리서명을 하고 우편함에 배달한데 대한 구속영장의 죄명은 공문서 위조 및 동 위조 공문서 행사와 우편법 위반(제48조 : 고의로 수취인이 아닌 자에게 교부)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우편물과 우편물이 들어 있는 우편자루의 분실·도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직원들에게 현행 규정의 준수를 다짐하는 교육을 시킨 후 전과 같은 방법으로 업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례처럼 되어 있다.
등기우편물 많으면 우정 후진국
필자는 지난 7년여간 UPU와 아·태우정 연구소(APPTC) 등에서 이론적으로만 우정 사업을 돕다가 두 달여 전에 우정 현장에 복귀하여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우편 사고의 원인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작은 제안을 하나 하고 자한다. 즉, 집배원을 비롯한 우편종사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우편 사고가 발생하여 공신력을 떨어 뜨리고 직원들이 불안에 떠는 원인을 선진국 및 아·태지역 우편제도와 비교하여 봄으로써 개선의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 나라는 선진국 및 다른 아·태 지역 국가들에 비하여 등기우편물량이 너무나 많다. UPU에서는 등기우편물량이 많은 나라를 '우정 후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의 문턱에서 IMF를 만난 우리 나라는 등기우편물량에 관한 한 우정 후진국 상태임을 우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전국 각 우체국 창구에서는 세입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귀중품이 들어 있지 않은 우편물도 등기로 보낼 것을 고객들에게 권유하고 있으며, 구청 등에서는 독촉장 · 자동차 정비통지서 등까지 등기우편물로 발송하고 있다. 스위스 등 유럽제국과 선진국에서는 크레디트카드 · 운전면허증·우편환 등까지 보통우편물로 발송하고 있어 우체국에서는 하루에 10여통 정도의 등기우편물을 접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정세입 증대에 도움이 되는 등기우편물량이 많아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우편세입은 증대시키면서도 등기우편물량은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즉, 등기우편물에 대하여 접수 과정에서부터 배달 및 2~3차에 걸친 재배달 과정까지를 고려하는 원가계산을 다시 하여 선진국들과 같이 원가를 보상받음은 물론 이윤까지 보장되는 수준으로 요금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옛날의 미덕이 지금은 불법
둘째, 등기우편물량이 많다고 해도 배달제도를 선진국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큰 문제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며, 우편물 배달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 등 유럽제국과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집배원이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다가 수취인이 없으면 도착 사실을 알리는 도착통지 서만을 남겨 놓고 온다. 즉, 등기우편물 수취인에게 “귀하에게 등기우편물이 도착되어 배달하려 하였으나 귀하가 집에 없어 배달하지 못하였으니 몇월 며칠 이전에 모 우체국 창구에 있는 민원실로 오셔서 찾아가기 바란다.”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으로 집배원의 임무는 종료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선진제국과 달리 우편 이용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증대한다는 차원에서 등기우편물은 보통우편물과 달리 수취인이 주소지에 부재할 경우 2회 또는 3회(특별송달우편물)까지 배달하여 주는 제도를 유지하여 왔다. 이와 같은 제도는 등기우편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던 시기에는 별 문제가 될 수 없었으나, 급격한 산업화와 사회 생활의 다원화로 인한 등기우편물량의 급증은 취급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인하여 많은 인력과 시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등기우편물을 2회 또는 3회 재배달하여 주는 제도로 인하여 대부분의 집배우체국에서는 등기우편물 취급 일일 결산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구청에서 발송한 자동차 정기점검통지서가 들어 있는 등기우편물을 두 번째 배달을 나가서도 수취인이 없을 경우 대부분의 순진한 집배원들은 반송 조치를 하는 것보다는 자기 책임하에 배달하는 것이 더 친절한 봉사가 아닌가 하고 갈등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재배달 시에는 우편물배달증에 자기가 수취인 이름을 써넣고 우편물을 수취함에 투함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는 것이다.
전에는 집주인이 농사일로 들에 나갔을 때 등기우편물을 그렇게 배달하였고, 지금은 부부 맞벌이와 아파트 생활로 문이 잠겨 있는 가구가 많아져 등기우편물 배달에 계속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에는 국민들이 미덕으로 보아 주었던 집배 관행도 지금은 불법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시대의 발전에 따라 제도도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집배사고의 방지를 위하여 선진국형 제도의 도입을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즉, 등기우편물도 일반우편물과 같이 주소지에 한 번만 배달하되, 수취인 부재의 경우에는 우체국 유치기간을 현재의 2일에서 7일 정도로 늘리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등기우편물 수취인이 전화로 다시 배달하여 줄 것을 우체국에 요청할 경우, 원하는 날짜에 다시 배달하여 준다면 우정사업의 이미지는 더욱 향상될 것이다.
사고 불안 벗어나야 임무 충실
셋째, 최근에 우편물과 우편물이 들어 있는 우편자루가 분실·도난 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대비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감독국장으로 부임하여 관내국을 돌아보던 중에 우편물이 가득 들어 있는 우편자루가 관내 우체국 청사 밖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체국내 창구에서는 모든 정성과 친절을 다하여 우편물을 접수하고 있으면서 이미 접수 · 구분 · 운송 및 배달을 위한 순로구분까지 끝난 귀중한 우편물이 들어 있는 우편자루들이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대단위 아파트나 대형빌딩의 관리사무소 앞에서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우편자루가 쌓여 있는 곳이 필자의 관내에만도 100여곳이나 있다. 유럽 등 선진제국에서는 중간배달 우편자루의 보관을 위해 우편취급 소망을 이용하거나 일정 장소를 임대하여 안전하게 보관하였다가 배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관리사무소나 대형빌딩 관리인 등에게 약간의 임대료를 지불하려고 하여도 책임 문제로 거절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서울강남우체국에서는 중간배달 우편물의 도난 방지를 위하여 각 우편자루의 손잡이를 줄로 묶은 후에 그물망으로 씌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임시 방편으로는 분실 우려를 줄일 수는 있으나 완벽한 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또한 우천시에 우편물의 손상이 우려된다는 문제점이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배달 우편자루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한 가지 대안으로서 집배조별로 이륜차의 배정 대수는 줄이고 소형승합차 (예: 다마스)를 한 대씩 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중간배달 우편 자루의 보관을 위해 특수 고안한 소형차나 혹은 소형승합차를 우편물이 많은 배달조에 배부하고 각 집배원에게 열쇠를 복사하여 지급한다면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의 중간배달 우편자루의 수송과 보관의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관내국, 우편취급소의 활용 및 아파트관리사무소와 개인 점포 등을 임대하여 안전하게 우편물을 보관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 되어야 한다.
감독우체국장 모임에서 한 우체국장이 “옛날에는 우체국의 무사고는 운 7에 노력 3 이었는데, 지금은 운이 전부”라고 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도 시대가 달라졌으니 제도도 그에 맞게 바꿔야겠다. 즉, 등기우편물도 원가를 다시 산정하여 이윤이 남는 정도로 인상하여야겠고, 등기우편물의 배달은 다른 선진국들과 같이 한 번만 배달하는 제도로 바꿔야 겠으며, 우편물의 보안을 위한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겠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이 마련된 다면 우편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은 향상될 것이며, 또한 집배원을 비롯한 전종사원들은 우편 사고의 불안에서 해방되어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